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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회의 테이블에 놓인 노트와 노트북, 무언가 적는 손. 「인사평가가 끝나면 사람이 나간다 · 1편 — 불신은 어디에서 오나」 제목을 얹은 표지
연재회사 이야기 · 1회

인사평가가 끝나면 사람이 나간다 (1) — 불신은 어디에서 오나

· SYSOP · 조회 1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인사평가와 퇴사율을 다룬 영상을 봤다. 제법 납득이 되면서도, 그동안 다녔던 회사들에 대입해보니 생각해 볼 만한 점이 많았다.

양쪽을 동시에 보게 된 출발점

창가 의자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긴 사람

나는 운이 좋게도 관리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관리자였지 처음에는 팀원이 적어 실무 비중이 훨씬 컸다. 쉴 새 없는 회의와 보고, 거기에 실무까지 전부 해내야 했다. 자연스럽게 이걸 어떻게 다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나는 지금 적절한 보수를 받고 일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때는 인사고 뭐고 회사에서 하루하루 일하는게 힘든 시기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체계도 좋은 제도도 없던 회사였다.

오히려 회사에 갖춰진 것이 없다 보니 이 시점에 여러 입장에서 동시에 생각하게 된 것이 이후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조금 더 편하게 일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그 습관이 꽤 쓸모가 있었다. 물론 첫 직장은 여러 문제가 있어 일찍 그만두게 되었지만.

인사팀이 욕받이가 되는 구조

최근 다녔던 직장 중 한 곳은 인사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직원이 인사팀에 불만을 갖고 있었고, 여러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다 싸우거나 퇴사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인사팀은 인사팀대로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지시에 따라 계속 방향을 바꾸고 땜질하느라 제대로 된 일을 해볼 기회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에 본 영상은 이런 문제의 일부를 꽤 명확하게 짚었다.

숫자가 말하는 것

영상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직원은 인사 제도를 신뢰하지 못한다. 대다수가 평가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객관적 기준이 없거나 매우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직은 4~6월에 몰린다. 보통 연말에 평가가 진행되고 1~2월 중에 연봉 협상(혹은 통보)을 하는 관행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열에 일곱은 평가 결과를 받고 이직을 결심해본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이니, 인사평가가 직장 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불신은 대체로 세 갈래에서 온다고 한다.

  1. 상급자의 주관에 의한 평가
  2. 인사 관리와 평가 결과가 따로 노는 경우
  3.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경우

세 가지가 전부 걸린 회사

한 사람이 서서 설명하고 나머지가 듣고 있는 회의 사진

이전 직장 중 한 곳에, 제법 괜찮은 평을 받던 스타트업에서 임원을 하던 사람이 임원으로 왔다. 당연히 인사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인사평가와 연봉 조정 규칙을 만든답시고 경영진만 확인할 수 있는 배점과 공식을 갖는 엑셀 파일을 만들어 직원들을 줄 세웠다. 평가 요소 중에는 야근 시간 같은 충격적인 항목도 있었다. 당연히 많이 할수록 좋은 점수였다. 부서나 직무에 따른 구분도 없이 전 직원을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순위를 정했다.

각 팀장들은 매월 팀원의 평가를 기입했지만, 그 평가는 실질적으로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연봉 인상률이 결정되는 순간에는 인사팀까지 배제한 채 임원 몇 명의 결정으로 순위와 무관하게 조정되는 인원이 대다수였다. 인사평가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세 가지가 이 회사에는 전부 해당됐다.

팀장들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졌고, 인사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계속 늘어갔다. 예전에 CIA의 전신인 OSS가 2차 대전 중에 만든 「단순 사보타주 매뉴얼」을 본 적이 있다. 적국의 조직을 안에서부터 망가뜨리는 요령을 모아둔 문서인데, 뭐든 위원회에 넘기고, 사소한 문구를 물고 늘어지고, 이미 끝난 결정을 다시 꺼내라는 식이다. 그 회사를 보면서 딱 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시간이 지나고 그 임원은 자리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 회사는 엉망이 된 채 굴러가고 있었다.

방향은 맞는데, 사람이 바뀔까

영상은 여러 사례를 들면서 최근의 인사평가가 다면평가와 절대평가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상시 피드백과 기록, 설명 가능한 보상, 직무와 스킬 중심의 평가가 그 방향이다. 현장에서 겪는 좋고 나쁜 사례들을 보면 대체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물론 그런 변화가 정말 좋은 방향으로 잘 적용되고 있는 조직이 실제로 있느냐고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평가를 하는 사람에서 성장을 돕고 코칭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도 하지만, 어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나. 당연히 조직도 쉽게 바뀌지는 못할 것이다. 외형은 그럴싸하고 좋아 보이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결국 경영진과 리더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리더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눠 작성하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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