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주는 사람 (3) — 30분으로 3일을 산다
호혜가 가장 효율적인 순간은 나에게 사소한 일이 상대에게 큰 도움이 될 때입니다. 적게 주고 크게 남기는 비대칭의 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주기에는 가장 효율이 좋은 순간이 있습니다. 내가 적은 비용으로 상대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때입니다.
30분과 3일
다른 팀이 데이터 수천 건을 엑셀로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 개발자에게는 스크립트 하나로 30분이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저 팀 좀 도와줄 수 있어? 30분이면 될 것 같은데." 팀원이 도왔고, 상대 팀의 반응은 감격에 가까웠습니다. "이걸 3일 동안 하려고 했는데……." 그날 이후 그 팀에 협조를 구할 때 한 번도 거절당하지 않았습니다. 30분의 투자가 수개월의 원활한 협업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팀원들에게 늘 말했습니다. "우리가 30분이면 하는 일을 저 팀은 3일 걸려 한다. 우리가 30분을 쓰면 저쪽은 3일을 벌었다고 느껴. 그 30분이 3일치 호혜가 되는 거야." 나에게 사소하지만 상대에게 큰 것. 이 비대칭의 기회는 놓치면 안 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원리는 회사 대 회사에서도 작동합니다. 미국의 한 창고형 마트는 마진 상한을 스스로 정해, 남길 수 있는 이익을 회원에게 먼저 돌려줍니다. 직원에게도 업계보다 높은 임금을 줍니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회원 갱신율은 90%를 넘습니다. 먼저 양보한 마진이 충성이라는 형태로 더 큰 반복 거래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일본의 한 자동차 회사는 생산과 품질 노하우를 협력사에 공동 자산으로 열었습니다. 협력사가 더 빨리 배우자, 그 회사와 협력사가 함께 생산성 우위를 얻었습니다. 지식을 움켜쥐지 않고 풀었더니 이득이 돌아온 것입니다.
고객에게 먼저 주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고급 호텔은 직원 누구에게나 고객 한 사람을 위해 상당한 금액까지 결재 없이 쓸 재량을 줍니다. 한번은 한 가족이 두고 간 아이의 인형을 발견하고는, 그 인형이 호텔 수영장과 스파를 즐기는 사진을 앨범으로 엮어 함께 돌려보냈습니다. 호텔에는 크지 않은 비용이 그 가족에게는 평생 이야기할 장면이 됐습니다. 나에게는 사소하지만 상대에게는 잊지 못할 것, 그 비대칭이야말로 먼저 주기가 가장 크게 남는 자리가 아닐까요.
가장 극적인 형태는 아예 공짜로 여는 것입니다. 어느 소프트웨어 회사는 PDF 문서를 읽는 프로그램을 완전히 무료로 뿌렸습니다. 문서 교환의 표준을 잡았고, 편집하고 만드는 쪽을 유료로 팔아 돈을 벌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한 포털은 2008년 한글날, 만든 글꼴을 누구나 자유롭게 쓰도록 무료로 풀었습니다. 그 글꼴은 한국 웹의 표준이 됐고, '한글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름이 돌아왔습니다. 표준은 움켜쥘 때가 아니라 남이 쉽게 쓰도록 문을 먼저 열 때 잡힙니다.
| 먼저 준 것 (내 비용) | 상대가 얻은 것 | 돌아온 것 |
|---|---|---|
| 30분짜리 스크립트 | 3일치 수작업 | 수개월의 협업 |
| 마진·임금 양보 | 낮은 가격·높은 임금 | 갱신율 90%+ |
| 무료 개방 | 자유롭게 쓸 표준 | 생태계와 브랜드 |
먼저 주는 것이 손해로 보이는 것은 그 순간의 장부만 보기 때문입니다. 조금 길게 보면, 적게 주고 크게 남는 거래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작한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무너지는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