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름이란 무엇인가
사진에서 입자를 골라냈으면 이제 크기를 숫자 하나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납작하고 길쭉한 커피 입자에는 지름이 하나가 아니다. 공개된 예시 사진의 실제 입자 1,578개를 다섯 가지 정의로 재 보니 같은 입자의 중앙값이 508 µm에서 776 µm까지 갈렸다. 사진에는 아예 보이지 않는 두께 축이 체로 잰 크기와 부피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계산했다.
지난 글에서 사진의 픽셀을 입자와 배경으로 갈랐다. 이제 입자 하나마다 크기를 숫자 하나로 적을 차례다. 분쇄도 그래프의 가로축에 놓이는 그 숫자, 흔히 '지름'이라고 부르는 값이다.
공이라면 고민할 것이 없다. 어느 방향으로 재도 같다. 그런데 커피 입자는 공이 아니다. 원두는 깨질 때 모나고 납작한 조각으로 갈라진다. 이런 조각을 위에서 찍으면 긴 쪽과 짧은 쪽이 있고, 옆에서 보면 두께가 따로 있다. 이 셋 가운데 무엇을 지름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번 글은 같은 입자를 여러 정의로 재 보고, 정의만 바꿔도 답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본다.
체는 무엇을 재나
분쇄도를 재는 가장 오래된 도구는 체다. 구멍 크기가 다른 체를 위에서부터 큰 순서로 쌓고 가루를 부어 흔든 뒤, 체마다 남은 가루의 무게를 단다.

미국 표준 시험용 체 40번. 구멍 한 변이 425 µm다. 사진: San Diego Air & Space Museum Archives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체는 입자의 어느 길이를 잴까. 입자는 체 위에서 흔들리다가 가장 작은 단면이 구멍을 향하는 순간 빠져나간다. 길쭉한 입자는 긴 쪽을 세워서 지나간다. 그래서 체가 가르는 것은 긴 길이가 아니라 짧은 쪽의 폭이다. 입자 측정 장비를 만드는 마이크로트랙은 커피 가루를 체와 이미지 분석으로 함께 잰 응용 노트에서 같은 설명을 한다. 체 결과는 이미지 분석이 따로 내는 세 가지 크기(폭, 길이, 넓이가 같은 원의 지름) 가운데 폭과 가장 잘 맞았다(Microtrac). 같은 노트는 공 모양 입자였다면 세 분포가 똑같았겠지만 커피에서는 서로 크게 달랐다고 적었다.

체마다 남은 가루를 털어 그릇에 모아 무게를 단다. 사진: Soccer jim200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잘라 씀)
사진은 무엇을 보나
카메라는 입자를 위에서 내려다본다. 종이 위에 흩뿌린 납작한 조각은 대개 가장 넓은 면을 바닥에 대고 눕는다. 그러니 사진에는 긴 쪽과 짧은 쪽이 찍히고, 두께는 찍히지 않는다. 체가 보는 짧은 폭은 사진에도 있지만, 체를 지날 때 같이 작용하는 두께는 사진에 없다.
사진에 찍힌 입자의 윤곽에서 크기를 뽑는 방법은 여럿이다. 이미지 분석 국제 표준(ISO 13322-1)과 입자 모양 표기 표준(ISO 9276-6)에 나오는 대표적인 것들을 실제 커피 입자 하나에 겹쳐 그렸다. 입자는 지난 글에서 쓴 가녜의 예시 사진에서 골랐다. 사진 속 캐나다 25센트 동전(지름 23.88 mm)이 523픽셀이어서, 픽셀 하나가 45.7 µm다.

- 페렛 지름. 입자를 캘리퍼스 두 날 사이에 끼웠을 때의 폭이다. 입자를 돌려 가며 재면 가장 긴 폭(페렛 최대)과 가장 짧은 폭(페렛 최소)이 나온다. 1930년대 프랑스의 L. R. 페레가 쓴 통계 지름에서 이름을 땄다(Walton 1948).
- 등가원 지름. 입자와 넓이가 같은 원의 지름이다. 픽셀 수만 세면 나오므로 계산이 가장 쉽다.
- 축 정렬 상자. 사진의 가로축과 세로축에 맞춰 입자를 감싸는 사각형이다. 컴퓨터 비전 라이브러리가 덩어리마다 기본으로 돌려주는 값이라 손이 가기 쉽다.
- 외접원. 입자를 다 품는 원이다. 여기서는 무게중심에서 가장 먼 점까지 거리의 두 배로 잡았다.
이 입자 하나만 해도 가장 큰 값(외접원 1,434 µm)이 가장 작은 값(페렛 최소 868 µm)의 1.65배다. 어느 쪽도 틀린 측정은 아니다. 서로 다른 것을 쟀을 뿐이다.
가녜의 지름, 언스페셜티의 지름
그럼 지금 쓰이는 도구는 어떤 지름을 쓸까. 가녜의 coffeegrindsize 코드를 따라가 보면 이렇다. 덩어리마다 무게중심에서 가장 먼 픽셀까지 거리를 긴 반지름 a로 잡는다. 그다음 넓이를 πa로 나눠 짧은 반지름 b를 만든다. 입자를 넓이가 같은 타원으로 본 것이다. 그래프에 쓰는 지름은 2√(ab)다. 그런데 b가 넓이 ÷ πa이니 2√(ab)는 2√(넓이/π)가 된다. 곧 등가원 지름과 정확히 같다. 긴 반지름을 어떻게 잡든 지름에는 영향이 없다.
차이는 부피에서 생긴다. coffeegrindsize는 사진에 안 보이는 세 번째 축(두께)을 짧은 반지름과 같다고 가정하고 입자를 회전타원체로 보아 부피를 낸다. 코드 주석에 그렇게 적혀 있다. 이 가정이 얼마나 맞는지는 뒤에서 따져 본다.
이 연재의 출발점이 된 언스페셜티의 「분쇄도 가이드 개발기」(2023)는 일정 크기 이상의 입자에는 윤곽의 외접원 지름을, 작은 입자에는 외접 사각형을 썼다. 위 입자로 치면 외접원은 1,434 µm, 등가원은 1,027 µm다. 두 도구가 같은 입자에 서로 다른 숫자를 붙이는 셈이다. 두 도구의 그래프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다.
같은 입자, 다섯 개의 분포
입자 하나가 아니라 사진 전체에서는 어떨까. 지난 글처럼 빈 종이 밝기로 배경을 편 뒤 문턱으로 잘라, 종이 위의 입자 덩어리 2,140개를 얻었다. 그중 볼록도(넓이 ÷ 볼록 껍질 넓이)가 0.85보다 낮은 덩어리는 입자 여럿이 붙은 것일 수 있어 뺐다. 지름 약 330 µm(넓이 40픽셀)보다 작은 입자도 뺐다. 지난 글에서 본 것처럼 이 크기에서는 모양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남은 1,578개를 다섯 가지 정의로 쟀다.

| 정의 | 중앙값 |
|---|---|
| 페렛 최소 | 508 µm |
| 등가원 (= coffeegrindsize의 지름) | 572 µm |
| 축 정렬 상자 | 685 µm |
| 페렛 최대 | 737 µm |
| 외접원 | 776 µm |
같은 사진, 같은 입자, 같은 문턱이다. 그런데 중앙값은 508 µm에서 776 µm까지 1.53배 벌어졌다. 분쇄도 차트에서 이 정도 차이면 그라인더 눈금 여러 칸에 해당한다. 그래서 분쇄도 숫자를 볼 때는 숫자보다 먼저 정의를 물어야 한다.
커피 입자는 둥글지 않다
정의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입자의 모양이다. 입자마다 페렛 최소를 페렛 최대로 나눈 값을 길쭉함으로 삼았다. 1이면 둥글고, 작을수록 길쭉하다.

중앙값은 0.71이었다. 가운데 절반이 0.63~0.78 사이에 있고, 0.6보다 더 길쭉한 입자도 18%다. 크기별로 나눠 봐도 330~500 µm에서 1,200 µm 이상까지 중앙값이 0.71 언저리로 거의 같았다.
이 숫자를 믿기 전에 픽셀 격자 자체가 모양을 얼마나 비트는지 확인해야 했다. 같은 배율(45.7 µm/픽셀)에서 모양을 아는 가상 입자를 그려 똑같은 방식으로 쟀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완전한 원도 0.85~0.95로 나왔다. 몇 픽셀짜리 원은 계단 모양이라 대각선 방향 폭이 조금 더 길게 잡히기 때문이다. 반면 종횡비가 0.71인 타원은 0.71~0.72로 제대로 나왔다. 그러니 실측 중앙값 0.71은 믿을 만하다. 다만 0.9 근처에 있는 입자들은 실제로는 더 둥글 수 있다. 이 사진에서 1에 가까운 입자가 하나도 없는 것도 커피가 둥글지 않아서라기보다 픽셀의 한계다.
상자는 방향을 탄다
축 정렬 상자는 정의 하나가 더 붙는다. 입자가 사진의 축과 몇 도 틀어져 놓였는지에 따라 값이 바뀐다.

길쭉함이 0.71인 입자를 사진 축과 나란히 두면 상자의 긴 변이 등가원 지름의 1.19배다. 45° 돌려 놓으면 1.03배가 된다. 입자를 하나도 바꾸지 않고 종이 위에서 돌리기만 해도 15% 차이가 난다. 가루를 흩뿌리면 방향은 제멋대로이니, 상자 지름에는 입자 크기와 상관없는 흩어짐이 섞인다. 위 분포에서 상자의 중앙값이 등가원과 페렛 최대 사이에 낀 것도 이 때문이다.
체는 대각선으로 속는다
체로 돌아가 보자. 체 구멍은 정사각형이다. 정사각형의 대각선은 한 변의 √2배, 약 1.41배다. 아주 얇은 조각은 비스듬히 기울여 대각선 방향으로 밀어 넣으면 폭이 구멍 한 변보다 커도 빠져나간다.
입자를 세 축이 L ≥ W ≥ T인 타원체로 보고 계산해 봤다. 구멍을 지나려면 입자의 가장 작은 단면(폭 W × 두께 T)이 구멍 안에 들어가야 한다. 똑바로 넣으면 구멍 한 변이 W 이상이어야 한다. 45° 돌려 넣으면 √((W² + T²) / 2) 이상이면 된다. 체는 둘 중 작은 쪽을 고른다. 두께가 폭과 같으면 체는 폭을 그대로 잰다. 두께가 폭의 절반이면 폭의 0.79배짜리 구멍도 지나가고, 두께가 폭의 5분의 1이면 0.72배짜리도 지나간다. 아주 얇아지면 0.71배(1/√2)까지 내려간다. 체가 폭을 잰다는 말은 공에 가까운 입자에서만 맞는다. 납작한 입자에서는 체가 폭보다 최대 29% 작은 값을 낸다.
이 계산은 체를 충분히 오래 흔들어 모든 입자가 가장 잘 빠지는 자세를 한 번은 찾는다고 가정한다.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 안에 그 자세를 못 찾는 입자도 있으므로, 실제 체 결과는 이 계산과 폭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사진이 못 보는 축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체 크기는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진에는 두께가 안 찍힌다. 부피도 마찬가지다. 부피는 길이 × 폭 × 두께에 비례하니, 두께를 모르면 부피도 모른다. 분쇄도를 질량으로 따질 때는 부피가 곧 무게다.
두께를 몰라도 두께가 바뀌면 무엇이 얼마나 바뀌는지는 계산할 수 있다. 실제 사진에서 잰 크기와 길쭉함 분포에서 입자 2만 개를 뽑아 가상 시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두께 ÷ 폭을 0.2에서 1까지 바꿔 가며 다시 쟀다.

사진이 보는 세 정의(페렛 최대, 등가원, 페렛 최소)는 두께와 상관없이 그대로다. 사진에는 두께가 없으니 당연하다. 반면 체 크기와 부피가 같은 구의 지름은 두께 가정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 두께가 폭의 절반이라고 가정하면 체 크기 중앙값은 377 µm다. 사진의 등가원 572 µm보다 34% 작다. 두께가 폭의 5분의 1이면 체 크기는 344 µm, 부피가 같은 구는 314 µm까지 내려간다. 이때 가장 큰 정의(페렛 최대)와 가장 작은 정의의 차이는 2.19배가 된다.
부피 추정은 더 크게 틀린다. 등가원 지름으로 구를 만들어 부피를 내면, 두께가 폭의 절반인 입자의 부피를 2.4배로 잡는다. coffeegrindsize처럼 숨은 축을 짧은 축과 같다고 두면 2.0배다. 이 방식은 입자가 실제로 두께 = 폭일 때만 맞는다. 사진만으로는 이 가정을 검증할 수 없다. 두께를 따로 재는 수밖에 없다.
직접 바꿔 보기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입자의 길쭉함, 두께, 놓인 방향을 바꿔 볼 수 있다. 왼쪽은 입자 하나를 위에서 본 모습과 다섯 가지 지름, 옆에서 본 두께, 그리고 이 입자가 지나가는 가장 작은 체 구멍이다. 오른쪽은 실제 사진에서 잰 크기와 길쭉함으로 만든 가상 시료 2만 개를 여섯 가지 정의로 잰 중앙값이다. 두께를 0.2까지 내려 보면 체 통과 크기와 부피가 같은 구의 지름이 함께 내려가며, 사진이 보는 세 막대와 멀어진다.
이 모델이 빠뜨린 것
- 두께를 재지 않았다. 이 글의 체 크기와 부피는 모두 두께 ÷ 폭을 가정한 값이다. 커피 입자의 두께는 옆에서 찍거나 초점 거리를 바꿔 가며 찍어야 잴 수 있다
- 입자를 타원체로 봤다. 실제 입자는 모서리가 있고 오목한 곳도 있다. 체 통과 계산과 부피 계산은 매끈한 타원체 기준이다
- 사진을 원근 보정하지 않았다. 동전이 가로 524픽셀, 세로 546픽셀로 찍혀 약 4% 찌그러져 있다. 이 정도면 길쭉함 값이 최대 4%쯤 흔들릴 수 있다. 2편의 마커 시트로 찍은 사진이 아니어서 생긴 한계다
- 330 µm보다 작은 입자는 뺐다. 미분은 픽셀 몇 개라 모양을 잴 수 없다. 이 글의 분포는 굵은 쪽 입자만의 이야기다
- 사진 한 장, 분쇄 한 번이다. 다른 원두, 다른 그라인더에서 길쭉함이 같은지는 모른다
- 체 실험은 하지 않았다. 대각선 통과 효과가 실제 체 결과를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같은 가루를 체와 사진으로 함께 재 봐야 안다
정리
- 입자의 '지름'은 하나가 아니다. 사진에서 뽑을 수 있는 대표적인 정의만 다섯 개다. 공이면 모두 같지만 커피 입자에서는 크게 갈린다
- 공개 예시 사진의 실제 입자 1,578개를 재 보니 중앙값이 페렛 최소 508 µm, 등가원 572 µm, 축 정렬 상자 685 µm, 페렛 최대 737 µm, 외접원 776 µm였다. 같은 입자인데 정의만 바꿔 1.53배다
- coffeegrindsize의 지름은 등가원 지름과 정확히 같다. 언스페셜티의 방식은 외접원과 상자를 썼다. 두 도구의 그래프는 같은 눈금이 아니다
- 커피 입자의 길쭉함(페렛 최소 ÷ 페렛 최대) 중앙값은 0.71이었다. 픽셀 격자는 둥근 입자를 0.85~0.95로 찌그러뜨리지만, 0.71 근처는 제대로 읽는다
- 축 정렬 상자는 놓인 방향만으로 15% 흔들린다
- 체는 폭을 재지만, 납작한 입자는 대각선으로 빠져나가 폭의 0.71배까지 작게 잡힌다. 사진에 없는 두께가 체 크기와 부피를 정한다. 두께가 폭의 절반이면 등가원으로 낸 부피는 실제의 2.4배다
체와 카메라가 다른 답을 내는 것은 어느 한쪽이 틀려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축을 보기 때문이다. 분쇄도 숫자를 받아 들면 먼저 무엇을 지름이라고 불렀는지 물어야 한다.
참고문헌
- Gagné J. coffeegrindsize. GitHub. 링크 — 긴 반지름(무게중심에서 가장 먼 픽셀), 짧은 반지름(넓이 ÷ π·긴 반지름), 지름 2√(ab), 부피 π·b²·a(숨은 축 = 짧은 축) 코드 확인
- 언스페셜티, 「분쇄도 가이드 개발기」(2023). 링크 — 큰 입자는 윤곽의 외접원, 작은 입자는 외접 사각형
- Microtrac. Coffee powder (응용 노트, 장비 제조사 자료). 링크 — 이미지 분석의 폭·길이·등가원 분포가 서로 크게 다르고 체 결과는 폭과 가장 잘 맞는다는 설명
- ISO 13322-1:2014. Particle size analysis — Image analysis methods — Part 1: Static image analysis methods — 서지 확인
- ISO 9276-6:2008. Representation of results of particle size analysis — Part 6: Descriptive and quantitative representation of particle shape and morphology — 서지 확인
- Walton WH (1948). Feret's statistical diameter as a measure of particle size. Nature 162, 329–330. doi:10.1038/162329b0 — 서지 확인
- 캐나다 왕립조폐국. 25센트 동전 지름 23.88 mm
이미지 출처
- 미국 표준 시험용 체 40번: San Diego Air & Space Museum Archives, Wikimedia Commons.jpg), 퍼블릭 도메인 (축소)
- 체 망을 털어 내는 모습: Soccer jim2002,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잘라 씀)
- 커피 입자 사진: Jonathan Gagné, coffeegrindsize Help/Decent_Example_Picture.png, MIT 라이선스. 입자 확대, 지름 표시, 분포와 길쭉함 그래프는 이 사진을 분석해 직접 만들었다
- 그 밖의 그림과 시뮬레이션: 직접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