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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여름의 끝에서 다시 읽는, 오래된 공책과 손글씨와 그 사이에 낀 영수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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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6-08-20T22:57:37+00:00
author: 오시오 편집부
summary: 서랍 맨 아래에서 나온 공책 한 권. 스무 장쯤 쓰다 만 그 공책에는 계획 대신 영수증과 버스표와 누군가의 전화번호가 끼워져 있었다. 기록은 남기려 할 때보다 남겨질 때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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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끝에서 다시 읽는, 오래된 공책과 손글씨와 그 사이에 낀 영수증에 관하여

서랍 맨 아래 칸은 언제나 지층 같다. 위쪽은 최근이고 아래로 갈수록 오래된 것이 나온다.

## 스무 장짜리 공책

첫 장에는 그해의 계획이 적혀 있었다. 둘째 장부터는 계획이 아니라 목록이었다.
사야 할 것, 갚아야 할 것, 미뤄둔 것. 열 장쯤 넘어가면 글씨가 급해진다.

1.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2. 목록은 대부분 지워졌다
3. 그 사이에 낀 종이들만 그대로다

끼워져 있던 영수증에는 날짜와 금액과 상호가 남아 있다.
그날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얼마를 냈는지는 적혀 있다.

> 기록은 남기려 할 때보다, 남겨질 때 더 정확하다.

공책은 다시 서랍 맨 아래로 돌아갔다. 다음에 꺼낼 때는 또 다른 지층이 위에 쌓여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