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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색도화지 위에 빨간 축구공 전개도가 인쇄된 A4 한 장이 비스듬히 놓여 있고, 그 옆에서 반쯤 접힌 축구공 두 조각이 서로를 향해 모이고 있다. 왼쪽에 「색도화지로 오려 만들기」라는 제목이 있다
연재오늘의 한 페이지 · 14회

색도화지로 오려 만들기

노트에 적힌 말은 '색도화지로 오려 만들기'였다. 어릴 때 그렇게 접던 색종이를 언젠가부터 보지 않게 됐다. 종이접기를 끝까지 밀고 간 사람들은 한 장으로 토끼를 접고, 한 번 잘라 별을 오리고, 스스로 접혀 걸어 나가는 로봇을 만들었다. 그 연구들을 따라가 본 다음, 기계를 그림으로 지어 보이는 클로드 스킬 Anatomy 의 방식을 빌려 종이공작용 스킬을 하나 만들었다. 모양을 주면 색도화지 전개도를 내고, 겹침·풀칠 날개·되접기를 스스로 검사한다. 오늘의 한 페이지 열네 번째 글.

· SYSOP · 조회 4

노란 색도화지 위에 빨간 축구공 전개도가 인쇄된 A4 한 장이 비스듬히 놓여 있고, 그 옆에서 반쯤 접힌 축구공 두 조각이 서로를 향해 모이고 있다. 왼쪽에 「색도화지로 오려 만들기」라는 제목이 있다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치니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색도화지로 오려 만들기.

어릴 때는 학교에서 색종이를 정말 많이 접었다. 학, 개구리, 딱지, 종이비행기. 책상 서랍에 반쯤 쓴 색종이 묶음이 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색종이를 아예 보지 않게 됐다. 마지막으로 접어 본 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 중에 아이 장난감을 종이로 접어 주는 친구가 있다. 처음엔 그냥 손재주려니 했는데, 친구가 보여 준 영상들을 따라가다 보니 종이접기도 끝까지 가면 꽤 이상한 곳에 닿는다. 다리 여섯 개에 더듬이까지 달린 곤충을 종이 한 장으로 접는 사람이 있고, 가위질 한 번으로 별을 오리는 사람이 있고, 우주에서 펼칠 태양전지판을 종이접기로 설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이접기의 원리를 프로그램으로 옮기면 우리가 원하는 대상의 모양을 종이로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움직임까지 닮게 접지는 못할까. 오리기와 붙이기까지 허락하면 만들 수 있는 건 훨씬 많아진다. 오늘은 그 생각을 따라가 본다.

유치원에서 시작된 종이접기

우리가 어릴 때 색종이를 접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치원을 처음 만든 독일 교육자 프리드리히 프뢰벨(1782~1852)은 아이들에게 줄 '작업' 목록에 종이접기를 넣었다. 이 유치원 교육이 19세기 말 일본에 들어가 일본 전래의 접기와 섞였고(Origami Heaven), 그 갈래가 우리 교실까지 왔다.

접기 책에 늘 나오는 점선과 1점쇄선도 누군가 정한 약속이다. 일본의 요시자와 아키라가 1954년 책에서 골 접기는 점선, 산 접기는 점과 선이 번갈아 나오는 선으로 그리는 표기를 처음 내놓았고, 미국의 새뮤얼 랜들릿이 1961년 책에서 이를 체계로 다듬었다. 지금도 이 '요시자와–랜들릿 체계'가 표준이다(위키백과). 아래 놀이판에 나오는 빨간 1점쇄선과 파란 점선도 이 약속을 따른다.

접힌 종이에는 규칙이 있다

종이접기를 수학으로 보기 시작하면 첫 번째로 만나는 게 꼭짓점 하나의 규칙이다. 접은 종이를 다시 펴면 주름이 한 점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 자리가 보인다. 그 자리가 평평하게 눌려 접히려면 두 가지가 맞아야 한다.

  • 산 접기 수와 골 접기 수의 차는 언제나 2다. 흔히 마에카와 정리라고 부르지만, 무라타가 1966년에 먼저 발표했고 쥐스탱이 1986년에 따로 찾았다.
  • 주름 사이 각을 하나 건너 하나씩 더하면 180도다. 가와사키 정리, 또는 가와사키–쥐스탱 정리라고 부른다. 1970~80년대에 여러 사람이 각자 찾았다(Hull 2013).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 종이는 자기 자신을 뚫고 지나갈 수 없으니 겹치는 층의 순서까지 맞아야 한다. 꼭짓점이 하나면 이 셋을 차례로 확인하면 끝난다. 아래 놀이판 ② 탭에서 주름을 끌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꼭짓점이 여럿 얽힐 때다. 1996년 마셜 번과 배리 헤이스는 주름 패턴 하나를 주고 '이게 평평하게 접히느냐'를 묻는 문제가 NP-난해하다는 걸 보였다(Bern·Hayes 1996). 산·골을 다 정해 줘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부분은 결국 층의 순서다. 어느 종이가 어느 종이 위에 올라가야 아무것도 서로를 뚫지 않는지 정하는 일인데, 경우의 수가 폭발한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나온다.

곡선으로 접는 연구도 일찍 시작됐다. 압축 부호로 유명한 데이비드 허프먼이 1976년에 종이접기에 관해 쓴 논문은 이것 하나뿐인데, 곧은 주름과 굽은 주름을 함께 다루는 그림 언어를 제안했다(Huffman 1976).

원하는 모양을 접는 프로그램

"원하는 모양을 접는다"는 생각을 실제 프로그램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다.

물리학자였다가 종이접기 작가가 된 로버트 랭은 1990년대에 TreeMaker 를 만들었다. 접고 싶은 동물을 막대 인형처럼 '나무'로 그리면, 다리·뿔·꼬리 같은 날개 하나하나를 정사각형 위의 원으로 바꾼다. 날개가 길수록 원이 크다. 이 원들을 겹치지 않게 최대한 크게 채워 넣으면, 원 사이로 주름이 지나갈 자리가 정해진다(Lang 1996).

다치 도모히로의 Origamizer 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아무 다면체나 주면 그걸 정사각형 한 장으로 접는 주름 패턴을 낸다(Tachi 2010). 2017년 에릭 드메인과 다치는 이 방법이 어떤 다면체에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Demaine·Tachi 2017).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시험용으로 쓰는 '스탠퍼드 토끼'를 종이 한 장으로 접은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대신 남는 종이를 안으로 접어 넣는 주름이 엄청나게 많아서, 사람이 손으로 접기는 무척 어렵다.

접기 전에 미리 보고 싶다면 MIT 의 아만다 가세이가 만든 Origami Simulator 가 있다. 주름 패턴을 넣으면 브라우저에서 종이가 접히는 모습을 보여 준다(Ghassaei 외 2018). 이런 프로그램들이 주름 패턴을 주고받는 공통 파일 형식(FOLD)도 있다.

오리기를 허락하면

종이접기에 가위를 들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1922년에 나온 『후디니의 종이 마술』에는 종이를 몇 번 접은 뒤 가위질 한 번으로 오각별을 오려 내는 법이 실려 있다.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예는 1721년 일본 책이다. 1999년 에릭 드메인, 마틴 드메인, 애나 루비우는 이걸 끝까지 밀어붙여, 곧은 선으로 이루어진 모양이라면 무엇이든 잘 접은 다음 한 번 곧게 잘라 오려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Demaine·Demaine·Lubiw 1999). 별이든 백조든 글자든, 여러 모양이 따로 떨어져 있어도 된다.

오리고 붙이기, 그러니까 전개도로 만드는 종이공작은 더 오래됐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1525년 책 『측정 지침』에 정다면체의 전개도를 그려 넣었다. 그런데 이 단순해 보이는 일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이 있다. 1975년 셰퍼드가 물었다. 볼록한 다면체는 언제나 모서리를 따라 잘라서, 겹치지 않는 한 조각으로 펼칠 수 있을까. 50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모른다(위키백과)). 볼록하지 않은 다면체 가운데 어떻게 잘라도 한 조각으로는 안 펼쳐지는 예는 있다(Bern 외 2003).

컴퓨터로 종이공작 도안을 만드는 연구는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왔다. 미타니 준과 스즈키 히로마사는 둥근 장난감 모형을 좁은 띠로 근사해 종이로 만드는 방법을 냈고(Mitani·Suzuki 2004), 다카하시 시게오 연구진은 유전 알고리즘으로 모형을 겹침 없는 한 조각으로 펼쳤다(Takahashi 외 2011). 펼치면 건물이 일어서는 팝업 카드를 3D 모형에서 자동으로 설계하는 연구도 있다(Li 외 2010).

움직이는 종이

모양만이 아니라 움직임까지 접을 수 있을까. 이미 여러 갈래로 진행 중이다.

가장 유명한 건 미우라 접기다. 일본의 미우라 고료가 1970년에 고안한 이 접기는 같은 평행사변형 네 개가 한 묶음으로 반복된다. 한쪽 모서리만 당겨도 가로와 세로가 함께 펴지고, 밀면 함께 접힌다. 움직임이 단 하나뿐이라 모터 하나로 펼칠 수 있다. 미우라는 1985년 이 접기를 우주에서 큰 막을 펼치는 방법으로 제안했고, 1995년 쏘아 올린 일본의 실험위성 SFU 에서 실제로 전개 실험을 했다(위키백과). 2014년 NASA JPL 은 종이접기 작가 로버트 랭과 함께 지름 2.7m 로 접혀 있다가 25m 로 펼쳐지는 태양전지판 시제품을 만들었다(NASA JPL).

스스로 접히는 로봇도 있다. 2014년 하버드와 MIT 연구진은 종이와 형상기억 고분자를 겹친 판을 만들었다. 열을 받으면 약 4분 만에 스스로 접혀 로봇이 되고, 그대로 기어 나간다(Felton 외 2014). 이듬해 MIT 는 무게 0.31g, 한 변 1.7cm 짜리 정사각형이 스스로 접혀 걷고 헤엄치다가 일이 끝나면 용액에 녹여 없앨 수 있는 로봇을 발표했다(Miyashita 외 2015). 접힌 채 혈관에 들어가 체온에서 펼쳐지는 종이접기 스텐트도 연구됐다(Kuribayashi 외 2006).

오리기 쪽에는 키리가미가 있다. 종이에 규칙적으로 칼집만 넣었는데, 당기면 평평한 판이 입체로 일어서거나(Rafsanjani·Bertoldi 2017) 두 방향으로 함께 늘어난다. 칼집 무늬를 자리마다 다르게 주면 평평한 판이 원하는 곡면으로 펼쳐지도록 설계할 수 있다(Konaković 외 2016, Choi·Dudte·Mahadevan 2019). 미우라 접기의 칸 모양을 조금씩 바꿔 원하는 곡률을 만드는 연구도 같은 줄기다(Dudte 외 2016).

원하는 모양을 접는 일에는 알고리즘이 있다. 오려 내는 일에도 있다. 움직임은 아직 '원하는 움직임을 주면 주름을 내놓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미우라 접기와 키리가미처럼 움직임이 단순한 무늬부터 하나씩 설계되고 있다.

AI 는 종이를 머릿속에서 접을 수 있을까

요즘 AI 모델에게 종이접기를 시켜 보는 연구가 부쩍 늘었다. 결과는 아직 시원찮다. 2025년 NeurIPS 에 나온 ORIGAMISPACE 는 주름 패턴·접는 과정·완성 사진을 묶은 350개 문제로 모델을 시험했고, 주름 패턴을 코드로 직접 짜는 과제도 넣었다(Xu 외 2025). 같은 해 12월 나온 GamiBench 는 접히는 패턴 186개와 안 접히는 패턴 186개를 섞어 보여 줬는데, GPT-5 나 Gemini 2.5 Pro 같은 모델도 한 단계짜리 공간 판단에서 고전했다(Spencer 외 2025). 올해 3월 논문은 모델 크기만 키워서는 이런 물리적 변형을 추론하는 능력이 꾸준히 좋아지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Agarwal 외 2026).

말로 배운 모델이 종이를 머릿속에서 접는 건 사람에게도 어려운 일을 시키는 셈이다. 그렇다면 머릿속에서 접게 하지 말고, 접는 계산은 프로그램에 맡기고 모델은 그 프로그램을 쓰게 하면 어떨까. 마침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스킬이 지난주에 나왔다.

Anatomy: 기계를 지어 보여 주는 스킬

10월 10일, 라이언이라는 개발자가 클로드용 스킬 Anatomy 를 공개했다. 한 줄로 개념을 말하면 그걸 설명하는 기계를 아이소메트릭 그림으로 지어 준다. 돌려 보고, 분해해 보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림이다. 닷새 만에 깃허브 별이 1만 개를 넘었다(10월 15일 기준 11,556개).

스킬 문서를 읽어 보면 그림 솜씨보다 일하는 순서가 더 눈에 들어온다.

  1. 진짜 숫자부터 모은다. 크기, 개수, 문턱값. 그림에 나오는 숫자와 움직임은 전부 같은 모델에서 나와야 한다.
  2. 개념을 진짜 물건으로 바꾼다. "캐시 키가 같으면 일을 건너뛴다"는 개념은 핀이 다 맞으면 돌아가는 자물쇠가 된다. 문서의 표현으로는 "물건이 곧 설명이다".
  3. 부품 목록을 먼저 쓴다. 그림 한 장에 부품이 40~150개다.
  4. 기하는 코드로 짓는다. 원기둥, 돌림체, 관, 나사 하나까지 함수로 만든다.
  5. 검사로 증명한다. audit 가 "아무것도 아무것을 뚫고 지나가지 않고, 모든 끝은 어딘가에 붙어 있으며, 겹치는 부분은 모두 깊이 순서대로 그려졌다"는 걸 증명한다. 눈으로 맞추지 않는다.
  6. 확대해서 본다. 헤드리스 크롬으로 찍은 그림을 네 배로 키워 이음새마다 들여다본다.

Anatomy 로 종이접기를 설계할 수 있을까

그대로는 어렵다. Anatomy 는 단단한 부품으로 된 기계를 그린다. 문서도 사람과 지도는 다루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다. 종이접기 해설도처럼 '접힌 종이를 그린 그림'은 만들 수 있겠지만, 그건 그림이지 설계가 아니다.

그런데 Anatomy 의 뼈대는 종이에 거의 그대로 옮겨진다. 진짜 숫자로 모델을 세우고, 기하를 코드로 짓고, 결과를 스스로 검사하고, 찍어서 확인한다. 특히 5번 검사가 흥미롭다. Anatomy 가 증명하는 '겹치는 부품의 깊이 순서'는 앞에서 본 종이접기의 층 순서와 같은 질문이다. 다른 점은 기계 부품에는 3차원 위치가 있어서 광선을 쏴 보면 무엇이 앞인지 바로 나온다는 것이다. 평평하게 접힌 종이는 모든 층이 같은 평면에 누워 있다. 앞뒤를 기하가 알려 주지 않으니 순서를 골라야 하는데, 그 고르는 문제가 NP-난해다. 한 장 접기 설계가 Anatomy 식 검사가 가장 비싸지는 영역인 까닭이다.

오리고 붙이는 종이공작은 사정이 다르다. 전개도는 한 평면 위에 펼친 다각형들이라, '겹치지 않는다'는 검사가 다각형끼리 부딪히는지만 보면 끝난다. 접었을 때 제 모양이 되는지도 계산으로 되짚을 수 있다. 검사가 싸고 확실하다. Anatomy 식 스킬이 가장 먼저 쓸모를 낼 수 있는 곳이 여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만들어 봤다.

종이 해부도: 오려 붙이는 스킬

이름은 Anatomy 에서 빌려 '종이 해부도(papercut)'라고 붙였다. 스킬 문서와 계산 키트, 명령줄 도구, 아래 놀이판으로 되어 있다. 일하는 순서는 Anatomy 를 따랐다.

  1. 진짜 숫자. 완성 크기, A4 종이(210×297mm, 여백 10mm), 풀칠 날개 높이 7mm, 그리고 가위로 오릴 수 있는 가장 짧은 모서리 4mm.
  2. 모형을 코드로 짓는다. 버섯은 옆모습 선을 돌린 돌림체로, 물고기는 타원 단면을 이어 붙여서, 집은 오각형을 밀어서 만들었다. 면이 적을수록 오리기 쉽고, 많을수록 닮는다.
  3. 펼친다. 면 하나를 종이에 놓고, 이웃 면을 하나씩 붙여 나간다. 붙일 때마다 이미 놓인 면과 겹치는지, A4 한 장을 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 모서리는 접는 대신 자른다. 더 붙일 곳이 없으면 새 조각을 시작한다. 시작하는 면과 순서를 바꿔 가며 수십 번 해 보고, 조각이 가장 적고 풀칠할 길이가 가장 짧은 것을 고른다.
  4. 날개와 번호. 자른 모서리마다 짝 번호를 매기고, 둘 중 한쪽에만 풀칠 날개를 단다. 날개가 다른 면이나 날개를 덮으면 반대쪽에, 그래도 안 되면 반쪽짜리 날개로 물러난다.
  5. 검사로 증명한다. 여섯 줄이 모두 통과해야 끝난다.
검사묻는 것
겹침한 조각 안에서 어떤 두 면도 겹치지 않는가
날개날개가 면이나 다른 날개를 덮지 않는가
짝자른 모서리마다 번호와 날개가 하나씩 있는가
되접기계산한 접는 각대로 접으면 원래 꼭짓점 자리로 돌아오는가(오차 0.01mm 이내)
종이모든 조각이 A4 한 장에 들어가는가
가위가장 짧은 모서리가 4mm 이상인가

'되접기' 검사가 Anatomy 에서 가장 많이 배운 부분이다. 펼친 그림이 그럴듯해 보이는 것과, 그걸 접었을 때 정말 원래 모양이 되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모든 면을 경첩마다 계산한 각도만큼 돌려 3차원으로 다시 접고, 꼭짓점 하나하나가 원래 자리에 오는지 잰다. 놀이판의 접기 애니메이션도 이 계산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 화면에서 맞아떨어지면 종이에서도 맞는다.

종이 해부도 놀이판. ① 전개도 탭에서 정육면체·집·축구공·버섯·물고기를 고르거나 내 모형(.obj)을 올리면, 겹치지 않는 A4 전개도와 검사표를 만들고, 오려 낸 종이가 접혀 제 모양이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② 한 꼭짓점의 산·골 규칙, ③ 미우라 접기, ④ 회전하는 정사각형 키리가미를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다.

놀이판은 액자 안이라 인쇄가 막혀 있다. 색도화지에 뽑으려면 새 창에서 연 놀이판에서 'A4로 인쇄'나 'SVG 내려받기'를 누르면 된다. 커팅 플로터를 쓴다면 SVG 를 그대로 넣으면 된다. 올린 모형 파일은 브라우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조각을 줄일까, 날개를 다 달까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잡은 건 풀칠 날개였다. 축구공은 오각형 하나와 육각형 둘이 만나는 꼭짓점의 각을 더하면 348도다. 평평한 종이의 360도에서 12도가 모자란다. 그래서 전개도에서는 그 꼭짓점 옆의 자른 모서리 두 개가 12도 틈을 두고 거의 붙어 있다. 그 사이에 날개를 끼울 자리가 없다. 처음 판에서는 축구공 이음 60곳 가운데 열댓 곳에 날개를 못 달았다. 날개를 모서리 절반에만 다는 반쪽 날개를 허락하자 2조각에 60곳 모두 날개가 붙었다.

버섯은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 됐다. 우산 꼭대기처럼 꼭짓점 둘레가 거의 평평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고를 수밖에 없다.

왼쪽은 '조각 적게' 방식의 버섯 전개도로, 큰 조각 둘에 날개 없는 이음이 18곳 있다. 오른쪽은 '날개 다 달기' 방식으로, 버섯 갓 꼭대기 십각형을 중심으로 꽃잎처럼 뻗은 조각 등 여덟 조각에 77짝 모두 날개가 달려 있다

조각을 적게 하면 2조각으로 끝나지만 18곳은 날개 없이 맞대고 테이프로 붙여야 한다. 날개를 다 달면 8조각으로 늘어난다. 아이와 함께 만든다면 나는 날개 쪽을 고르겠다. 조각이 많아도 번호대로 붙이면 되지만, 날개 없는 이음은 어른 손도 잘 안 맞는다. 놀이판에는 두 방식을 모두 넣었다.

한 줄로 고양이를 주문해 봤다

스킬이 정말 스킬처럼 쓰이는지 보려고, 이 대화와 상관없는 새 클로드 에이전트에게 스킬 문서와 키트만 주고 한 줄을 주문했다. "/papercut 앉아 있는 고양이, 가장 긴 쪽 140mm, A4 색도화지."

에이전트는 고양이를 닫힌 덩어리 일곱 개로 나눴다. 몸통과 머리는 타원 돌림체로, 귀 둘은 삼각뿔로, 꼬리는 바닥에 누워 몸을 감는 네모난 관으로, 앞발 둘은 작은 상자로 지었다. 덩어리끼리는 꿰뚫지 않고 맞닿게만 했다. 그리고 펼치고, 검사하고, 고쳤다. 네 번 고쳐 면 102개짜리 고양이가 나왔고, 검사 여섯 줄이 모두 통과했다. 걸린 시간은 9분이다.

앉아 있는 저다면체 고양이를 앞 사선, 옆, 뒤 사선에서 본 모습 세 개가 위에 있다. 원뿔 같은 몸통 위에 팔각 머리와 뾰족한 귀 둘이 있고, 바닥에 꼬리가 몸을 감는다. 아래에는 몸통·앞발 전개도와 머리·귀·꼬리 전개도가 인쇄된 A4 두 장이 있다

부품마다 따로 펼치면 10조각이 A4 여덟 장에 흩어졌다. 에이전트는 부품 묶음을 여러 가지로 바꿔 보다가, 몸통+앞발 한 장과 머리+귀+꼬리 한 장, 모두 11조각으로 줄였다. 이건 스킬 문서에 없는 판단이었다.

에이전트의 자평은 냉정했다. 앞 사선과 옆에서는 고양이로 보이지만 실루엣이 '볼링 핀 위에 공'에 가깝고, 앞다리가 없어 상자 두 개가 놓인 것 같으며, 얼굴은 손으로 그려야 한다고 적었다. 사람 디자이너라면 귀를 밑면 없는 삼각뿔로 만들어 머리에 바로 붙이고, 조각마다 눈·코 무늬와 부품 이름을 인쇄했을 거라고도 했다.

더 쓸모 있었던 건 스킬의 빈틈 열두 가지를 적어 온 목록이다. 돌림체 함수를 키트 밖에서 쓸 수 없었고, 여러 부품을 한 장에 모으는 기능이 없고, 작은 면에서 번호가 겹치는데 검사가 못 잡는다는 것 등이다. Anatomy 가 검사를 0 으로 만들 때까지 고치게 하듯, 이 목록이 다음 판의 검사 항목이 된다.

아직 못 하는 것

이 스킬은 한 장 접기를 설계하지 못한다. 정사각형 한 장으로 토끼를 접는 일은 TreeMaker 와 Origamizer 의 영역이고, 앞에서 본 층 순서 문제 때문에 검사도 훨씬 비싸다. 곡면은 평면 조각으로 근사할 뿐이라, 매끈한 얼굴 같은 모형은 미타니·스즈키의 띠 방식처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펼치는 방법도 아직 단순한 편이다. 이웃 면을 탐욕스럽게 붙여 나가다 막히면 자르는 방식이라, 사람 디자이너가 "여기는 귀니까 따로, 여기는 배니까 흰 종이로" 하고 나누는 감각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색도화지에 직접 뽑아 오려 보지는 못했다. 화면 속 되접기 검사는 통과했지만, 종이의 두께와 풀칠 자리의 어긋남은 오려 봐야 안다.

다시 색도화지 앞에서

어릴 때 색종이를 접으면서 이런 규칙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학을 접을 때 늘 거치던 '사각 접기'의 가운데 점에서 산 접기와 골 접기의 수가 둘 차이 난다는 것도, 종이가 자기 자신을 뚫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 때문에 수학자들이 수십 년을 씨름했다는 것도.

Anatomy 가 보여 준 건, 모델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지 말고 물건을 짓게 한 다음 스스로 검사하게 하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종이에서도 같았다. 모델이 종이를 머릿속에서 접지 못해도 괜찮다. 접는 계산은 코드가 하고, 겹치는지는 검사가 본다. 모델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모형을 짓고, 검사가 통과할 때까지 고친다.

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이 놀이판 주소를 보내 줄 생각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한 줄로 말하면, 그날 저녁 색도화지 몇 장이 장난감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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