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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체, 레이저, 카메라는 왜 다른 답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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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6-10-14T13:34:53+00:00
author: SYSOP
summary: 커피 가루를 체, 레이저, 카메라로 재면 세 개의 답이 나온다. 정답을 아는 가상 가루를 만들어 세 측정기에 넣어 보니, 입자가 공이면 1% 안에서 맞던 답이 커피 모양에서는 547, 691, 977 µm로 갈렸다. 레이저 회절이 실제로 무엇을 재는지, '레이저가 정답'이라는 믿음이 어디까지 맞는지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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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 레이저, 카메라는 왜 다른 답을 하나

지난 두 글에서 분쇄도 숫자를 읽기 전에 물어야 할 것 두 가지를 정했다. 무엇을 지름이라고 불렀는지, 그리고 무엇의 몇 퍼센트로 셌는지. 이번에는 숫자를 내놓는 기계 쪽을 본다.

커피 가루의 크기를 재는 방법은 크게 셋이다. 체에 거르거나, 레이저를 쏘거나, 사진을 찍는다. 같은 가루를 세 방법으로 재면 세 개의 답이 나온다. 어느 것이 맞는 답일까. 흔히 듣는 대답은 "레이저가 정답"이다. 연구실 장비이고, 비싸고, 결과가 매끈한 곡선으로 나오니 그렇게 믿기 쉽다. 이번 글에서는 정답을 아는 가상의 커피 가루를 만들어 세 측정기에 넣어 보고, 그 믿음을 따져 본다.

## 같은 가루, 세 개의 답

입자 측정 장비 회사 마이크로트랙은 커피 가루를 여러 방법으로 잰 응용 노트를 공개했다. 같은 가루를 사진 분석 장비(가루를 흘려 떨어뜨리며 카메라 두 대로 찍는 CAMSIZER X2)와 레이저 회절 장비로 재 보니, 사진 분석은 길이 2 mm까지 가는 입자를 찾았는데 레이저 결과에는 1,200 µm보다 큰 입자가 하나도 없었다. 반면 중앙값(d50)과 200 µm 미만 미분의 비율은 두 방법이 잘 맞았다. 노트는 레이저가 입자의 폭과 길이를 평균한 값을 낸다고 설명한다. 사진 분석이 내는 크기 가운데 등가원 지름과 가장 가깝지만 분포가 더 넓게 퍼진다는 것이다.

체 결과는 사진 분석의 '폭'과 잘 맞았다. 그리고 노트는 이렇게 적었다. 커피 가루처럼 모양이 불규칙한 입자에서는 체와 레이저의 결과를 합리적이고 믿을 만하게 비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장비를 파는 회사의 자료이고, 노트에는 중앙값 숫자가 실려 있지 않다. 체와 레이저로 같은 커피를 재고 차이를 숫자로 보고한 동료심사 논문은 이번 조사에서 찾지 못했다.

세 방법이 서로 다른 답을 한다는 사실까지는 장비 회사도 인정한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얼마나 큰지를 계산해 본다.

## 레이저는 그림자의 무늬를 잰다

체와 사진은 지난 글들에서 다뤘다. 레이저 회절은 처음이니 원리부터 보자.

![회색 실험 장비 세트. 가운데 큰 본체 옆면에 MASTERSIZER라고 적혀 있고, 왼쪽에는 투명 덮개가 달린 가루 투입 장치, 오른쪽에는 비커에 담긴 액체를 휘젓는 장치가 관으로 본체와 이어져 있다](/uploads/6546c5d5977b0c5a.webp =720)

*레이저 회절 입도 분석기(맬번 마스터사이저 3000). 가운데가 광학 본체, 양옆이 가루를 공기나 물에 흩어 흘려보내는 장치다. 사진: Ploge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잘라 씀)*

가루를 공기나 물에 흩어 레이저 빛줄기 속으로 흘려보낸다. 빛은 입자 가장자리를 스치며 조금씩 휘어 퍼진다. 이것이 회절이다. 입자 뒤의 검출기에는 동심원 고리 무늬가 맺힌다.

![어두운 배경에 초록색 빛의 동심원 고리 무늬가 비친 판. 가운데 밝은 원반이 있고, 그 바깥으로 밝고 어두운 고리가 번갈아 여러 겹 퍼져 나간다](/uploads/a45a31d630ced610.webp =560)

*작은 구멍을 지난 레이저가 만든 회절 무늬. 입자 하나가 만드는 무늬도 같은 꼴이다(구멍과 같은 크기의 원판은 바깥쪽에 같은 무늬를 만든다). 사진: Anaqreon / Wikimedia Commons (CC0)*

이 무늬에서 크기를 읽는 열쇠는 하나다. 입자가 클수록 빛이 덜 휜다. 첫 번째 어두운 고리가 생기는 각도는 대략 1.22 × 빛의 파장 ÷ 지름이다. 장비에 흔히 쓰는 빨간 레이저(파장 0.63 µm)로 1 mm 입자를 비추면 첫 어두운 고리는 0.04°에 생긴다. 30 µm 미분이면 1.5°다.

![왼쪽 세 칸은 계산한 회절 무늬다. 지름 500 µm 공은 동심원 고리, 지름 250 µm 공은 고리 간격이 두 배로 넓은 무늬, 800 × 400 µm 타원 조각은 조각의 긴 축과 직각 방향으로 길쭉한 타원 고리다. 오른쪽은 가로축이 흩어진 각도(0.01~20°, 로그 눈금)인 세기 그래프로, 1,000 µm 입자는 0.04°, 300 µm는 0.15°, 30 µm는 1.5°에서 첫 어두운 고리(점선)가 생긴다](/uploads/0e385e1449220926.webp =760)

입자가 반으로 작아지면 고리 간격은 두 배로 벌어진다. 길쭉한 조각은 타원형 무늬를 만드는데, 조각이 긴 쪽으로는 무늬가 좁고 짧은 쪽으로는 넓다. 그림자의 푸리에 변환이라서 그렇다. 비전 엔지니어에게 익숙한 관계다.

실제 가루에는 크기가 다른 입자 수백만 개가 있으니, 검출기에는 그 무늬들이 모두 겹쳐 맺힌다. 장비는 이 겹친 무늬를 거꾸로 푼다. 지름이 다른 공들의 무늬를 미리 계산해 두고, 어떤 공들을 얼마나 섞어야 측정한 무늬와 같아지는지 찾는다. 레이저 회절 국제 표준(ISO 13320)이 이 방식을 정하고 있다. 표준은 적용 범위를 약 0.1 µm에서 3 mm로 잡는다. 그리고 결과를 이렇게 정의한다. 측정한 무늬와 같은 무늬를 내는 "공 모양 입자들의 부피 합"으로 크기 분포를 보고한다. 표준 스스로 이유를 밝힌다. 이 기법의 광학 모델이 입자를 공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다.

장비가 잴 수 있는 큰 쪽 한계도 이 각도에서 나온다. 맬번의 마스터사이저 3000은 카탈로그상 3,500 µm까지 재는데, 가장 안쪽 검출기가 0.015°에 있다. 3.5 mm 입자의 첫 어두운 고리가 약 0.013°이니 거의 그 경계다.

여기서 두 가지가 나온다. 첫째, 레이저의 답은 처음부터 공의 크기다. 입자가 공이 아니어도 "같은 무늬를 내는 공"으로 바꿔서 답한다. 둘째, 레이저의 답은 부피 기준이다. 지난 글에서 본 대로 체는 무게, 사진은 개수로 센다.

## 입자 하나, 네 개의 자

납작한 커피 조각 하나를 세 측정기에 넣으면 각각 어떤 크기를 붙일까. 길이 1,000 µm, 폭 710 µm, 두께 355 µm인 조각으로 계산해 봤다. 폭 ÷ 길이 0.71은 가녜 예시 사진에서 잰 입자들의 중앙값이고, 두께 = 폭의 절반은 지난 글들에서 쓴 가정이다.

![왼쪽은 갈색 타원 두 개로, 위는 길이 1,000 µm·폭 710 µm인 위에서 본 모습, 아래는 두께 355 µm인 옆에서 본 모습이다. 오른쪽은 같은 입자에 붙는 크기를 비교한 가로 막대그래프로, 체 561 µm(가장 작은 단면이 빠져나가는 구멍), 부피가 같은 공 632 µm(무게로 따질 때의 크기), 레이저 682 µm(굴러다니는 그림자의 평균 넓이가 같은 공), 카메라 843 µm(누운 모습의 넓이가 같은 원)다](/uploads/e7b42ac9a83c75e0.webp =760)

- **체는 561 µm**라고 답한다. 조각이 가장 작은 단면을 구멍에 맞춰 빠져나갈 수 있는 정사각 구멍의 크기다. 「지름이란 무엇인가」에서 본 대로, 납작한 조각은 대각선으로 기울여 폭보다 작은 구멍도 지나간다
- **카메라는 843 µm**라고 답한다. 종이 위에 넓은 면을 대고 누운 조각의 넓이와 같은 원의 지름이다. 두께는 사진에 찍히지 않는다
- **레이저는 대략 682 µm**라고 답한다. 흘러가는 조각은 사방으로 굴러서, 빛이 보는 그림자는 넓어졌다 좁아졌다 한다. 볼록한 물체를 아무 방향에서나 비춘 그림자의 평균 넓이는 겉넓이의 4분의 1이다(코시의 정리). 그 평균 그림자와 넓이가 같은 공이 682 µm다. 아래 가루 실험에서 레이저의 답은 이 기준과 3% 안에서 맞았다
- **부피가 같은 공은 632 µm**다. 무게로 따질 때 의미 있는 크기다

같은 조각 하나에 561에서 843까지, 1.5배 차이 나는 숫자 네 개가 붙었다. 어느 측정기도 틀리지 않았다. 각자 다른 자를 대고 있을 뿐이다. 입자가 공이라면 네 숫자는 모두 같아진다.

## 가상 가루를 세 측정기에 넣기

입자 하나가 아니라 가루 전체에서는 어떨까. 실제 측정기 세 대를 구할 수는 없으니 컴퓨터 안에 만들었다.

먼저 정답을 아는 가상 가루를 만든다. 지난 글의 미분 포함 모델을 그대로 썼다. 굵은 봉우리는 가녜 사진의 실제 입자 분포를 이어 그린 것이고, 미분 봉우리는 부피로 35 µm에 서며 무게의 20%를 차지한다. 입자마다 길쭉함(폭 ÷ 길이)은 사진에서 잰 1,578개 값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골랐고, 두께는 폭의 절반으로 뒀다. 입자 6,000개를 뽑아, 미분 한 알과 굵은 입자 한 알이 실제 개수 비율대로 무게를 갖도록 가중치를 붙였다.

측정기 세 대는 이렇게 만들었다.

- **체**: 국제 표준 체 눈 크기 13개(45 µm~2.8 mm)를 쌓았다. 입자는 가장 잘 빠지는 자세로 자기가 지나갈 수 있는 가장 작은 체까지 내려간다. 체마다 남은 무게를 단다
- **레이저**: 입자마다 무작위 방향으로 굴려 그림자 타원을 구하고, 그 그림자가 만드는 회절 무늬(프라운호퍼 근사)를 0.01°~30° 사이 고리 검출기 64개에 더했다. 그런 다음 실제 장비처럼 공들의 무늬로 거꾸로 풀었다. 풀이가 들쭉날쭉해지지 않도록 약한 평활화를 넣었다
- **카메라**: 입자가 넓은 면을 대고 누웠다고 보고 등가원 지름을 잰다. 지름 330 µm보다 작은 입자는 보지 못한다. 가녜 예시 사진의 한계다. 부피는 coffeegrindsize처럼 숨은 축을 짧은 축과 같다고 보고 계산한다

이 세 대에 같은 가루를 넣고 무게 기준 누적 곡선을 그렸다. 비교를 위해 입자가 모두 공인 가루도 같은 방식으로 넣었다.

![두 칸으로 된 누적 분포 그래프. 가로축은 입자 크기(5~4000 µm, 로그 눈금), 세로축은 그보다 작은 쪽의 무게 몫이다. 왼쪽 '입자가 모두 공이라면'에서는 부피가 같은 공(검은 점선), 체(초록 점과 선), 레이저(파란 선)가 거의 겹치며 중앙값이 829, 823, 832 µm이고, 카메라(주황)만 330 µm부터 시작해 977 µm다. 오른쪽 '커피 모양'에서는 체 547, 부피가 같은 공 622, 레이저 691, 카메라 977 µm 순서로 곡선이 벌어진다](/uploads/06d440da45ddaac1.webp =760)

| 측정기 | 공 모양 가루 | 커피 모양 가루 |
|---|---|---|
| 정답 (부피가 같은 공) | 829 µm | 622 µm |
| 체 | 823 µm | 547 µm |
| 레이저 | 832 µm | 691 µm |
| 카메라 (330 µm 이상) | 977 µm | 977 µm |

입자가 공이면 체, 레이저, 정답이 1% 안에서 맞는다. 카메라만 크게 나오는데, 330 µm보다 작은 쪽을 아예 못 보니 남은 입자끼리 중앙값을 내서 그렇다. 지난 글에서 본 문제다. 카메라가 모든 입자를 볼 수 있다면 829 µm로 맞는다.

입자가 커피 모양이 되자 답이 갈렸다. 체 547 µm, 레이저 691 µm, 카메라 977 µm. 가장 작은 값과 가장 큰 값이 1.79배다. 측정기는 그대로이고 입자 모양만 바뀌었다. 세 측정기가 다른 답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측정기의 오차가 아니라 커피가 공이 아니라는 데 있다.

## 레이저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레이저는 어떨까. 이 가상 가루에서 레이저는 691 µm라고 답했다. 무게 기준 정답 622 µm보다 11% 크다. 레이저가 답한 것은 무게가 같은 공이 아니라, 평균 그림자가 같은 공에 가깝다. 그 크기의 중앙값은 671 µm로, 레이저 답과 3% 차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두께다. 사진에 안 찍히는 두께를 바꿔 가며 같은 실험을 되풀이했다.

![가로축이 가정한 두께 ÷ 폭(0.2~1.0), 세로축이 부피 중앙값(300~1200 µm)인 선 그래프. 카메라(330 µm 이상, 주황 실선)는 977 µm, 모든 입자가 보일 때의 카메라(주황 점선)는 829 µm에서 수평이다. 레이저(파랑)는 680 µm에서 794 µm로 조금 오르고, 부피가 같은 공(검은 점선)은 458 µm에서 783 µm로 크게 오르며, 체(초록)는 502 µm에서 694 µm로 오른다](/uploads/086e00cf4123b24a.webp =720)

두께가 폭의 0.2배에서 1배로 바뀔 때, 무게 기준 정답은 458 µm에서 783 µm로 71% 움직였다. 체는 502 µm에서 694 µm로 38% 움직였다. 레이저는 680 µm에서 794 µm로 17%만 움직였다. 두께가 폭의 절반 아래로 내려가면 레이저 값은 거의 그대로다. 카메라는 두께를 아예 못 보니 그대로다.

레이저가 이렇게 두께에 둔한 이유는 그림자 넓이에 있다. 얇은 조각이 굴러다니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넓은 면이나 비스듬한 면을 빛 쪽으로 보인다. 옆면만 보이는 순간은 짧다. 그래서 그림자의 평균 넓이는 두께가 얇아져도 크게 줄지 않는다. 반면 무게는 두께에 정비례한다. 레이저는 매끈하고 재현성 좋은 곡선을 내놓지만, 납작한 입자의 무게 분포를 알려 주지는 못한다.

레이저 곡선은 위쪽 꼬리도 길어진다. 무게 기준 정답의 D90은 1,256 µm인데 레이저는 1,521 µm다. 길쭉한 조각이 넓은 면을 빛 쪽으로 돌리고 지날 때는 큰 공처럼 보이고, 그 모습이 분포의 큰 쪽에 더해진다. 마이크로트랙 노트가 레이저 분포가 더 넓게 퍼진다고 한 것과 같은 방향이다.

공이 아닌 입자에서 레이저 결과가 다른 방법과 어긋난다는 것은 표준도 적어 둔 사실이다. ISO 13320은 비구형 입자의 경우 레이저 분포가 침강법이나 체처럼 다른 물리 원리를 쓰는 방법의 결과와 다르다고 명시한다. 커피 밖에서는 숫자도 나와 있다. 판 모양 광물이 많은 흙을 잰 코너트와 반덴베르헤(1997)는 침강법(피펫법)으로 정한 2 µm 경계가 레이저로는 8 µm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맬번의 응용 노트에서는 90~125 µm 체 사이에 걸러 낸 화산재 세 종류를 레이저로 쟀더니 D10이 65~88 µm, D90이 175~225 µm로 나왔다. 체로 90~125 µm 사이에 모은 입자들이 레이저로는 65~225 µm에 걸쳐 퍼져 보인 것이다. 맬번은 이 퍼짐을 입자 모양 탓으로 설명한다. 우리 가상 실험에서 레이저 꼬리가 길어진 것과 같은 방향이다.

재현성과 정확성은 다른 말이다. 레이저 곡선이 매끈하고 다시 재도 비슷하게 나온다는 것은 레이저가 자기 정의를 일관되게 지킨다는 뜻이다. 그 정의가 우리가 알고 싶은 크기라는 뜻은 아니다.

## 미분은 누가 놓치나

중앙값 말고 미분의 몫도 비교했다. 90 µm 체를 통과하는 미분이 무게로 얼마나 되느냐다.

![가로 막대그래프. 90 µm보다 작은 미분의 무게 몫이 정답(가상 시료) 19.7%, 레이저 19.4%, 체(잘 흩어졌을 때) 19.9%, 체(미분 30%가 붙어 남으면) 13.9%, 카메라(330 µm 이상만) 0이다](/uploads/2342c748082a01b4.webp =720)

가루가 잘 흩어져 있다면 체도 레이저도 미분 몫을 정답과 거의 같게 잰다. 미분 입자는 작아서 모양이 조금 달라도 90 µm 경계를 넘나드는 양이 적다. 카메라는 330 µm보다 작은 입자를 보지 못하니 미분이 0이다.

체에는 다른 약점이 있다. 갓 간 커피 가루는 정전기를 띤다. 미국 약전의 체 분석 규정(USP <786>)은 정전기가 문제면 대전 방지제를 0.5% 섞을 수 있다고 하고, 체 위에 남은 것이 낱알인지 뭉친 덩어리인지 확인하라고 적는다. 마이크로트랙 노트도 커피 기름 때문에 가루가 뭉치고 체 틀에 붙고 망이 막힌다며, 200 µm 아래는 공기 분사 체를 쓰라고 권한다. 갈 때 생기는 정전기는 측정된 적이 있다. 멘데스 하퍼 등(2024)은 수분이 적은 원두를 갈면 가루 1 g당 최대 120 nC의 음전하가 생기고, 원두에 물을 g당 5 µL만 더해도 미분과 굵은 입자가 정전기로 뭉친 덩어리가 바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미분이 굵은 입자나 체 망에 붙어 남으면, 체는 그 미분을 굵은 입자의 무게로 센다. 이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측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미분의 30%가 붙어 남는다고 가정하면 체가 잰 미분 몫은 19.9%에서 13.9%로 떨어진다. 30%는 시나리오일 뿐이고, 실제 비율은 원두와 습도와 흔드는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레이저도 가루가 잘 흩어지지 않으면 같은 문제를 겪는다. 뭉친 미분은 큰 입자 하나로 보인다. 그래서 레이저 장비는 압축 공기나 초음파로 가루를 흩는 장치를 단다. 흩는 힘이 너무 세면 이번에는 입자가 깨진다. 어느 쪽이든 측정 전 처리 방식이 결과의 일부가 된다.

## 정답 측정법은 있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측정법마다 자기 질문에 대한 정답을 낸다.

- 체는 "이 가루가 몇 µm 구멍을 얼마나 통과하나"에 대한 정답이다. 필터나 바스켓 구멍, 퍽 사이 틈을 생각할 때 가까운 질문이다
- 레이저는 "이 가루가 빛을 얼마나 가리고 흩뜨리나"에 대한 정답이다. 그림자 넓이는 겉넓이와 이어져 있어, 물에 닿는 면적을 생각할 때 쓸모가 있다
- 카메라는 "누운 입자가 얼마나 넓은가"에 대한 정답이고, 입자 하나하나의 모양까지 남긴다

무게로 센 "진짜 크기"를 원한다면 세 측정기 모두 두께라는 빈칸을 갖고 있다. 체와 레이저는 두께를 간접적으로 느끼지만 그 양을 알려 주지 않고, 카메라는 아예 보지 못한다.

그러니 실제로 쓸 수 있는 원칙은 이렇다.

1. **측정기가 다르면 숫자를 바로 비교하지 않는다.** 레이저로 잰 D50 700 µm와 사진으로 잰 D50 700 µm는 서로 다른 가루일 수 있다
2. **같은 측정기로 잰 변화는 믿을 만하다.** 그라인더 눈금을 한 칸 옮겼을 때 곡선이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는 측정기가 무엇이든 대체로 같은 방향일 것이다. 다만 움직인 폭은 측정기마다 다르다
3. **환산하려면 모양을 재야 한다.** 두께 ÷ 폭을 알면 이 글의 계산으로 측정기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모르면 환산은 가정에 기댄다
4. **숫자에는 측정기, 지름 정의, 세는 단위를 함께 적는다.** "D50 = 691 µm (레이저 회절, 부피 기준)"처럼

## 직접 바꿔 보기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같은 가상 가루를 세 측정기에 넣어 볼 수 있다. 왼쪽은 무게 기준 누적 곡선이고, 오른쪽은 측정기마다 부피 중앙값과 90 µm 미만 미분 몫이다. 레이저는 슬라이더를 움직일 때마다 브라우저 안에서 회절 무늬를 새로 계산해 거꾸로 푼다. 빠르게 돌리려고 입자를 3,000개만 써서, 본문 숫자와 몇 µm 다를 수 있다.

'모두 공'을 누르면 세 곡선이 겹치고, '커피 조각'으로 돌아오면 벌어진다. 두께 ÷ 폭을 0.2까지 내리면서 검은 점선(정답)과 파란 선(레이저)이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는지 보자. 체에 붙어 남는 미분을 올리면 초록 곡선의 아래쪽이 꺼진다.

```map /embed/coffee-instruments-2026.html 16:12
같은 가상 커피 가루를 체, 레이저 회절, 카메라로 재는 시뮬레이션. 왼쪽은 가로축이 입자 크기(5~4000 µm, 로그 눈금)이고 세로축이 그보다 작은 쪽의 무게 몫인 누적 곡선으로, 정답(부피가 같은 공, 검은 점선), 체(초록 점과 선), 레이저 회절(파랑), 카메라(주황)가 그려지고 카메라가 못 보는 작은 쪽은 음영으로 표시된다. 오른쪽은 측정기마다 부피 중앙값과 90 µm 미만 미분의 무게 몫을 비교한 막대그래프다. 입자 모양(커피 조각 또는 모두 공), 두께 ÷ 폭, 미분의 무게 비율, 카메라가 보는 최소 크기, 체에 붙어 남는 미분, 체 흔들기(충분히 또는 짧게)를 바꿀 수 있다.
```

## 이 모델이 빠뜨린 것

- **실제 장비로 재지 않았다.** 체, 레이저, 카메라 모두 컴퓨터 안의 모델이다. 같은 가루를 세 장비로 함께 재야 이 계산이 얼마나 맞는지 알 수 있다
- **레이저는 프라운호퍼 근사만 썼다.** 실제 장비는 미 이론(Mie theory)으로 입자의 굴절률과 빛 흡수까지 넣어 푼다. 굵은 입자에서는 차이가 작지만, 수십 µm 아래 미분에서는 굴절률 설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 **입자는 매끈한 타원체다.** 실제 커피 조각은 모서리가 있고 표면이 거칠다. 그림자 넓이와 체 통과 크기 모두 조금씩 달라진다
- **레이저 속 입자가 아무 방향으로나 구른다고 봤다.** 흐름 속의 길쭉한 입자는 한 방향으로 줄을 서는 경향이 있어, 실제 그림자 평균은 이 계산과 다를 수 있다
- **두께는 여전히 가정이다.** 이 글의 숫자는 대부분 두께 = 폭의 절반일 때다. 위의 두께 그래프가 숫자가 두께에 따라 얼마나 움직이는지 보여 준다
- **체에 붙어 남는 미분 30%는 가정한 숫자다.** 측정한 값이 아니다

## 정리

- 레이저 회절은 입자가 만든 회절 무늬를 공들의 무늬로 거꾸로 풀어, 부피 기준의 "같은 무늬를 내는 공" 크기를 낸다. 입자가 클수록 빛이 덜 휜다(첫 어두운 고리 ≈ 1.22 × 파장 ÷ 지름)
- 길이 1,000 · 폭 710 · 두께 355 µm 조각 하나에 체는 561, 부피가 같은 공은 632, 레이저는 682, 카메라는 843 µm를 붙인다
- 정답을 아는 가상 가루를 세 측정기에 넣었더니, 공 모양이면 체·레이저·정답이 1% 안에서 맞았다. 커피 모양이면 체 547, 레이저 691, 카메라 977 µm로 1.79배 벌어졌다
- 레이저는 무게 기준 정답(622 µm)보다 11% 크게 답했다. 두께가 폭의 0.2배에서 1배로 바뀌는 동안 정답은 71% 움직였지만 레이저는 17%만 움직였다
- 미분 몫은 가루가 잘 흩어지면 체와 레이저가 정답과 거의 같게 잰다. 미분이 체에 붙어 남거나 카메라 해상도가 모자라면 미분을 놓친다
- 정답 측정법은 없다. 측정법마다 자기 질문의 정답을 낸다. 서로 다른 측정기의 숫자는 바로 비교하지 말고, 숫자에는 측정기와 지름 정의와 세는 단위를 함께 적는다

"레이저가 정답이다"는 절반만 맞다. 레이저는 자기 자를 일관되게 대는 측정기다. 그 자가 무엇을 재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 참고문헌

- ISO 13320:2020. *Particle size analysis — Laser diffraction methods* — 적용 범위 약 0.1 µm~3 mm, 구형 가정과 부피 기준 결과, 비구형 입자는 체·침강법과 결과가 다름(1절, 4.2절). [공식 샘플](https://cdn.standards.iteh.ai/samples/69111/ae231f15f03341da9699f3ca7d3e8dcd/ISO-13320-2020.pdf)
- Microtrac. *Coffee powder* (응용 노트, 장비 제조사 자료). [링크](https://www.microtrac.com/applications/coffee-powder/) — 사진 분석은 길이 2 mm까지, 레이저는 1,200 µm 초과 없음, d50과 200 µm 미만 비율은 일치, 체는 폭과 일치, 체와 레이저 비교는 불규칙 입자에서 거의 불가능
- Malvern Panalytical. *Mastersizer 3000* 제품 안내서 MRK1872-07 — 측정 범위 10 nm~3,500 µm, He-Ne 632.8 nm, 검출 각도 0.015~144°
- Malvern Panalytical. *Beyond the sieve* (응용 노트 AN250722, 제조사 자료) — 90~125 µm 체 분획 화산재 세 종류의 레이저 D10 65~88 µm, D50 124~131 µm, D90 175~225 µm
- Konert M, Vandenberghe J (1997). Comparison of laser grain size analysis with pipette and sieve analysis: a solution for the underestimation of the clay fraction. *Sedimentology* 44, 523–535. [doi:10.1046/j.1365-3091.1997.d01-38.x](https://doi.org/10.1046/j.1365-3091.1997.d01-38.x) — 피펫법 2 µm ≈ 레이저 8 µm (초록 확인)
- Méndez Harper J, et al. (2024). Moisture-controlled triboelectrification during coffee grinding. *Matter* 7, 266–283. [doi:10.1016/j.matt.2023.11.005](https://doi.org/10.1016/j.matt.2023.11.005) — 최대 120 nC/g, 물 5 µL/g로 정전기 뭉침 감소
- United States Pharmacopeia. <786> Particle size distribution estimation by analytical sieving — 대전 방지제 0.5%, 체 위 잔류물이 뭉침이 아닌지 확인
- Slepian Z (2011). The average projected area theorem. [arXiv:1109.0595](https://arxiv.org/abs/1109.0595) — 볼록 입체의 평균 그림자 넓이 = 겉넓이의 1/4 (코시)
- Gagné J. *coffeegrindsize*. GitHub. [링크](https://github.com/jgagneastro/coffeegrindsize) — 예시 사진, 부피 계산의 숨은 축 가정

## 이미지 출처

- 레이저 회절 입도 분석기 사진: Plogeo, [Wikimedia Commons](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Mastersizer_3000.jpg), [CC BY-SA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잘라 씀)
- 레이저 회절 무늬 사진: Anaqreon, [Wikimedia Commons](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Airy_disk_created_by_laser_beam_through_pinhole.jpg), CC0 (잘라 씀)
- 그 밖의 그림과 시뮬레이션: 직접 제작. 입자 길쭉함은 Jonathan Gagné의 [coffeegrindsize](https://github.com/jgagneastro/coffeegrindsize) 예시 사진(MIT 라이선스)에서 잰 값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