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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함께 아는 힘 (3) — 사일로, 벽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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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6-10-17T10:18:09+00:00
author: SYSOP
summary: 부서와 부서 사이에 벽이 서고 각자 영역만 지킬 때, 같은 회사 안에서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낭비가 벌어집니다. 정보를 나누지 않은 대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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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아는 힘 (3) — 사일로, 벽의 비용

정보를 권력으로 쓰면 조직에는 벽이 생깁니다. 부서와 부서 사이에 칸막이가 서고, 각자 자기 영역만 지키게 됩니다. 사일로입니다.

## 같은 일을 두 번 한다

한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두 팀이 거의 같은 기능을 따로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각 팀은 상대가 뭘 하는지 몰랐습니다. 석 달 뒤 제품을 합치는 단계에서야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석 달치 인건비와 시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정보를 나눴다면 첫 주에 "아, 저쪽에서 이미 하네" 하고 알았을 일입니다.

![두 팀이 벽 사이에서 같은 기능을 각자 개발하다 석 달 뒤 중복을 발견하는 사일로 그림](/uploads/628306ddcfa2c4c3.webp =720)

이건 작은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워크맨으로 음악 듣는 법을 바꿨던 소니는,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를 애플보다 먼저 내놓고도 시장을 애플에 내주고 말았습니다. 두 사업부가 서로 경쟁하며 따로 제품을 냈고, 음악 사업부는 자기 매출이 깎일까 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벽을 쌓는 사이, 밖의 통합된 경쟁자가 시장을 가져갔습니다.

## 벽의 청구서

정부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감사원이 밝힌 사례가 있습니다. 한 부처가 1조가 넘는 예산으로 900여 종의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만들어 공개했는데, 스물여섯 개 기관이 그와 겹치는 데이터를 각자 또 만들고 있었습니다. 서울시의 한 데이터는 63%가 중복이었습니다. 서로 무엇을 만드는지 한 번만 확인했어도 두 번 만들 필요가 없었을 텐데요. 또 다른 감사에서는, 어느 부처가 옆 부처에 이미 있는 시스템을 모른 채 5억이면 될 것을 46억을 들여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 벽 안에서 | 나누지 않은 것 | 청구서 |
|---|---|---|
| 두 개발팀 | 서로의 작업 | 석 달치 인건비 |
| 소니 두 사업부 | 제품 방향 | 디지털 음악 시장 |
| 공공 기관들 | 데이터 구축 현황 | 중복 예산 낭비 |

벽은 조직 안에만 서는 게 아닙니다. 밖을 향해 정보를 닫을 때의 청구서는 더 큽니다. 한 수입차 회사는 차량 화재가 잇따르자 결함을 알고도 그 인지 시점을 축소하고, 규제 당국이 요구한 자료를 최대 백쉰 날 넘게 늦게 냈습니다. 감추는 사이 불신은 커졌고, 결국 백억 원이 넘는 과징금과 검찰 고발로 돌아왔습니다. 결함을 감춘 게 아니라 '언제 알았는가'를 감춘 것이 더 큰 화를 불렀습니다.

회계 장부를 오래 감춰 온 어느 조선사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부실을 숨긴 재무제표는 끝내 법정에서 배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으로든 밖으로든, 정보를 막아 세운 벽은 결국 무너지고 그 잔해는 조직 전체가 치우게 됩니다.

사일로가 생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보를 나누면 내 존재 가치가 줄어든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부서 이기주의, 조직 간 알력. 근본 원인은 하나입니다. "내 것을 지켜야 한다"는 방어 본능입니다. 그 본능이 만든 벽의 청구서는 언제나 조직 전체가 나눠 내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벽을 허무는 사람들, 다 꺼내 놓는 조직의 규칙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