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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일은 얼마나 작게 쪼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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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6-10-20T08:38:32+00:00
author: SYSOP
summary: 노트에는 '지금 하는 일을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누고 쪼개 본다'고 적혀 있었다. 데카르트의 둘째 규칙, 애덤 스미스의 핀 공장, 포드의 조립 라인, 은하 90만 개를 10만 명이 나눠 분류한 갤럭시 주까지, 쪼개기가 일을 얼마나 바꿔 왔는지 숫자로 따라갔다. 가까운 목표를 받은 아이들, 쪼개서 적으면 정확해지는 일정, 도장 두 개가 미리 찍힌 커피 쿠폰처럼 쪼개면 왜 덜 힘든지를 보여 주는 연구도 모았다. 같은 사람들이 남긴 경고, 곧 쪼갤수록 늘어나는 소통 비용과 사람을 작게 만드는 분업, 중간 표지에서 쉬어 버리는 마음까지 함께 적었다. 오늘의 한 페이지 열아홉 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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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얼마나 작게 쪼개야 할까

![크라프트색 바탕 왼쪽에 「일은 얼마나 작게 쪼개야 할까」라는 제목이 있고, 그 아래 큰 사각형 하나가 넷, 열여섯, 예순넷 조각으로 차례로 잘게 나뉘어 있다. 오른쪽 줄 노트에는 「지금 하는 일을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누고 쪼개 본다.」가 적혀 있다](/uploads/d0311b3640b87c0e.webp =720)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쳤더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 지금 하는 일을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나누고 쪼개 본다.

새로운 말은 아니다. 일을 작게 나누라는 조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일을 잘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라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컴퓨터공학에는 아예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나도 이 방법을 자주 쓴다. 일을 작게 쪼개 놓으면 막막하던 목표가 오늘 끝낼 수 있는 일로 바뀐다. 하나씩 지워 나가다 보면 작은 성취감이 쌓여서, 일이 힘든지도 모르고 하게 될 때가 많다. 여럿이 나눠 맡기도 쉬워진다.

예전에 「회사 이야기」에서 큰 프로젝트를 아흔한 개의 작은 마일스톤으로 쪼갰던 경험을 쓴 적이 있다. 그때는 내 경험이 중심이었다. 오늘은 바깥을 둘러보려고 한다. 이 방법이 정말 그렇게 좋은지,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노트에 적힌 대로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까지 쪼개는 게 맞는지.

## 가능한 만큼, 그리고 필요한 만큼

쪼개라는 말을 글로 남긴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데카르트일 것이다. 1637년 『방법서설』에서 그는 생각을 바르게 이끄는 네 가지 규칙을 적었는데, 그 둘째가 이것이다.

> 내가 검토하는 어려움 하나하나를, 될 수 있는 한, 그리고 그것을 잘 풀기 위해 필요한 만큼 작은 부분으로 나눌 것.

원문에는 '조각(parcelles)'이라는 낱말이 쓰였다([MacTutor](https://mathshistory.st-andrews.ac.uk/Extras/Descartes_Method/)). 이 문장을 다시 읽다가 노트의 문장과 다른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데카르트는 '될 수 있는 한'에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뒤에 '필요한 만큼'을 붙였다. 끝없이 잘게 쪼개라는 말이 아니라, 풀리는 크기가 될 때까지 쪼개라는 말이다.

이 차이는 글의 끝에서 다시 꺼내려고 한다. 우선 쪼개기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부터 보자.

## 핀 하나를 열여덟 번에 나눠 만들던 공장

1776년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첫 장을 핀 공장 이야기로 열었다. 핀 하나를 만드는 일을 그는 약 열여덟 공정으로 나눴다. 철사를 펴는 사람, 자르는 사람, 끝을 뾰족하게 가는 사람, 머리를 붙일 자리를 가는 사람이 따로 있다. 머리를 만드는 데만 두세 공정이 들고, 핀을 하얗게 칠하고 종이에 꽂는 것도 각각 하나의 일이다.

스미스가 본 작은 공장에는 열 사람이 있었다. 이들은 하루에 핀 12파운드를 만들었다. 1파운드에 핀이 4,000개 넘게 들어가니 하루 48,000개 이상, 한 사람에 4,800개꼴이다. 스미스는 같은 사람들이 각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만들었다면 "하루에 스무 개는커녕 하나도 못 만들었을지 모른다"고 썼다([Cambridge 발췌](https://www.cambridge.org/core/books/poverty-progress-and-population/two-kinds-of-capitalism-two-kinds-of-growth/C376DD9C098D880AD3E94D9274388DA9)). 스무 개로 잡아도 240배다.

그로부터 137년 뒤 미국 디트로이트 북쪽 하일랜드파크에서 같은 생각이 한 번 더 크게 움직였다. 1913년 10월 7일, 포드는 차체를 밧줄로 끌어 노동자 앞을 지나가게 하는 이동식 조립 라인을 처음 돌렸다. 노동자는 제자리에 서서 자기 공정 하나만 했다. 몇 달 동안 라인을 고치고 공정을 더 잘게 나눈 끝에, 1914년 초에는 모델 T가 93분마다 한 대씩 나왔다. 예전처럼 차를 한자리에 세워 두고 조립할 때는 한 대에 12시간 30분이 걸렸다([The Henry Ford](https://thehenryford.org/explore/blog/ford-methods-and-the-ford-shops)).

여기까지만 보면 쪼개기는 마법 같다. 핀은 240배, 자동차는 여덟 배 빨라졌다. 그런데 두 이야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면이 있다. 그건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 컴퓨터는 쪼개는 법을 다시 묻는다

프로그래머는 일을 쪼개는 게 직업이다.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나누고, 작은 문제를 풀고, 그 답을 합친다. 정렬, 검색, 행렬 곱셈 같은 기본 알고리즘 대부분이 이 모양을 하고 있다. 컴퓨터공학은 여기에 질문 두 개를 더 얹었다. 어디를 자를 것인가, 그리고 잘린 조각들을 누가 어떻게 다시 이을 것인가.

첫 질문은 1972년 데이비드 파르나스가 던졌다. 그는 「시스템을 모듈로 나누는 기준에 대하여」라는 짧은 논문에서, 문서의 모든 줄을 낱말 단위로 돌려 가며 알파벳 순으로 늘어놓는 프로그램 하나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눠 보였다([원문](https://cse.sc.edu/~mgv/csce330f24/ParnasCriteria.pdf)). 첫째는 누구나 떠올리는 방식으로, 처리 순서를 따라 입력, 회전, 정렬, 출력으로 나눈다. 둘째는 '나중에 바뀔지도 모르는 결정' 하나씩을 한 모듈 안에 숨기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메모리에 어떻게 담을지, 정렬을 언제 할지 같은 결정이 각각 한 모듈에 갇힌다.

두 프로그램은 똑같이 잘 돌아간다. 차이는 무언가를 바꿔야 할 때 드러난다. 첫째 방식에서는 데이터 담는 방법 하나를 바꾸면 모듈 거의 전부를 고쳐야 한다. 둘째 방식에서는 그 결정을 숨긴 모듈 하나만 고치면 된다. 같은 크기로 나눠도 칼금을 어디에 긋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다르다. 파르나스의 논문은 지금도 소프트웨어 설계 수업에서 읽힌다.

둘째 질문은 프레더릭 브룩스가 1975년 『맨먼스 미신』에서 던졌다. IBM에서 대형 운영체제 개발을 이끌었던 그는 이렇게 썼다. "늦어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 사람을 더 넣으면 더 늦어진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사람과 개월을 맞바꾸려면 일이 서로 말할 필요가 없도록 나뉘어 있어야 한다. 조각들이 서로 맞물려 있다면 사람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맞춰야 한다. 그 경로의 수는 n(n−1)/2로 늘어난다([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Brooks%27s_law)).

![사람 수에 따라 소통 경로가 어떻게 늘어나는지 보여 주는 그림. 3명은 3개, 5명은 10개, 10명은 45개, 15명은 105개의 선으로 서로 이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같은 15명이 서로 이어지지 않고 각자 조각 하나씩만 가진 모습이 대비되어 있다](/uploads/23c305082ec977d2.webp =720)

다섯 명이면 10개, 열 명이면 45개, 열다섯 명이면 105개다. 사람을 세 배로 늘리면 맞춰야 할 관계는 열 배가 된다. 브룩스는 이걸 한 문장으로 줄였다. "아이를 낳는 데는 아홉 달이 걸린다. 여자를 몇 명 배정하든."

그러면 반대로, 조각들이 서로 전혀 이어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을 보여 준 실험이 있다.

## 은하 90만 개를 10만 명이 나눠 보다

2007년 영국 옥스퍼드의 천문학자들은 곤란한 처지였다. 슬론 디지털 전천 탐사(SDSS)가 찍은 은하 사진이 약 90만 장 있었는데, 각 은하가 나선형인지 타원형인지를 사람 눈으로 가려야 했다. 컴퓨터는 아직 이 일을 믿을 만하게 하지 못했다. 이 일을 처음 맡았던 대학원생 케빈 샤빈스키는 일주일 동안 혼자 5만 개를 분류하고 "머리가 멍해질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 속도로 혼자 하면 넉 달이 넘게 걸리고, 한 사람의 눈만 믿어야 한다.

그들은 일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갰다. 은하 사진 한 장을 보고 '나선, 타원, 모르겠음' 중 하나를 누르는 일. 천문학을 몰라도 몇 분 설명을 읽으면 할 수 있다. 그리고 '갤럭시 주(Galaxy Zoo)'라는 이름으로 웹에 열었다. 2007년 7월 11일 문을 열고 열두 시간 만에 한 시간에 2만 건씩 분류가 들어왔다. 열흘 만에 800만 건이 쌓였다. 약 175일 동안 10만 명 넘는 사람이 4,000만 건 넘게 분류했다. 은하 하나를 평균 38명이 본 셈이다. 운영진은 2~3만 명쯤 와 주기를 바랐다고 한다([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Galaxy_Zoo), [Lintott 외](https://arxiv.org/pdf/1303.7118)).

브룩스의 법칙이 여기서는 걸리지 않는다. 은하 한 장을 분류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와도 말할 필요가 없다. 조각이 작을 뿐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었다. 같은 은하를 여러 사람에게 보여 줘서 서로 확인하게 한 덕분에, 전문가가 없어도 결과를 믿을 수 있었다. 2017년까지 이 프로젝트에서 나온 논문이 60편이다. 분류하던 사람들이 사진 속 작고 둥근 초록 점을 이상하다며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게 '그린 피(Green Pea)'라는 새로운 종류의 은하로 보고되기도 했다.

내가 처음에 말한 '여럿이 나눠 하기 좋다'는 이렇게 조건이 붙는 말이다. 작게 쪼갠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조각이 서로를 기다리지 않아야 한다.

## 쪼개면 왜 덜 힘들까

이제 노트의 두 번째 이유, 작게 쪼개면 덜 힘들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로 가 보자. 심리학에는 이걸 직접 실험한 연구가 꽤 있다.

1981년 앨버트 반두라와 데일 셩크는 산수를 몹시 못하고 싫어하던 초등학생들을 모았다. 아이들은 연습 문제집을 스스로 풀어 나갔는데, 연구진은 아이들을 세 무리로 나눴다. 한 무리에는 '이번 시간에 몇 쪽까지'처럼 가까운 목표를 줬다. 다른 무리에는 '모든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전부'라는 먼 목표를 줬다. 마지막 무리에는 목표를 주지 않았다.

가까운 목표를 받은 아이들만 눈에 띄게 달라졌다. 빨리 나아갔고, 실제로 계산을 익혔고,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정도(자기효능감)가 올라갔다. 처음엔 싫어하던 산수에 흥미까지 생겼다. 먼 목표를 받은 아이들은 목표가 없던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원문](https://uploads-ssl.webflow.com/59faaf5b01b9500001e95457/5bc552d85141987915dab842_Bandura%20&%20Schunk,%201981.pdf)). 목표의 총량은 같았다. 달라진 건 그 목표를 얼마나 가까이 끌어다 놓았느냐뿐이다.

3년 뒤 조직심리학자 칼 와이크는 같은 생각을 사회 문제로 넓혔다. 1984년 논문 「작은 승리」에서 그는 빈곤이나 범죄 같은 문제를 너무 큰 규모로 정의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판단의 한계를 넘고, 불안이 지나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제를 '그냥 문제' 크기로 다시 잡고, 끝이 분명하고 중간쯤 중요한 성과를 하나씩 거두라고 했다. 그런 작은 승리가 쌓여 패턴이 되면 우군이 모이고 반대가 줄어든다([원문](https://homepages.se.edu/cvonbergen/files/2013/01/Small-Wins_Redefining-the-Scale-of-Social-Problems.pdf)). 지금은 흔히 쓰는 '스몰 윈'이라는 말이 이 논문에서 나왔다.

쪼개기에는 덜 알려진 효과가 하나 더 있다. 일의 진짜 크기가 보인다. 사람은 일을 통째로 놓고 시간을 예측하면 대개 짧게 잡는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계획 오류라고 부른다. 2004년 저스틴 크루거와 매트 에번스는 「늦기 싫으면 나열하라」라는 논문에서, 같은 일을 단계별로 하나하나 적어 보게 하면 예측이 길어지고 실제 걸린 시간에 더 가까워진다는 결과를 냈다([Wikipedia](https://en.wikipedia.org/wiki/Planning_fallacy)). 통째로 떠올린 계획에는 빠진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결과가 꽤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쪼갠다고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막연하게 큰 것보다, 정확히 큰 것이 덜 무섭다.

쪼갠 조각 중에서도 가장 작은 단위는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다음 동작 하나'다. 피터 골비처는 목표를 "만약 상황 X가 오면, 나는 Y를 한다"는 모양으로 내려 적게 하는 방법을 오래 연구했다. '운동을 하겠다' 대신 '퇴근해서 현관에 가방을 내려놓으면 바로 운동화를 신는다'처럼 적는 것이다. 2006년 그와 파스칼 시런이 94개 검증을 모아 분석했더니, 이렇게 계획한 쪽이 목표를 이루는 데 중간에서 큰 정도의 효과가 있었다(효과크기 d=0.65)([Frontiers](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psychology/articles/10.3389/fpsyg.2021.565202/pdf)).

## 도장 두 개가 미리 찍힌 쿠폰

쪼개면 덜 힘든 이유를 가장 재밌게 보여 주는 실험은 커피 쿠폰에서 나왔다.

2006년 컬럼비아대의 란 키베츠와 동료들은 대학 카페에서 '열 잔 마시면 한 잔 공짜' 쿠폰을 나눠 주고 사람들이 언제 오는지 기록했다. 공짜 잔이 가까워질수록 손님들은 점점 더 자주 왔다.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쥐가 더 빨리 달린다는, 1930년대 클라크 헐의 '목표 기울기' 가설이 사람의 커피 습관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다음 실험이 더 흥미롭다. 한 무리에는 열 칸짜리 빈 쿠폰을 줬다. 다른 무리에는 열두 칸짜리 쿠폰에 도장 두 개를 미리 찍어 줬다. 어느 쪽이든 공짜 커피를 받으려면 열 잔을 더 마셔야 한다. 그런데 도장 두 개가 찍힌 쪽이 열 잔을 더 빨리 채웠다([원문](https://business.columbia.edu/sites/default/files-efs/pubfiles/1200/goalgradient.pdf)). 남은 거리는 같았는데, 이미 조금 왔다는 느낌이 속도를 바꿨다.

2012년 시카고대의 아옐렛 피시바크와 구민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해 놓은 것'을 보는 편이, 거의 끝나 갈 때는 '남은 것'을 보는 편이 동기를 더 높였다. 어느 쪽이든 작은 숫자를 보라는 얘기다. 작은 숫자는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움직인 것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은 이걸 '작은 영역 가설'이라고 불렀다([IDEAS](https://ideas.repec.org/a/oup/jconrs/doi10.1086-663827.html)).

일을 잘게 쪼개 두면 언제든 작은 쪽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열 개 중에 하나 했다', 끝에는 '하나 남았다'. 쪼개기가 덜 힘든 이유의 상당 부분은 일 자체보다 진척이 보이는 방식에 있는지도 모른다.

## 같은 사람들이 남긴 경고

여기까지 쓰고 나니 노트의 문장에 그대로 동의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앞에서 미뤄 둔 두 이야기의 뒷면이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1권에서 분업을 찬양했지만, 같은 책 5권에서는 정반대처럼 들리는 문장을 썼다. 평생 몇 가지 단순한 동작만 되풀이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풀 방법을 궁리할 일이 없다. 그런 어려움이 아예 생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는 생각하는 습관을 잃고 "인간이 될 수 있는 한 가장 어리석고 무지해진다." 스미스는 그래서 나라가 노동자의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Pitt 발췌](https://sites.pitt.edu/~syd/ASIND.html)). 분업의 아버지가 같은 책에서 분업의 그늘까지 적어 두었다.

포드의 공장에서는 그 그늘이 숫자로 나타났다. 일이 단조로워지자 사람들이 그만두기 시작했다. 1913년 포드의 이직률은 약 370%였다. 1만 3~4천 명을 유지하려고 한 해에 5만 명 넘게 뽑아야 했다([The Henry Ford](https://www.thehenryford.org/collections/explore/articles/fords-five-dollar-day), [TribLive](https://archive.triblive.com/opinion/featured-commentary/henry-ford-didnt-pay-5-a-day-just-to-be-nice/)). 1914년 1월 포드가 발표한 그 유명한 '하루 5달러'는 노동자가 자기가 만든 차를 사게 하려는 선의로 자주 소개되지만, 실제로는 이직을 막으려는 계산이 컸다는 해석이 많다. 그 5달러도 기본급 약 2.3달러에 조건을 채워야 받는 이익 배분 약 2.7달러를 더한 것이었다.

심리학에도 경고가 있다. 2008년 온 아미르와 댄 애리얼리는 중간 표지가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실험 결과를 냈다.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때는 중간 표지가 불확실함을 줄여 줘서 성과도 오르고 일도 더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거리가 분명할 때는 중간 표지가 오히려 안주를 부른다. 하나 끝냈다는 안도감에 쉬어 버리고, 최종 목표에서 눈을 떼고, 성과도 흥미도 떨어진다([Duke](https://scholars.duke.edu/publication/810355)). 논문 제목이 '월계관 위에서 쉬기'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 너무 잘게 쪼갤 때 | 근거 | 한 줄 |
|---|---|---|
| 사람이 작아진다 | 스미스 『국부론』 5권 (1776) | 같은 조각만 되풀이하면 생각할 일이 사라진다 |
| 사람이 떠난다 | 포드 하일랜드파크 (1913) | 효율은 올랐고 이직률은 370%가 됐다 |
| 잇는 비용이 커진다 | 브룩스 『맨먼스 미신』 (1975) | 맞물린 조각은 나눌수록 소통이 늘어난다 |
| 칼금을 잘못 긋는다 | 파르나스 (1972) | 순서대로 자르면 바뀔 때 다 같이 흔들린다 |
| 중간에서 쉬어 버린다 | 아미르·애리얼리 (2008) | 거리가 분명할 때 중간 표지는 안주를 부른다 |
| 쪼개도 소용없는 일이 있다 | 크루거·에번스 (2004) | 단계가 몇 개 안 되는 일은 나열해도 예측이 별로 안 바뀐다 |

![1637년부터 2012년까지 쪼개기에 관한 생각과 사례를 한 줄 연표로 정리한 그림. 위쪽에는 데카르트, 스미스, 포드, 파르나스, 브룩스, 갤럭시 주 같은 일하는 방식의 사례가, 아래쪽에는 반두라·셩크, 와이크, 크루거·에번스, 골비처·시런, 키베츠, 아미르·애리얼리, 구·피시바크 같은 심리학 연구가 놓여 있다](/uploads/653d2cf8363aa108.webp =720)

## 가장 작은 단위는 어디까지일까

다시 노트로 돌아간다.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이제 나는 이 문장에 데카르트처럼 한 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가능한 만큼, 그리고 필요한 만큼.

오늘 모은 사례들을 겹쳐 보면, 좋은 조각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지금 바로 손이 가는 크기여야 한다. 반두라의 아이들이 받은 '이번 시간에 몇 쪽', 골비처의 '가방을 내려놓으면 운동화', 갤럭시 주의 '사진 한 장에 버튼 하나'가 그렇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크기다.

둘째, 혼자 끝낼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다른 조각을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과 계속 맞춰야 하는 조각은 아무리 작아도 작은 게 아니다. 브룩스가 경고한 소통 비용은 조각과 조각을 잇는 실에서 생긴다. 파르나스가 말한 대로, 무엇을 기준으로 자르느냐가 크기보다 먼저다.

셋째, 왜 하는지 잊지 않을 크기여야 한다. 스미스의 노동자는 핀 머리를 가는 일만 했고, 그 일이 무엇의 일부인지 생각할 일이 없었다. 포드의 노동자는 떠났다. 아미르와 애리얼리의 실험에서 중간 표지가 역효과를 낸 것도 사람들이 최종 목표에서 눈을 뗐을 때였다. 조각을 들고 있으면서도 그게 어디에 들어갈 조각인지 보여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가장 작은 단위'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크기가 아니다.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고, 혼자 끝낼 수 있고, 다 끝냈을 때 전체 그림의 어디가 채워졌는지 알 수 있는 크기다. 그보다 작게 쪼개면 조각을 관리하는 일이 일보다 커진다.

오늘 이 글도 그렇게 썼다. 노트 한 줄을 받아 사례를 모으고, 사례를 쓸 것과 버릴 것으로 나누고, 절을 하나씩 채웠다. 다 쓰고 나니 처음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다. 크루거와 에번스가 맞았다.

『오늘의 한 페이지』는 아이디어 노트를 아무 데나 펼쳐, 거기 적힌 한 줄에 그날의 생각을 얹는 연재다. 오늘의 한 줄은 쪼개기에 관한 것이었고, 덕분에 이 연재가 왜 한 번에 한 페이지인지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