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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색 바탕 왼쪽에 「예, 아니오만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있고, 그 아래 한 점에서 예와 아니오로 네 번 갈라지는 나무가 그려져 있다. 열여섯 갈래 가운데 한 길만 굵은 파란 선으로 칠해져 있다. 오른쪽 줄 노트에는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가 적혀 있다
연재오늘의 한 페이지 · 20회

예, 아니오만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노트에는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만든다. 질문 스무 개로 백만 개를 가려내는 스무고개부터, 생성은 하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요즘 화제의 모델 Jev까지 예·아니오의 힘을 따라갔다. 약한 이진 판단기를 반복하고, 나누고, 모으고, 거르고, 비교해서 큰 문제를 푸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정리하고, 올트먼 Z·피오트로스키 F·추세·켈리 공식을 관문 네 개로 엮어 투자 판단기를 짜 봤다. 가상 회사 400곳으로 직접 돌려 보는 놀이판도 넣었다. 오늘의 한 페이지 스무 번째 글.

· SYSOP · 조회 1

크라프트색 바탕 왼쪽에 「예, 아니오만으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있고, 그 아래 한 점에서 예와 아니오로 네 번 갈라지는 나무가 그려져 있다. 열여섯 갈래 가운데 한 길만 굵은 파란 선으로 칠해져 있다. 오른쪽 줄 노트에는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가 적혀 있다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쳤더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언제 왜 적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말투로 보면 어느 화면에서 본 안내문 같다. 설문지의 동그란 단추 옆이나, 쿠폰을 하나만 쓸 수 있는 결제창 같은 데서 흔히 보는 문장이다. 그런데 노트에 옮겨 놓고 보니 꽤 단단한 말이다. 고를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둘 다는 안 된다.

선택지를 둘로 줄이면 문제는 아주 단순해진다. 할까, 말까. 살까, 말까. 맞나, 틀리나. 답은 예 아니면 아니오다. 너무 단순해서 쓸모없어 보이기도 한다. 세상 일이 그렇게 둘로 딱 나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컴퓨터는 처음부터 이 단순한 답 하나로 모든 것을 만들어 왔다.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새 AI 모델도 바로 이 '하나만 고르기'를 앞세운다. 오늘은 예·아니오 하나가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엮으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따라가 보려고 한다. 끝에서는 투자 결정을 예·아니오 질문 몇 개로 짜 본다.

예, 아니오 하나는 1비트다

1948년 클로드 섀넌은 「통신의 수학적 이론」에서 정보의 양을 재는 단위를 정했다. 둘 중 하나를 가리는 답 하나가 1이다. 그는 이것을 '이진 숫자(binary digit)', 줄여서 '비트(bit)'라고 불렀고, 이 줄임말은 동료 존 튜키가 제안한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Wordorigins).

1비트는 정말 작다. 동전 한 번 던진 결과만큼의 정보다. 그런데 비트는 곱으로 불어난다. 예·아니오 질문을 하나 더 할 때마다 가려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두 배가 된다. 스무 번이면 2의 20제곱, 1,048,576이다. 스무고개 놀이에서 질문 스무 개로 백만 가지 가운데 하나를 맞힐 수 있는 이유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는다. 질문마다 남은 후보를 정확히 반으로 갈라야 한다. "혹시 고양이인가요?" 같은 질문은 맞으면 크게 이기지만 대개 틀리고, 틀리면 후보가 거의 줄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인가요?"처럼 반씩 가르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스무 번 안에 끝난다. 컴퓨터공학에서는 이것을 이진 탐색이라고 부른다. 정렬된 백만 개 안에서 원하는 값을 찾을 때 컴퓨터는 처음부터 하나씩 보지 않고 가운데를 찍어 위인지 아래인지만 묻는다.

아래 놀이판의 첫 탭이 이 놀이다. 1부터 1,000,000 사이 수를 하나 생각하고 예, 아니오만 누르면 스무 번 안에 맞힌다.

생각하지 않고 고르기만 하는 모델

요즘 가장 화제가 된 '하나만 고르기'는 AI 쪽에서 나왔다. 2026년 9월 15일, 샌프란시스코의 TypeSafe AI가 Jev라는 모델을 얼리 액세스로 공개했다(출시 글). 창업자 디오고 알메이다는 OpenAI 출신으로, 사람이 둘 중 더 나은 답을 고르게 해서 모델을 길들이는 RLHF를 함께 만든 사람으로 소개된다(TechCrunch). 이름은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에게서 따왔다고 한다. 값이 싸지면 쓰는 양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제번스의 역설'의 그 제번스다.

Jev는 글을 쓰지 않는다. 판단만 한다. 개발사는 이것을 '시스템 1 모델'이라고 부르는데,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말한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곧 시스템 1에서 따온 말이라고 문서에 적어 두었다(TypeSafe 문서). 채팅하는 LLM이 천천히 따져 보는 시스템 2라면, Jev는 보자마자 고르는 쪽이라는 뜻이다.

쓰는 방법도 단순하다. 판단할 내용을 state라는 칸에 넣고, 물어볼 질문을 몇 개 붙인다. 질문 형식은 세 가지다(빠른 시작).

형식묻는 것돌아오는 답
Choice정해 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인가고른 선택지, 선택지별 확률, 확신도
Score정해 준 단계 가운데 어느 정도인가단계 확률로 낸 점수
Noul이 문장이 참인가0에서 1 사이의 확률 하나

고객 문의 한 통을 넣고 "어느 팀이 맡아야 하나(결제, 기술, 영업)", "얼마나 화가 났나(차분, 불만, 격분)", "급한 일인가"를 한꺼번에 물으면, 답은 {"choice":"technical","probabilities":{"technical":1.0,…}}, {"score":0.67,…}, {"noul":0.99} 같은 모양으로 온다. 질문들은 state를 한 번 읽은 뒤 서로 따로 판단된다. 세 번째 형식 Noul이 가장 순수한 예·아니오다. 문장이 참일 확률만 돌려준다. 0.5 근처면 모델도 헷갈린다는 뜻이다.

글을 쓰지 않으니 빠르고 싸다. 개발사는 응답 시간이 70~500밀리초로, 같은 일을 프런티어 LLM에 맡겼을 때의 3~329초보다 40~200배 빠르다고 썼다. 값은 입력 100만 토큰에 0.042달러이고 출력은 받지 않는다(모델 문서). 자사 평가에서 나온 숫자이고 실제 이득의 상단값일 수 있다는 단서도 개발사가 직접 달았다. 반응은 빨랐다. 다음 날 Vercel AI Gateway에 들어갔고, Vercel은 10월 보고서에서 Jev가 첫 2주 만에 유료 팀의 35%가 쓴, 게이트웨이 역사상 가장 빨리 퍼진 모델이라고 적었다(Vercel). 명령어가 안전한지 가르는 분류기를 Jev로 바꿨더니 5~18배 빨라졌다는 사례도 나왔다.

약점도 문서에 꼼꼼히 적혀 있다(1.13 한계 문서). 질문을 글자 그대로 읽어서 부정문, 이중 부정, 돌려 말한 조건에 약하다. 수를 세거나 날짜를 비교하는 일도 못 한다. 계산은 코드로 하고 Jev에는 판단만 맡기라고 권한다. 여러 단계를 거쳐 추론해야 하는 질문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Choice는 선택지 순서에 따라 답이 바뀌기도 하며 첫 번째 선택지 쪽으로 쏠린다.

나는 이 목록이 Jev의 사용 설명서라고 생각한다. 하나만 고르는 판단기는 질문이 작고 분명할 때 가장 잘 고른다. 그러면 큰 질문은 어떻게 하나. 작은 질문 여럿으로 쪼개서 묻고, 답들을 엮으면 된다. 기계학습은 이 엮는 법을 수십 년 동안 다듬어 왔다.

예·아니오를 쌓는 다섯 가지 방법

예·아니오 판단을 엮는 다섯 가지 방법을 다섯 칸에 나눠 그린 그림. 반복하기는 예와 아니오로 갈라지는 작은 나무, 나누기는 동그라미 넷 가운데 하나씩만 칠한 줄 네 개, 모으기는 예 여섯 아니오 셋이 적힌 투표 칸, 거르기는 100에서 45, 20, 8로 좁아지는 깔때기, 비교하기는 A 대 B, B 대 C 같은 쌍 네 개다

반복하기. 스무고개처럼 질문을 이어서 던진다. 앞 질문의 답에 따라 다음 질문이 바뀌면 그게 결정 트리다. 1984년 브라이먼 등이 낸 CART는 모든 갈림을 늘 둘로만 나누는 트리를 만들었고(CART), 1986년 로스 퀸런의 ID3는 어느 질문을 먼저 던질지를 섀넌의 정보량으로 골랐다. 후보를 가장 고르게 반으로 가르는 질문이 먼저 온다. 스무고개를 잘하는 사람의 요령과 같다.

나누기. 고를 것이 셋 이상이면 두 갈래 문제 여럿으로 바꾼다. 가장 흔한 방법은 일대다다. 선택지가 K개면 "이게 1번인가, 아닌가"를 묻는 판단기 K개를 두고 가장 확신하는 쪽을 따른다. 일대일은 선택지 둘씩 짝을 지어 K(K−1)/2개의 판단기를 둔다. 1995년 디터리크와 바키리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선택지마다 0과 1로 된 긴 부호를 붙이고, 부호의 자리 하나하나를 판단기 하나가 맞히게 했다. 판단기 몇 개가 틀려도 가장 가까운 부호를 찾으면 답이 나온다. 통신에서 잡음 섞인 신호를 고쳐 읽는 오류 정정 부호를 분류에 가져온 것이다(JAIR).

모으기. 약한 판단기 여럿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다수를 따른다. 1785년 콩도르세 후작은 배심원 각자가 맞힐 확률이 절반보다 조금이라도 높고 서로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면, 배심원이 많아질수록 다수결이 맞을 확률이 1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1907년 프랜시스 골턴은 시골 장터의 황소 무게 맞히기 대회에서 응모권 787장을 모았다. 실제 무게는 1,198파운드였고 응모값의 중앙값은 1,207파운드로, 차이가 1%도 안 됐다(Wallis 2014). 기계학습에서는 이것을 부스팅이라는 기술로 다듬었다. 1990년 로버트 샤피르는 동전보다 조금 나은 '약한 학습기'만 있으면 이를 엮어 얼마든지 정확한 학습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였고, 프로인트와 샤피르의 AdaBoost(1995)는 앞의 판단기가 틀린 사례에 무게를 실어 다음 판단기를 훈련한다.

거르기. 값싼 질문부터 던져서 대부분을 일찍 돌려보낸다. 2001년 폴 비올라와 마이클 존스의 얼굴 검출기가 이 방식의 대표다. 사진 속 모든 위치와 크기마다 "여기 얼굴이 있나"를 물어야 하는데, 그런 창이 사진 한 장에 수만 개다. 이들은 판단기를 38단으로 줄 세웠다. 첫 단은 밝고 어두운 띠 모양 특징 단 두 개만 본다. 얼굴은 거의 다 통과시키면서 얼굴 아닌 창의 약 60%를 여기서 버린다. 뒤로 갈수록 판단기가 무거워지지만, 대부분의 창은 첫째나 둘째 단에서 탈락한다. 전체 특징은 6,061개인데 창 하나에 평균 10개만 계산했다. 덕분에 2001년의 700MHz 펜티엄 III에서 384×288 사진 한 장을 0.067초에 처리했다(논문).

비교하기. "얼마나 좋은가"를 묻지 않고 "A와 B 중 어느 쪽인가"만 묻는다. 점수를 매기라고 하면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훨씬 일관된다. 1952년 브래들리와 테리는 이런 쌍대 비교 결과를 모아 각 후보의 숨은 실력을 거꾸로 계산하는 모형을 냈다. 체스의 엘로 점수가 사실상 같은 수학이고,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RankNet은 검색 결과 순위를 문서 두 개씩 비교하며 배웠다. 요즘 LLM을 사람 취향에 맞추는 데 쓰는 선호 데이터도 "두 답 중 어느 쪽이 나은가"를 모은 것이다. Jev를 만든 사람이 바로 그 방법을 함께 만든 사람이라는 게 흥미롭다.

다섯 가지는 자주 섞인다. 결정 트리 수백 그루를 모아 투표하면 랜덤 포레스트가 되고, 얼굴 검출기의 각 단은 부스팅으로 만든 판단기다. 어느 쪽이든 원리는 같다. 판단기 하나하나에는 아주 작은 질문만 맡기고, 큰 답은 엮는 방식에서 나온다.

투자를 예·아니오로 묻는다면

투자만큼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일도 드물다. 산다, 안 산다. 판다, 들고 간다. 그래서 투자 쪽에는 예·아니오 질문을 엮어 만든 규칙이 많다. 몇 가지를 골라 앞의 다섯 가지 방법으로 엮어 보면 이런 판단기가 된다.

예·아니오 관문 네 개로 짠 투자 판단을 그린 그림. 1번 「망할 위험이 있는가?」(올트먼 Z-점수) 400곳 중 283곳 통과, 2번 「회사 체질이 나아지고 있는가?」(피오트로스키 F-점수, 아홉 가지 점검 목록) F 7 이상 79곳 통과, 3번 「가격이 오르는 중인가?」(추세 규칙) 53곳 통과, 4번 「얼마나 걸 것인가?」(켈리 공식) 켈리의 절반. 각 관문 아래에 거절된 회사 수 117, 204, 26이 적혀 있다. 숫자는 가상 회사 400곳을 한 번 뽑은 결과다

첫 관문: 망할 회사인가. 1968년 에드워드 올트먼은 파산한 제조업체 33곳과 멀쩡한 33곳의 재무비율을 비교해, 비율 다섯 개를 숫자 하나로 묶는 식을 만들었다. 이 Z-점수가 1.81 아래면 위험, 2.99 위면 안전으로 봤고, 원래 표본에서는 파산 1년 전 기업의 약 95%를 가려냈다(Altman Z-score). 연속된 숫자 하나에 선을 그어 예·아니오로 바꾼 셈이다. 이 관문은 거르기에 해당한다. 값이 싸고, 가장 큰 손실을 가장 먼저 막는다.

둘째 관문: 체질이 나아지고 있는가. 2000년 조지프 피오트로스키는 장부가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주식들을 대상으로 아홉 가지 점검표를 만들었다. 올해 흑자인가,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인가, 총자산이익률이 작년보다 올랐나, 현금흐름이 회계 이익보다 큰가, 장기부채가 줄었나, 유동비율이 올랐나, 새 주식을 찍지 않았나, 매출총이익률이 올랐나, 자산회전율이 올랐나. 하나에 1점씩 더한 것이 F-점수다. 질문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아홉 개를 더하면 쓸 만해진다. 모으기다. 그의 논문에서 F-점수가 높은 종목만 고르면 싼 주식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이 7.5%포인트 이상 올라갔고, 높은 쪽을 사고 낮은 쪽을 공매도하는 전략은 1976~1996년에 연 23%를 냈다(Chicago Booth Review). 다만 그 뒤로는 효과가 약해졌다는 연구도 있다.

셋째 관문: 가격이 오르는 중인가. 추세를 따르는 규칙이다. 메브 파버는 2007년 논문에서 월말 가격이 10개월 이동평균 위에 있으면 들고, 아래로 내려가면 현금으로 옮기는 규칙을 시험했다. 주식만큼 벌면서 흔들림은 줄이자는 생각이다. 이 질문은 회사의 체질과 상관없이 시장의 분위기만 본다. 앞의 두 관문과 실수하는 방식이 달라서 함께 쓸 만하다.

넷째: 얼마나 걸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예·아니오가 아니다. 1956년 벨 연구소의 존 켈리는 이길 확률이 p이고 이기면 건 돈의 b배를 받는 내기에서, 가진 돈의 몇 할을 걸어야 재산이 가장 빨리 불어나는지 계산했다. 답은 f* = p − (1 − p)/b다. 반반 내기에 이기면 건 만큼 받는다면 이길 확률이 55%일 때 10%를 건다. 확률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크게 다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절반만 거는 사람이 많다. 판단기가 Noul처럼 확률을 내준다면 켈리 공식에 그대로 넣을 수 있다. 하나만 고르는 기계가 확률을 같이 돌려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판단기를 짜면서 두 가지를 새삼 느꼈다. 하나는 판단기가 생각보다 자주 틀린다는 것이다. 2018년 피셔와 크라우스는 LSTM 신경망으로 S&P 500 종목이 다음 날 중간보다 잘할지 못할지를 맞혀 봤는데, 가장 확신하는 종목들에서 정확도가 약 54%였다(워킹페이퍼). 동전보다 4%포인트 낫다. 그 작은 차이가 수익이 되려면 판단을 아주 여러 번, 서로 독립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콩도르세의 조건과 같다. 그리고 거래 비용이 그 차이를 꽤 많이 먹는다.

다른 하나는 두 가지 실수의 값이 다르다는 것이다. 좋은 회사를 놓치면 기회 하나를 잃는다. 망할 회사를 사면 건 돈을 거의 다 잃는다. 그러니 첫 관문의 문턱은 좀 깐깐하게 잡아도 된다. 판단기의 '정확도'만 보면 이 비대칭이 안 보인다. 어떤 실수를 더 피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일은 판단기가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덧붙여, 결과가 둘 중 하나로 정해지는 상품에 돈을 거는 일은 이 판단기와 다르다. 폴리마켓이나 칼시 같은 예측시장의 '예·아니오 계약' 가격은 대략 시장이 매기는 확률로 읽을 수 있지만, 확률이 낮은 쪽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알려져 있다. 폴리마켓은 2022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140만 달러에 합의하고 미등록 이벤트 계약을 정리했다. 소매용 '바이너리 옵션'은 CFTC와 SEC가 2013년 사기 경보를 냈고,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2018년 7월부터 개인 투자자 판매를 금지했다(CFTC). 질문을 예·아니오로 나누는 것과 결과가 예·아니오로 끝나는 내기에 돈을 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놀이판: 스무고개, 다수결, 투자 판단기

예·아니오 판단 놀이판. 탭이 셋이다. 「스무고개」는 1부터 1,000,000 사이 수를 하나 생각하고 「예」「아니오」만 누르면 질문마다 남은 범위가 반으로 줄어 스무 번 안에 맞힌다. 「다수결」은 판단기 하나의 정확도(50~80%), 판단기 수(1~201), 서로 닮은 정도를 움직이면 다수결이 맞을 확률이 그래프로 나온다. 닮은 정도를 올리면 판단기를 아무리 늘려도 정확도가 오르지 않는다. 「투자 판단기」는 가상의 회사 400곳에 Z-점수 문턱, F-점수 문턱, 추세 질문 세 관문을 걸고, 통과한 회사와 거른 회사의 평균 수익률·오른 비율·망한 곳 수, 켈리 베팅 비율을 보여 준다. 「다른 해 뽑기」로 다른 해를 뽑을 수 있다. 데이터는 모두 가상이다.

놀이판의 투자 데이터는 내가 만든 가상의 회사들이다. 회사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체질' 값이 있고, 재무비율과 가격 추세와 1년 수익률이 그 체질에 아주 약하게만 엮이도록 했다. 그래서 거름망이 늘 이기지는 않는다. 해를 200번 뽑아 돌려 보니 기본 설정의 거름망이 전체 평균을 이긴 해는 154번, 평균 차이는 4.6%포인트였다. 네 해 중 한 해는 진다. 그 한 해를 버티지 못하면 나머지 세 해의 우위도 못 가져간다. 「다수결」 탭에서는 '서로 닮은 정도'를 꼭 올려 보시길 권한다.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지표를 쓰는 판단기 백 개는 판단기 하나와 별로 다르지 않다.

하나만 고르라는 말의 함정

예·아니오가 이렇게 쓸모 있어도 조심할 데가 있다.

첫째, 선택지가 정말 둘뿐인지부터 의심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논리학에서 '거짓 이분법'이라는 오류다. 투자에서도 사느냐 마느냐 사이에 조금만 사기, 나눠서 사기, 기다리기가 있다. 켈리 공식이 결국 '얼마나'를 묻는 것도 그래서다.

둘째, 둘 다 똑같이 좋을 때 고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똑같은 건초 더미 둘 사이에서 어느 쪽도 고르지 못하다 굶어 죽는 '뷔리당의 당나귀' 이야기가 있다. 재미있게도 뷔리당이 남긴 글에는 당나귀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주석에 개 이야기가 나오고, 당나귀는 나중에 그를 비꼬던 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본다(Britannica).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 2015년 주주서한에서 결정을 두 종류로 나눴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한 방향 문'이니 천천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결정은 되돌릴 수 있는 '양방향 문'이고, 이런 결정은 판단력 있는 사람이 빨리 내려야 한다고 했다(주주서한). 양방향 문 앞에서 오래 고민하는 것도 굶는 당나귀다.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은 아예 동전에 맡겨 봤다. 웹사이트에서 직장을 그만둘지, 연애를 끝낼지처럼 오래 망설인 결정을 받아 동전을 던져 줬다. 앞면은 바꾸라, 뒷면은 그대로 있으라. 유효한 던지기가 22,511번이었다. 앞면이 나온 사람은 실제로 바꿀 확률이 올라갔고, 6개월 뒤 물었을 때 중요한 결정을 바꾼 사람들은 10점 척도에서 평균 2점쯤 더 행복하다고 답했다(NBER). 사람들이 대체로 현상 유지 쪽으로 너무 기운다는 뜻으로 레빗은 해석했다. 정말 반반이라 고르지 못하겠다면, 바꾸는 쪽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나만 고를 수 있다면, 여러 번 물으면 된다

노트의 문장으로 돌아간다. 오직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약처럼 읽혔다. 오늘 따라가 보니 이 제약이 오히려 힘이었다. 질문을 '하나만 고르기'까지 줄이면 판단은 빨라지고, 싸지고, 확인하기 쉬워진다. Jev가 LLM보다 수십 배 빠른 것도, 비올라와 존스가 2001년 컴퓨터로 사진 속 얼굴을 찾은 것도, 질문을 그만큼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작은 질문에는 작은 답밖에 없다. 큰 답은 질문을 엮는 방식에서 나온다. 반으로 가르는 질문을 이어 던지고, 여러 갈래를 두 갈래 여럿으로 나누고, 서로 다른 판단기의 표를 모으고, 값싼 질문부터 거르고, 점수 대신 둘을 비교한다. 그리고 어떤 실수가 더 아픈지, 선택지가 정말 둘뿐인지, 되돌릴 수 있는 문인지는 판단기 바깥에서 사람이 정한다.

『오늘의 한 페이지』는 아이디어 노트를 아무 데나 펼쳐, 거기 적힌 한 줄에 그날의 생각을 얹는 연재다. 오늘은 그 한 줄 덕분에 스무 번째 글이 됐다. 질문 스무 개면 백만 가지 중 하나를 가려낸다는데, 이 연재는 스무 번 물어서 어디쯤 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질문이 반씩 가르지 못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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