oosioo
사이타마 신도심역 앞 특설 코스. 스폰서 이름이 적힌 붉은 아치 아래로 선수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펜스 뒤로 관중이 늘어서 있다. 사이타마 크리테리움 2018 (사진 Fukumoto,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컬럼

광화문 하늘에 줄이 걸린 날 — 도심 자전거 경주 코스를 계산으로 짜 보면

10월 1일 광화문 120m 상공에서 줄타기를 구경하고 돌아와, 도시를 하루 빌려 쓰는 행사를 생각했다. 소프박스 레이스와 도심 다운힐, 그리고 짧은 고리를 수십 번 도는 자전거 경주 크리테리움. 교통은 최대한 살리고 관중석과 광고판은 짜임새 있게 놓는 코스를 지도 위에서 자동으로 짜 주는 웹앱을 설계했다. 광화문 일대 실제 도로망으로 시제품까지 돌려 봤다.

· SYSOP · 조회 1

사이타마 신도심역 앞 특설 코스. 스폰서 이름이 적힌 붉은 아치 아래로 선수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펜스 뒤로 관중이 늘어서 있다. 사이타마 크리테리움 2018 (사진 Fukumoto,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0월 1일 점심, 광화문에 있었다. 세종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코리아나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 사이에 줄 하나가 걸려 있었다. 높이 120m, 길이 160m. 에스토니아의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가 그 위를 걸어서 건넜다가 다시 돌아왔다. 안전줄 하나만 몸에 매고, 그물은 없었다.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줄타기는 「2026 서울 익스트림 스포츠 페스티벌」의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레드불 코리아가 주관하고 서울시가 후원했으며, 국내 첫 도심 고공 슬랙라인이라고 한다. 루스는 한국 전통 줄타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레드불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2024년 보스포루스 해협 1,074m를 건넜고, 올해 6월에는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과 바르소 타워 사이 약 500m를 30분 7초에 건넜다.

고개를 젖히고 줄을 올려다보다가, 줄 아래 세종대로에 눈이 갔다. 매일 차로 꽉 차는 그 길이 이날만큼은 관객석이었다. 도시를 하루 빌려 쓰는 행사가 서울에서 더 자주, 더 여러 곳에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 본다. 레드불이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도심 행사를 살펴보고, 도시에 가장 잘 맞는 자전거 경주 형식인 크리테리움을 짚고, 마지막으로 그 코스를 계산으로 짜 주는 웹앱을 설계한다. 광화문 일대 실제 도로망으로 시제품도 돌려 봤다.

도시를 하루 빌려 쓰는 행사들

레드불 행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장을 따로 짓지 않는다. 언덕, 계단, 빌딩 사이처럼 원래 있던 도시 지형을 하루 동안 무대로 바꾼다.

런던 알렉산드라 팰리스 언덕의 소프박스 레이스. 클래식 자동차 모양으로 만든 무동력 카트가 건초 더미 옆을 지나고, 그 뒤 비탈을 관중이 빽빽하게 채웠다. 2017년 (사진 Karen Roe, Wikimedia Commons, CC BY 2.0)

가장 유명한 것이 레드불 소프박스 레이스다. 엔진 없이 사람이 밀고 중력으로만 굴러가는 손수 만든 카트로 언덕길을 내려온다. 2000년 4월 브뤼셀에서 처음 열려 지금까지 100회 넘게 열렸다. 순위는 기록만으로 정하지 않고 창의성과 쇼맨십을 함께 본다. 그래서 빨리 내려오는 팀보다 웃기게 내려오는 팀이 박수를 더 받는다. 2011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는 11만 5천 명이 모였다. 2024년 런던 대회는 420m 내리막에 59팀이 나섰다. 아시아에서는 홍콩, 타이베이, 도쿄(2017), 가와사키(2019)에서 열렸다. 한국에서 열렸다는 기록은 찾지 못했다.

칠레 발파라이소의 좁은 골목 계단을 산악자전거 선수가 내려오고, 개 두 마리가 그 앞을 달린다. 계단 옆 비탈과 난간에 구경꾼이 서 있다. 레드불 발파라이소 세로 아바호 (사진 Barrera Enrique, Wikimedia Commons, CC BY 4.0)

도심 다운힐은 한 단계 더 거칠다. 칠레 발파라이소 세로 아바호는 2003년 자전거 잡지의 홍보 행사로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에서 출발해 골목과 계단, 지붕을 지나 도심 광장까지 약 2km를 산악자전거로 내려온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레드불 몬세라테 세로 아바호는 2019년 2.40km 코스에 계단 1,060개로 기네스 세계기록(가장 긴 내리막 자전거 계단 경주)에 올랐다. 리스본에서도 상 조르즈 성에서 테주강까지 760m를 내려오는 대회가 관중 2만 명을 모은 적이 있다. 이 대회는 레드불이 아니라 다른 회사가 후원했다.

한국에서 열린 레드불 행사는 생각보다 적다. 확인되는 것은 아래 정도다.

행사언제어디서출처
레드불 BC One 월드 파이널(브레이킹)2013서울위키백과
레드불 400(스키점프대 거꾸로 뛰어오르기)2019년 첫 대회, 2024~2026평창 알펜시아코리아중앙데일리
도심 고공 슬랙라인2026-10-01광화문서울시
소프박스·도심 다운힐확인된 기록 없음——

언덕과 계단이라면 서울과 부산에 차고 넘친다. 남산 소월로의 굽은 내리막이나 부산 산복도로의 계단 마을에서 소프박스나 도심 다운힐이 열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다만 이런 행사는 도로를 몇 시간씩 통째로 막아야 하고, 코스가 하나뿐이라 대회를 자주 열기 어렵다. 매주, 매달 열 수 있는 형식을 찾다 보니 자전거 경주로 생각이 넘어갔다.

자전거 경주는 왜 돈이 안 될까

도로 사이클은 묘한 스포츠다. 경기장이 공공 도로라서 입장료를 받을 수 없다. The Hustle의 추정으로는 투르 드 프랑스 주최사 ASO의 매출 가운데 55%가 중계권이고 40%가 스폰서다. ASO는 비상장 회사라 공식 수치는 없다. 중계권료는 대회를 소유한 회사가 가져가고, 그 대회를 달리는 팀은 거의 스폰서에 기댄다. 남자 월드투어 팀 예산을 다 합하면 2023년 4억 7,300만 유로에서 2026년 6억 6,300만 유로(전망)로 커졌는데, 그 돈의 87%가 스폰서에서 나온다. 2014년 월드투어 11개 팀이 Velon이라는 회사를 세우면서 그 CEO가 한 말이 이 사정을 잘 요약한다. "스폰서에만 기대는 지금의 사업 모델은 모든 팀에게 위태롭다." 최근에는 사우디 자본이 2억 5천만 유로를 넣어 중계 수익을 팀과 나누는 「One Cycling」 리그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여기서 바로잡아 둘 것이 있다. "사이클 인기가 떨어진다"는 말은 투르 드 프랑스에는 맞지 않는다. 2025년 투르는 프랑스에서만 4,500만 명이 봤고, 역대 최고였다. 파리 결승 순간에는 870만 명이 지켜봤다. 문제는 인기가 아니라 돈이 흐르는 길이다. 몇 안 되는 큰 대회에 시선과 돈이 몰리고, 나머지 대회와 팀은 스폰서를 찾아 다닌다.

긴 경기가 지루하다는 비판도 계속 나온다. 200km 가까운 평지 구간에서 선두 무리는 다섯 시간 내내 거의 그대로 간다. 길가에 선 관중은 선수들이 지나가는 몇십 초를 보려고 몇 시간을 기다린다. 미국에서는 2025년 5월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다섯 시간짜리 생중계를 받아 주던 텔레비전 편성표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도로 경주는 짧게 잘라 보기도, 현장에 가서 보기도 어려운 형식이 됐다.

크리테리움, 같은 자리를 서른 번 지나가는 경주

우쓰노미야 시내 대로를 펠로톤이 빽빽하게 채워 달려온다. 길 양쪽 상점 간판과 신호등 아래로 관중이 늘어서 있다. 재팬컵 크리테리움 2022 (사진 Miyuki Meinak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크리테리움은 도심의 짧은 순환 코스를 수십 바퀴 도는 자전거 경주다. 국제사이클연맹(UCI) 규정 2.7.016은 한 바퀴를 800m에서 10km 사이로 정하고, 2.7.017은 한 바퀴 길이에 따라 총거리 상한을 둔다. 한 바퀴가 1.6km 미만이면 80km까지다. 노르웨이 사이클 연맹 규정집이 UCI 조항 번호를 그대로 옮겨 놓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는 대개 한 시간 남짓이다.

관중에게 이 형식이 좋은 이유는 계산만 해 봐도 나온다.

한 자리에 선 관중이 선수를 보는 횟수를 시간축에 표시한 그림. 도로 경주는 한 번 지나가고 끝나지만, 1.4km 크리테리움은 한 시간 동안 32번 지나간다

1.4km 코스를 평균 시속 45km로 돌면 한 바퀴에 1분 52초쯤 걸린다. 한 시간이면 32번이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선두가 바뀌고, 뒤처진 선수가 따라잡히고, 마지막 바퀴 종이 울리는 것까지 다 볼 수 있다. 결승선 앞에 관중석을 놓으면 그 자리가 경기장이 된다. 스폰서 이름이 적힌 아치와 펜스 광고는 서른 번 넘게 중계 화면에 잡힌다.

이 계산이 실제 숫자로 이어진 곳이 일본이다.

대회코스관중출처
투르 드 프랑스 사이타마 크리테리움 2025약 3.5km × 17바퀴, 사이타마 신도심역 주변9만 4천 명, 경제파급효과 39.2억 엔사이타마시
같은 대회 11회 누적—120만 2천 명, 332억 엔〃
재팬컵 크리테리움 2025 (우쓰노미야)2.25km × 15바퀴, 오도리5만 4천 명우쓰노미야시
재팬컵 로드레이스 2025 (다음 날)10.3km × 14바퀴, 삼림공원7만 6천 명〃

사이타마 대회는 ASO가 공동 주최하고, 교통 통제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신도심역 주변 한 구역에 한정한다. 대부분 무료로 보지만, 2025년부터는 코스 옆 관람석과 출발·결승 관람석을 따로 팔았다. 우쓰노미야도 유료 특설석 「익사이팅 존」을 운영해 765명이 이용했다. 길가 관람은 무료로 열어 두고, 결승선 앞 좋은 자리만 판다. 도로 위 경기가 입장 수입을 만드는 방법이다.

유럽에는 더 노골적인 모델도 있다. 투르가 끝나면 네덜란드와 벨기에 소도시에서 크리테리움이 줄줄이 열린다. 투르 스타들이 출연료 4만 5천~5만 유로를 받고 달리고, 주최 측은 서킷 입장료와 지역 스폰서로 그 돈을 메운다.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승부보다 구경이 먼저인 행사다.

한국은 어떨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7년 시작한 투르 드 코리아는 2019년 13회를 끝으로 열리지 않았다. 2025년 경남이 연 투르 드 경남이 6년 만의 국내 국제 도로대회였다. 도심 크리테리움은 2025년 8월 일산문화광장에서 열린 KING OF TRACK 정도가 눈에 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 자전거대행진은 2025년 시민 1만 명이 21km를 달렸지만 경주가 아니라 행진이다.

도로를 막는 비용, 마라톤이 먼저 치렀다

도심 행사의 가장 큰 적은 교통 민원이다. 마라톤이 그걸 먼저 겪고 있다. 서울에서는 2025년 마라톤이 142번 열렸고, 마라톤 관련 서울시 민원은 2021년 15건에서 2023년 498건으로 뛰었다. 2025년 서울마라톤은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구간을 나눠 새벽 5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통제했고, 교통경찰 1,600여 명이 나섰다. 서울시는 2026년부터 출발을 아침 7시 30분 이전으로 당기고 장소별 참가 인원 상한을 뒀다.

마라톤은 수십 km 선형 코스라서 통제가 길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크리테리움은 1~3km 고리 하나만 막으면 된다. 그런데 고리를 막으면 고리 안쪽 블록이 섬이 된다. 안에 있는 차는 나갈 수 없고, 고리를 가로지르던 길도 끊긴다. 그래서 크리테리움 코스는 '어디를 도느냐'와 함께 '도시에 얼마를 치르게 하느냐'를 같이 따져야 한다.

법도 이 지점을 본다. 도로교통법 제6조는 시·도경찰청장이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구간을 정해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행사를 허가하는 조항이 아니라 소통을 지키는 조항이다. 2025년 11월 머니투데이 보도는 국내 마라톤 교통통제가 체계적인 기준 없이 지자체 문서만으로 승인되는 현실을 짚으면서, 일본처럼 주민 합의·도로 여건·시간대·안전 조치 같은 기준을 두자는 제안을 전했다. 코스를 고를 때 교통 비용을 숫자로 내놓을 수 있다면, 그 협의 테이블에 들고 갈 근거가 생긴다.

이건 최적화 문제다

막연하던 생각이 여기서 문제의 꼴을 갖췄다. 지역 하나를 고르면 기계가 다음을 내놓는 것이다.

  • 어느 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지 (1.0~2.5km 닫힌 고리)
  • 구간마다 몇 차로를 막을지 (전부 막을지, 한쪽만 막고 나머지는 차를 흘릴지)
  • 결승선과 무대, 관중석, 광고판을 어디에 둘지

웹앱 설계 흐름도. 1 지역 고르기, 2 데이터 모으기(OSM 도로·차로, TOPIS 교통량, 생활인구·지하철 출입구, 버스 노선), 3 코스 후보 만들기, 4 교통 비용 매기기, 5 시설 놓기(결승선·관중석·광고판·밀도 검사), 6 내보내기(통제표·우회 안내·내비 피드). 3과 4가 붉게 강조돼 있다

조각마다 이미 연구가 있다. 놀랍게도 마라톤이나 크리테리움 코스를 최적화한 논문은 여러 번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쪼개 놓은 문제들은 하나하나 오래된 분야다.

단계기대는 연구·도구이 앱에서 하는 일
도로망 받기OSMnx (Boeing, 2017)선택 영역의 도로·차로 수·폭 태그를 그래프로
고리 만들기고정 길이 순환 경로 (Lewis & Corcoran, 2024), 오리엔티어링 문제 (Vansteenwegen 외, 2011)길이 제약 안에서 가치 높은 고리 찾기
차로를 빼앗는 비용로드 다이어트 네트워크 설계 (Sohn, 2011), 차로 폐쇄 일정 최적화0733-947X(2004)130:3(322)) (Ma 외, 2004)자전거에 차로를 내주면서 운전자 지연을 최소화
통제 효과 모의UXsim (Seo, 2025), SUMO (Lopez 외, 2018)후보마다 통제 뒤 교통을 다시 흘려 봄
행사 교통 관리FHWA 계획 특별행사 교통 관리 핸드북 (2003)전면·부분 통제, 우회, 교통관리계획 양식
관중석 배치최대 피복 입지 문제 (Church & ReVelle, 1974), PySAL spopt정해진 개수로 코스를 가장 많이 보는 자리
광고판 배치궤적 기반 광고판 배치 (Zhang 외, KDD 2018)사람·카메라가 지나가는 궤적 위 노출 극대화
밀집 안전이태원 참사 원인 분석 (Liang 외, PLOS ONE 2024)생활인구로 관중 밀도를 미리 점검

가장 가까운 선례는 슈퍼볼이다.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2015년 슈퍼볼 경기장 주변의 도로 통제·차로 반전·주차장·승하차 지점을 함께 최적화해, 기본 운영안보다 차량 운행 시간을 39.6% 줄였다(학회 확장 초록). 직관을 거스르는 연구도 있다. 윤혜진·마이클 개스트너·정하웅 연구진은 보스턴 도로 246개를 하나씩 막아 보는 계산에서 그중 6개는 막았더니 오히려 전체 통행 시간이 줄었다고 보고했다(브라에스 역설). 어떤 길은 막아도 도시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길을 찾아 코스를 그리는 것이 이 앱의 핵심이다.

데이터도 한국에 이미 있다.

데이터어디서쓰는 곳
지점별 시간대 교통량서울 TOPIS 오픈 API, 교통량 이력구간별 통제 비용, 대회 시간대 고르기
링크별 차로 수·도로 등급전국 표준노드링크OSM 차로 태그가 빈 곳 보충
시간대별 생활인구서울 생활인구관중 수요, 밀집 점검
실시간 혼잡도·12시간 예측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대회 당일 안전 감시
버스 노선 경로서울 버스노선 정보코스를 가로지르는 노선 수, 우회 대상

내보내기도 실제로 쓸 데가 있어야 한다. 웨이즈는 도시가 계획된 통제를 내비게이션에 올릴 수 있는 통제 정보 피드를 열어 두었다. 다만 모든 차로를 막은 구간만 받는다. 한쪽 차로만 막는 부분 통제는 지금 형식으로는 알릴 수 없다. 이런 빈틈까지 통제표에 표시해 주는 것도 앱이 할 일이다.

시중 도구를 찾아보면 거리만 맞춰 고리를 그려 주는 Plotaroute 같은 경로 도구가 있고, 통제 표지와 콘을 그리는 교통관리계획 작도 도구가 따로 있다. 코스와 통제안과 관중·광고 배치를 한 번에 내놓는 도구는 이번 조사에서 찾지 못했다.

광화문에서 돌려 본 시제품

설계만 하면 공허해서, 줄타기를 본 그 동네로 바로 돌려 봤다. 광화문에서 시청, 종로까지 약 2.3km × 1.8km 사각형의 OpenStreetMap 도로망을 받았다. 교차점 532개, 도로 구간 1,210개가 나왔다. 계산 규칙은 이렇게 잡았다.

  • 경주 폭은 3차로(9~10m)로 본다. 6차로 이상인 길은 한쪽 3차로만 막고 나머지는 차를 그대로 흘린다(부분 통제). 6차로 미만이면 전부 막는다(전면 통제).
  • 교통 비용은 네 가지를 더한다. 막는 차로 비율 × 도로 등급 × 길이, 전면 통제 구간을 돌아가는 우회 거리, 고리를 가로질러 끊기는 길의 수, 고리 안에 갇히는 교차점 수다.
  • 대회 가치도 네 가지를 더한다. 코너 수(8개까지는 많을수록 가점, 머리핀 같은 급회전은 감점), 결승용 직선 길이, 코스 120m 안 지하철 출입구 수, 코스 옆 광장 면적이다.
  • 교통량 자료를 아직 붙이지 않아서 도로 등급을 교통량 대신 썼다. 실제 앱에서는 TOPIS 시간대 교통량으로 바꿔 끼울 자리다.

왕복 분리 도로를 한 줄로 합치고 1.0~2.4km 닫힌 고리를 전부 찾으니 29개가 나왔다. 교차점 병합 방식만 다를 뿐 거의 같은 고리를 하나로 치면 10갈래다. 아래 지도에서 슬라이더를 「구경거리」 쪽으로 밀면 가치를, 「교통 지키기」 쪽으로 밀면 비용을 더 무겁게 본다. 순위가 바뀌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광화문 일대 크리테리움 코스 후보. 붉은 선은 전면 통제, 주황 선은 3차로 부분 통제다. 검은 점은 결승선·무대, 초록 점은 관중석, 파란 점은 광고판, 보라 점선은 10월 1일 줄타기 줄이 걸렸던 자리다. 구간을 누르면 차로 수와 우회 거리가 나온다.

후보 고리 29개를 교통 비용(가로축)과 대회 가치(세로축)에 찍은 산점도. 왼쪽 위가 좋은 코스다. 시청 앞 1,394m 고리가 가장 왼쪽에 홀로 떨어져 1등을 차지했다

1등은 뜻밖에 광화문광장이 아니라 시청 앞을 도는 1,394m 고리였다. 세종대로를 타고 시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반환한 뒤 무교로와 을지로 쪽으로 서울광장을 감싸고 돈다. 북쪽 반환점에 닿기 직전, 코스는 줄타기 줄이 걸렸던 코리아나호텔과 동아미디어센터 사이를 지난다. 엿새 전 그 줄 바로 아래다.

구간차로(OSM)막는 차로길이비고
세종대로 (시청→북쪽 반환→시청)163 (부분)847m나머지 13차로는 차가 다닌다
소공로6 (추정)3 (부분)134m
을지로33 (전면)119m우회 +487m
무교로44 (전면)116m우회 +91m
세종대로20길4 (추정)4 (전면)178m우회 +258~303m

한 바퀴 1,394m 가운데 전면 통제는 413m뿐이고, 나머지 70%는 한쪽 차로만 빌린다. 고리 안에 갇히는 교차점은 0개다. 가장 긴 직선은 세종대로 450m라서 결승선은 시청 앞 직선 끝에 놓였다. 관중석 네 곳은 시청역 출입구가 몰린 남쪽 소공로 코너, 북쪽 반환점, 무교로 코너, 프레스센터 앞 코너에 놓였고, 광고판은 큰 코너를 빠져나오는 자리에 붙었다. 중계 카메라가 선수를 가장 오래 잡는 곳이 코너 탈출부이기 때문이다. 2등과 3등은 종로·우정국로·율곡로·삼일대로를 도는 2.1~2.4km 고리였다. 지하철 출입구는 더 많지만 가로막는 교차로도 많아 점수가 밀렸다.

어디서 틀렸나

시제품이 내놓은 답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럿 있다.

  • 세종대로 16차로는 OSM 태그의 숫자다. 분리 도로 양쪽에 '8차로'라고 적혀 있는데, 버스·회전 차로까지 센 것인지 현장과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세종대로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다. 가장자리 3차로를 막으면 버스 정류장 접근이 어떻게 되는지 시제품은 모른다. 버스 노선 경로 데이터를 붙여야 하는 이유다.
  • 1등 코스에 머리핀 반환이 두 개 있다. 분리 도로를 올라갔다 내려오는 구조라 생긴다. 프로 크리테리움에도 반환 구간은 있지만 낙차 위험이 크다. 감점을 1.5점으로 둔 것이 적당한지는 선수와 대회 운영자에게 물어야 한다.
  • 교통량 대신 도로 등급을 썼다. 일요일 오전 세종대로와 금요일 저녁 세종대로는 다른 길이다. TOPIS 시간대 교통량과 UXsim 같은 모의를 붙이면 '몇 시에 열면 가장 덜 막히는가'까지 답할 수 있다.
  • 서울광장은 늘 다른 행사가 있다. 광장 면적을 가치로 쳤지만, 그 광장이 그날 비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 관중 밀도는 아직 계산하지 않았다. 관중석을 지하철 출입구 가까이 놓으면 사람이 한곳으로 몰린다. 2022년 이태원 참사를 분석한 Liang 외(2024)가 바로 서울 생활인구 자료를 썼다. 같은 자료로 대회 시간대의 밀도를 미리 검사하는 단계는 빼면 안 된다.

도시는 이미 경기장이다

정리하면 웹앱이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길이 제약 안에서 고리를 만들고, 고리마다 도시가 치르는 값을 매기고, 남은 공간에 사람과 광고를 놓는다. 셋 다 오래된 최적화 문제다. 새로운 것은 서울에 이 계산을 돌릴 데이터가 대부분 공개돼 있다는 점이다.

광화문 하늘의 줄은 한나절 만에 걷혔다. 그 아래 세종대로는 다음 날 다시 차로 찼다. 도시를 하루 빌려 쓰는 행사가 늘어나려면 "이 길을 이만큼 막으면 도시가 이만큼 불편해진다"는 숫자를 행사 전에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시청 앞 1,394m 고리는 그 숫자를 처음 뽑아 본 결과다. 다음에는 교통량을 붙여 '일요일 아침 9시, 이 고리라면 우회 차량 몇 대'까지 계산해 보고 싶다.

한마디 0

아직 한마디도 없소. 먼저 보태시오.

한마디 보태려면 들어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