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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인사평가가 끝나면 사람이 나간다 (2) — 리더가 할 일은 판을 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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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6-09-15T13:07:34+00:00
author: SYSOP
summary: 리더가 8월에 물어야 할 네 가지와,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전제. 위임은 오늘부터 할 수 있지만 일관성은 시간이 지나야만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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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평가가 끝나면 사람이 나간다 (2) — 리더가 할 일은 판을 까는 것

앞선 글에서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했다. 결국 경영진과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끝냈으니, 이번에는 그럼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써보려 한다. 알겠지만 경영진은 생각보다 잘 안바뀐다.

## 8월에 물어야 할 네 가지

![창가 원탁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두 사람](/uploads/e63878d154f7b5fa.jpg)

영상은 8월 즈음 게시되었는데, 이 시기에 리더가 직원들에게 점검해야 할 것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연초에 설정한 목표가 현재도 유효한가
2. 지금 몇 퍼센트쯤 진행되었나
3. 막히거나 어려운 일 중 리더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4. 남은 올해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이 체크리스트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연 단위 계획은 잘 맞지 않는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의 목표와 방향이 제법 자주 바뀌기 때문에 연 단위의 계획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담당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수시로 점검해서 구성원들과 협의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나는 주 단위로 개개인의 업무를 점검하면서 방향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제법 도움이 되었다. 평가 기록은 주 단위의 면담 결과 등을 모두 기록하여 월 단위로 수행했다. 추적 가능한 기록이 만들어지면 비교 평가 역시 수월해진다.

## 판을 깔아주는 사람

![노트에 무언가 적어 내려가는 손 사진](/uploads/2d57966912ecdc7d.jpg)

체크리스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3번과 4번이다.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조직이 잘 운영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전제와 원리가 있다.

### 하나, 적절한 위임과 동기 부여

좋은 리더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하고, 실무에 손을 대는 것은 되도록 구성원들에게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의 바쁜 관리자들은 조직 구성원을 온전히 믿지 못하거나 역량을 키워주지 못해 직접 모든 회의와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쁘고 지쳐 있다.

나는 처음 관리자였을 때 정말 바쁘고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대부분의 업무를 위임하고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큰 결정을 내리거나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구성원이 본인의 역량을 키우면서도 조직과 방향을 맞춰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도록 독려하고, 그 목표가 구성원 자신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것. 이것이 당장 안 되는 업무를 쳐내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이득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각자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 둘, 말한 기준을 끝까지 지키는 것

두 번째는 일관성이다. 연초에 말한 기준이 연말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적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앞선 글에 썼던 그 엑셀 파일이 왜 문제였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배점이 이상해서만은 아니었다. 팀장들이 매월 평가를 기입했는데 마지막에 임원 몇 명이 그것을 뒤집었다는 쪽이 더 문제였다. 한 번 뒤집히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아무도 그 기준을 기준으로 여기지 않는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매긴 점수가 어차피 지워질 것을 아는 사람이 무슨 근거로 팀원과 이야기를 하겠나.

체크리스트의 3번도 여기에 걸린다. 막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말은, 그 말을 한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치워준 적이 있을 때만 답을 받는다. 한두 번 흘려보내면 다음부터는 다들 괜찮다고만 한다. 판을 깔아준다는 것은 결국 말한 대로 하는 일이 반복되어 쌓이는 것이지, 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닌 셈이다.

나는 이쪽이 위임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위임은 마음먹으면 오늘부터 할 수 있지만, 일관성은 시간이 지나야만 증명되기 때문이다.

## 맺으며

결국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앞의 네 가지를 제때 묻고, 들은 답을 적어두고, 말한 대로 하는 정도다.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시시해 보이지만 이쪽이 더 어렵고 오래 걸린다.

실력이 없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다만 실력이 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해 사람이 떠나는 일은 줄일 수 있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결국은 리더가 키를 잡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주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과나 행보가 정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힘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