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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에서 혀까지 3편 표지. 픽셀 하나의 크기라는 제목 옆에, 커피 가루 확대 그림의 왼쪽 절반은 또렷한 입자, 오른쪽 절반은 15 cm에서 찍은 사진처럼 굵은 픽셀로 뭉개져 있다
연재버에서 혀까지 · 4회

픽셀 하나의 크기

휴대폰을 15 cm 위에 들고 찍으면 픽셀 하나가 약 50 µm를 덮고, 커피 미분 봉우리(30~40 µm)는 그보다 작다. 입자 하나가 렌즈 흐림, 픽셀, 잡음, 문턱을 거쳐 측정값이 되는 과정을 합성 사진으로 따라가 보니, 흐림 0.8픽셀에서 약 96 µm 아래 입자는 통째로 사라지고, 크기를 ±5% 안에서 재려면 지름이 8~10픽셀은 돼야 했다. 미분이 부피의 20%인 가상 시료를 찍으면 미분은 0.1%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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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글에서 사진의 배율을 바로잡았다. 동전 대신 마커 네 개로 사진을 펴니 카메라 기울기 때문에 생기던 오차가 0.1%p 안팎으로 줄었다. 남은 큰 오차는 프린터의 '페이지에 맞춤'이었고, 그건 카드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사진 속 1 mm가 몇 픽셀인지는 꽤 정확히 안다.

그런데 1편에서 지나가듯 적어 둔 숫자가 하나 있다. 휴대폰을 15 cm 위에 들고 찍으면 픽셀 하나가 종이 위에서 약 50 µm를 덮는다. 커피 미분의 봉우리는 30~40 µm 근처에 있다. 미분 하나가 픽셀 하나보다 작다는 뜻이다.

픽셀보다 작은 입자는 사진에서 어떻게 될까. 아예 안 보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작은 입자도 빛을 가리니 그 자리 픽셀은 조금 어두워진다. 문제는 그 어두워진 픽셀을 보고 입자라고 판정할 수 있는지, 판정했다면 크기를 얼마나 맞게 잴 수 있는지다. 이번 글은 입자 하나가 픽셀이 되기까지 거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몇 픽셀부터 크기를 믿을 수 있는지 계산해 본다.

훅이 코르크에서 본 방

1665년 영국의 로버트 훅은 직접 만든 현미경으로 본 것들을 그림으로 엮어 『마이크로그라피아』를 냈다. 그중 한 장에 얇게 저민 코르크가 있다. 훅은 코르크가 벌집처럼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방을 '셀(cell)'이라고 불렀다. 생물학에서 세포를 뜻하는 영어 낱말 cell이 여기서 나왔다.

오래된 동판화. 위쪽 그림에는 벌집처럼 작은 방이 줄지어 있는 코르크 단면이 두 조각 그려져 있다. 왼쪽은 결을 가로로 자른 면이고 오른쪽은 세로로 자른 면이다. 아래쪽에는 잎이 가는 가지가 달린 식물 줄기가 그려져 있다

로버트 훅, 『마이크로그라피아』(1665) 도판 11. 위쪽 두 그림이 코르크 단면이다. 그림: Robert Hooke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커피 원두도 식물의 씨앗이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볶은 원두를 잘라 보면 세포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들이 촘촘히 모여 있다. Mo 외(2023)는 X선 단층 촬영으로 커피 가루 속을 들여다보고, 원두 세포의 크기가 25~50 µm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분쇄한 커피의 입자 분포에서 흔히 나타나는 작은 봉우리, 흔히 미분이라고 부르는 30~40 µm 부근의 입자들이 바로 세포벽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인더가 아무리 달라도 미분 봉우리가 비슷한 자리에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분의 크기는 그라인더가 아니라 원두의 세포가 정한다.

훅은 이 크기를 보려고 현미경을 만들었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같은 것을 재려고 한다.

15 cm 위에서 본 격자

1편의 카메라 모델을 다시 쓰자. 사진 크기 4032×3024픽셀, 35 mm 환산 26 mm 렌즈인 휴대폰 메인 카메라다. 이 카메라에서 픽셀 하나가 종이 위에서 덮는 크기는 카메라 높이에 비례한다.

휴대폰 높이픽셀 하나미분 35 µm입자 100 µm입자 400 µm
30 cm99 µm0.35 px1.0 px4.0 px
15 cm50 µm0.71 px2.0 px8.1 px
10 cm33 µm1.1 px3.0 px12 px
5 cm17 µm2.1 px6.1 px24 px

1편의 핀홀 모델로 계산했다. 표의 px는 입자 지름이 사진에서 몇 픽셀에 걸치는지다

두 개의 격자 그림. 위는 휴대폰 높이 15 cm로, 회색 칸 하나가 49.5 µm다. 칸 위에 지름 35, 100, 200, 400 µm인 갈색 원 네 개가 같은 축척으로 그려져 있고, 아래에 각각 0.7 px, 2.0 px, 4.0 px, 8.1 px라고 적혀 있다. 35 µm 원은 칸 하나보다 작다. 아래는 높이 5 cm로, 칸이 16.5 µm로 작아져서 같은 원들이 2.1 px, 6.1 px, 12.1 px, 24.2 px에 걸친다

언스페셜티 칼럼은 마커로 편 사진을 픽셀 하나가 27.5 µm가 되도록 맞췄다. 이 카메라 모델로 치면 8 cm 남짓한 높이에 해당한다. 그 배율에서도 100 µm 입자는 지름이 3.6픽셀이다.

입자 지름이 2픽셀이면 입자가 차지하는 넓이는 3픽셀 남짓이다. 입자가 픽셀 격자의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픽셀 네 개에 조금씩 걸칠 수도 있고, 픽셀 하나를 거의 다 덮고 이웃에 조금 걸칠 수도 있다. 같은 입자가 놓인 자리만 바뀌어도 다르게 찍힌다. 여기에 흐림이 더해진다.

렌즈가 먼저 흐린다

빛이 렌즈의 구멍을 지나면 퍼진다. 완벽하게 만든 렌즈라도 점 하나를 점으로 찍지 못하고, 가운데가 밝고 바깥으로 희미한 고리가 둘러싼 작은 원반으로 찍는다. 이 원반을 에어리 원반이라고 부른다. 원반의 크기는 빛의 파장과 조리개 값(f 수)으로 정해진다.

두 점이 너무 가까우면 두 원반이 겹쳐 하나로 보인다. 레일리 경은 한 원반의 가운데가 다른 원반의 첫 번째 어두운 고리에 오는 거리를 두 점을 겨우 구별하는 한계로 잡았다(Rayleigh 1879). 지금도 광학에서 해상력을 말할 때 쓰는 기준이다.

세 줄로 된 그림. 각 줄에 밝은 점 두 개가 흐릿한 원반으로 찍혀 있다. 맨 위는 두 원반이 충분히 떨어져 둘로 보이고, 가운데는 레일리 기준 거리라서 가운데가 조금 꺼진 채 두 봉우리로 겨우 갈라지며, 맨 아래는 너무 가까워 하나의 길쭉한 원반으로 합쳐져 보인다

점 두 개의 에어리 원반이 가까워질 때. 가운데 줄이 레일리 기준이다. 그림: Spencer Bliven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휴대폰 메인 카메라에 대어 보자. 예를 들어 아이폰 14 Pro의 메인 카메라는 조리개가 f/1.78이고(Apple), 4800만 화소 센서의 픽셀 네 개를 묶어 2.44 µm짜리 픽셀 하나처럼 쓴다(Apple 2022). 이 두 값을 1편의 카메라 모델에 얹었다. 초록빛(0.55 µm)에서 에어리 원반의 지름은 2.44 × 0.55 µm × 1.78 ≈ 2.4 µm다. 묶은 픽셀 하나와 거의 같은 크기다. 이 카메라 모델을 15 cm 위에 두고 종이 쪽으로 환산하면 레일리 한계는 약 24 µm, 원반 지름은 약 49 µm로 픽셀 하나(49.5 µm)와 맞먹는다(모델 추정).

픽셀을 렌즈가 그려 내는 원반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 봐야 같은 흐린 원반을 더 잘게 나눠 담을 뿐이다. 4800만 화소로 찍으면 픽셀은 절반(1.22 µm)이 되지만 원반은 그대로라서 원반 하나가 픽셀 두 칸에 걸친다. 화소 수가 네 배가 된 만큼 해상력이 늘지는 않는다.

회절은 흐림의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 사진에는 흐림이 몇 겹 더 쌓인다.

  • 렌즈의 수차. 실제 렌즈는 회절 한계에 못 미친다.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더 그렇다
  • 흔들림. 손에 든 휴대폰은 노출하는 동안 조금씩 움직인다. 손떨림 보정이 대부분 잡아 주지만 다 잡지는 못한다
  • 색 보간. 휴대폰 센서의 픽셀은 빨강, 초록, 파랑 가운데 한 가지 빛만 받는다. 나머지 두 색은 이웃 픽셀에서 빌려 와 채운다
  • 압축과 보정. JPEG이나 HEIF로 저장하면서 세부가 뭉개지고, 휴대폰이 사진을 선명하게 보이려고 경계를 강조하는 처리도 들어간다

센서를 비스듬히 본 그림. 맨 위에 빨강, 초록, 파랑 칸이 바둑판처럼 섞인 필터 층이 있고, 그 아래에 회색 격자의 센서 층이 있다. 빛줄기가 필터 칸을 지나며 한 가지 색만 남아 아래 픽셀에 닿는다. 초록 칸이 빨강이나 파랑보다 두 배 많다

베이어 필터. 픽셀마다 한 가지 색만 받고, 초록이 절반을 차지한다(Bayer 1976). 그림: Cburnett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것들을 다 합한 흐림이 얼마인지는 카메라마다, 찍는 방식마다 다르고 공개된 값도 없다. 이 글에서는 전체 흐림을 표준편차 σ가 0.5~1.0픽셀인 가우스 흐림으로 두고, 0.8픽셀을 기준으로 삼았다. 실제 값은 직접 재야 한다. 디지털카메라의 해상력은 비스듬히 기운 검은 경계를 찍어 그 경계가 얼마나 번지는지로 재는 것이 표준이다(ISO 12233). 마침 마커 시트에는 그런 경계가 이미 들어 있다. 마커의 검은 테두리다.

입자가 픽셀이 되기까지

이제 입자 하나를 찍어 보자. 지난 글처럼 정답을 아는 합성 사진을 만든다. 라이트패드 같은 밝은 판 위에 입자를 놓고 아래에서 빛을 비춰 찍는다고 하면, 입자는 밝은 배경 위의 어두운 그림자가 된다. 배경의 밝기를 1, 입자의 밝기를 0으로 두었다.

과정은 다섯 단계다. 실제 입자 모양을 아주 잘게 그리고, 흐림을 더하고, 픽셀 크기로 묶어 평균을 내고, 픽셀마다 잡음(밝기의 2%)을 섞는다. 마지막으로 밝기 0.5를 기준으로 그보다 어두운 픽셀을 입자로 판정한다. 판정된 픽셀 넓이로 같은 넓이의 원 지름을 구하면 잰 지름이 된다.

두 줄로 된 단계 그림. 위 줄은 100 µm 입자(2.0 px), 아래 줄은 400 µm 입자(8.1 px)다. 각 줄에 다섯 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실제 입자는 또렷한 갈색 원, 렌즈가 흐림은 경계가 번진 원, 픽셀로 나뉨은 굵은 사각형 몇 개로 된 모자이크, 잡음이 섞임은 같은 모자이크에 얼룩이 낀 모양, 50%에서 자름은 빨간 칸으로 표시한 판정 결과다. 100 µm 줄의 마지막 칸은 비어 있고 '사라짐'이라고 적혀 있다. 400 µm 줄의 마지막 칸에는 빨간 칸이 원 모양으로 모여 있고 잰 지름이 적혀 있다

흐림 σ 0.8 px 기준. 이 연재의 계산이다

100 µm 입자는 흐려지면서 가운데조차 0.5보다 밝아졌다. 입자 자리의 픽셀이 분명히 어두워졌지만 기준을 넘지 못해 판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400 µm 입자는 잡혔고, 잰 지름은 실제보다 조금 작았다.

입자가 통째로 사라지는 크기는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원판을 가우스 흐림으로 뭉개면 가운데 밝기는 지름 d가 2.355σ일 때 정확히 0.5가 된다. 그보다 작은 입자는 가장 어두운 곳도 0.5를 넘지 못한다. 흐림이 0.8픽셀이면 지름 1.9픽셀, 15 cm 높이에서 약 96 µm다. 흐림이 0.5픽셀이면 61 µm, 1.0픽셀이면 118 µm다. 픽셀이 이보다 작은 입자를 담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흐림이 작은 입자의 대비를 지워서다.

몇 픽셀이어야 믿을 수 있나

입자를 놓는 자리를 픽셀 격자 위에서 조금씩 옮겨 가며 크기마다 200번씩 쟀다. 아래 그래프의 선은 잰 지름을 실제 지름으로 나눈 값의 평균이고, 띠는 200번 가운데 95%가 들어간 범위다.

선 그래프. 가로축은 입자 지름으로 1.2~30 px(15 cm 높이에서 약 60~1500 µm)이고 로그 눈금이다. 세로축은 잰 지름 ÷ 실제 지름으로 0.4~1.1이다. 흐림 σ 0.5, 0.8, 1.0 px의 세 곡선이 파랑, 갈색, 빨강으로 그려져 있다. 세 곡선 모두 작은 쪽에서 0.6~0.75 근처로 낮게 시작해 지름이 커질수록 1에 다가간다. 흐림이 클수록 곡선이 오른쪽으로 밀려 있다. 곡선마다 색 띠가 있어 작은 지름에서 넓고 큰 지름에서 좁아진다. 초록 점선이 0.95와 1.05에 그어져 있고, 각 곡선의 띠는 8~10 px 근처에서 이 점선 안으로 들어온다. 가로축 아래 짧은 막대는 입자가 통째로 사라지는 경계를 표시한다

흐림 σ는 렌즈, 흔들림, 처리 과정을 합한 값으로 가정했다. 이 연재의 계산이다(모델 추정)

흐림 0.8픽셀 기준으로 읽으면 이렇다.

  • 지름 3픽셀(15 cm에서 150 µm)은 평균 20% 작게 잰다
  • 4픽셀(200 µm)은 10%, 6픽셀(300 µm)은 4%, 10픽셀(500 µm)은 1.3% 작게 잰다
  • 95% 범위가 ±5% 안에 들어오려면 지름이 8~10픽셀은 돼야 한다. 15 cm에서 400~500 µm다

작은 입자를 작게 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곧은 경계는 흐려져도 밝기 0.5인 선이 원래 경계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경계 양쪽에서 번지는 양이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의 경계는 휘어 있다. 안쪽에서는 입자가 경계를 둘러싸고 있고 바깥쪽에서는 배경이 경계를 둘러싸고 있어서, 흐리면 바깥의 밝은 배경이 안쪽으로 더 많이 섞여 든다. 그래서 0.5인 선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간다. 원이 작을수록 경계가 많이 휘어서 더 많이 밀린다. 4픽셀 원에서 10%가 줄어드는 것도, 2픽셀 남짓한 원이 아예 사라지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95% 범위는 입자가 격자 어디에 놓이느냐에서 나온다. 같은 4픽셀 입자라도 픽셀 경계에 걸치는 방식에 따라 판정되는 픽셀 수가 몇 개씩 달라진다. 큰 입자에서는 몇 개 차이가 전체 넓이에 비해 작지만, 작은 입자에서는 그 몇 개가 넓이의 상당 부분이다.

자르는 밝기를 바꾸면

작은 입자가 사라지는 것이 문제라면 기준을 배경 쪽으로 올리면 되지 않을까. 0.5 대신 0.7보다 어두운 픽셀을 입자로 보면, 흐려진 작은 입자도 잡힌다.

선 그래프. 가로축은 입자 지름 1.2~30 px, 세로축은 잰 지름 ÷ 실제 지름 0.4~1.7이다. 세 곡선이 있다. 갈색 '50%' 곡선은 작은 쪽에서 1 아래에서 시작해 1로 다가간다. 주황 '70%' 곡선은 1.8 px 근처에서 0.86으로 시작해 3~4 px에서 1.14까지 올라갔다가 30 px에서 1.03 근처로 내려온다. 빨간 '85%' 곡선은 1.2 px에서 1.3으로 시작해 2 px 근처에서 1.6까지 올랐다가 30 px에서도 1.06 근처에 머문다. 1.0에 검은 점선이 있다

흐림 σ 0.8 px. 이 연재의 계산이다(모델 추정)

0.7로 올리면 지름 2픽셀(100 µm) 입자가 잡히기 시작한다. 대신 모든 입자가 커진다. 2픽셀 입자는 평균적으로 맞게 재지만 95% 범위가 −20%에서 +13%까지 벌어지고, 3~4픽셀 입자는 13~14%, 10픽셀은 7.6%, 20픽셀도 4.2% 크게 잰다. 0.85로 올리면 1픽셀 입자도 40%쯤 잡히지만 10픽셀 입자가 17% 커진다.

이번에는 곧은 경계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준을 0.5에서 벗어나게 잡으면 경계선이 흐림의 폭에 비례하는 만큼 바깥으로 밀린다. 그 거리는 입자 크기와 상관없이 픽셀 단위로 일정하니, 작은 입자일수록 크게 부푼다.

결국 기준 하나로 작은 입자를 살리면서 큰 입자를 정확히 재는 방법은 없다. 흐림의 폭을 알면 사정이 달라진다. 흐림을 알면 입자마다 '이 크기의 원판을 이만큼 흐리면 이렇게 찍힌다'는 모형을 맞춰 크기를 거꾸로 구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그 사진의 흐림을 재야 한다. 앞에서 말한 마커 테두리가 그 일을 할 수 있다.

가까이 가면

더 가까이서 찍으면 어떨까. 5 cm로 내리면 픽셀 하나가 17 µm가 되어 100 µm 입자가 6픽셀에 찍힌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다.

카메라는 한 높이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춘다. 그 높이에서 벗어난 점은 흐림원으로 번지는데, 흐림원의 크기는 렌즈 구멍(입사동)의 지름에 비례하고 카메라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흐림원이 픽셀 하나를 넘지 않는 높이 범위를 계산하면 15 cm에서 ±1.8 mm, 10 cm에서 ±0.8 mm, 5 cm에서 ±0.2 mm다(모델 추정).

두 개의 그래프가 나란히 있다. 왼쪽은 휴대폰 높이 5~30 cm에 따른 픽셀 하나의 크기로, 5 cm 17 µm, 10 cm 33 µm, 15 cm 50 µm를 지나 30 cm 99 µm까지 직선으로 오른다. 오른쪽은 흐림이 1픽셀을 넘지 않는 높이 범위로, 5 cm ±0.2 mm, 10 cm ±0.8 mm, 15 cm ±1.8 mm를 지나 30 cm ±7.2 mm까지 위로 휘며 오른다

픽셀 크기는 높이에 비례해서 줄지만, 초점이 맞는 높이 범위는 높이의 제곱에 비례해서 준다. 높이를 절반으로 내리면 픽셀은 절반이 되고 초점 여유는 4분의 1이 된다. 거리가 반이 되면 흐림원은 두 배로 커지고, 픽셀은 반으로 작아져서 픽셀로 센 흐림은 네 배가 되기 때문이다.

±0.2 mm는 커피 가루 앞에서 아주 좁다. 굵은 입자는 두께가 수백 µm라서 입자의 윗면과 아랫면이 동시에 초점 안에 들지 못한다. 역광으로 찍으면 입자의 그림자 윤곽이 보이는데, 그 윤곽이 어느 높이에서 만들어지는지도 입자마다 다르다. 종이가 조금만 울어도 초점 밖으로 나간다. 더 가까이 찍으려고 매크로 모드를 켜면, 1편에서 본 것처럼 왜곡이 가장 큰 초광각 카메라로 찍게 된다.

15 cm는 넉넉하다. 초점이 1 mm 어긋나도 흐림원은 0.6픽셀이고, 앞의 계산에서 4픽셀 입자를 재는 값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0.905 → 0.902). 해상도를 버린 대가로 초점과 왜곡에서 여유를 산 셈이다.

사라진 미분은 분포를 어떻게 바꾸나

지금까지는 입자 하나를 봤다. 이제 커피 한 줌을 보자. 실제로 갈아 찍기 전에 정답을 아는 가상의 분쇄 시료를 만들었다. 부피의 20%가 미분(중앙 35 µm)이고 80%가 굵은 입자(중앙 500 µm)인 이봉 분포다. 미분 부피 20%는 Mo 외(2023)가 레이저 회절로 잰 네 가지 커피의 100 µm 이하 부피 비율 9.7~29.2% 안에 있는 값이다.

먼저 놀라운 숫자부터. 부피로는 20%인 미분이 입자 개수로는 99.8%다. 지름이 14배 작으면 부피는 약 2,900배 작아서, 같은 부피를 채우려면 입자가 그만큼 많아야 한다. 커피 가루 한 줌을 입자 하나하나 세면 거의 전부가 미분이다.

이 시료를 위의 모델로 찍었다.

선 그래프. 가로축은 입자 지름 10~3000 µm(로그 눈금), 세로축은 부피 비율이다. 100 µm 왼쪽은 옅은 베이지로 칠해져 있다. 회색으로 채운 실제 분포는 35 µm 근처에 작은 봉우리, 500 µm 근처에 큰 봉우리가 있는 이봉 모양이다. 빨간 선(15 cm에서 찍은 사진)은 작은 봉우리가 거의 없이 큰 봉우리만 있고, 큰 봉우리가 실제보다 조금 높다. 파란 선(5 cm)은 100 µm 근처에 낮은 어깨가 조금 있다. 범례에 실제 분포 미분 부피 19.9%, 15 cm 0.1%, 5 cm 5.1%라고 적혀 있다

흐림 σ 0.8 px. 이 연재의 계산이다(모델 추정)

15 cm에서 찍은 사진으로 잰 분포에서 100 µm 아래 부피는 0.1%였다. 실제 20%가 거의 다 사라졌다. 입자 개수로는 1,000개 가운데 2개만 잡혔다. 흐림을 0.5픽셀로 줄여도 0.3%다. 5 cm로 내려가면 5.1%(흐림 0.5픽셀이면 10.4%)까지 올라오지만 실제의 4분의 1 수준이다.

사라진 미분은 다른 숫자도 바꾼다. 분포는 전체를 100%로 맞춰 그리니, 미분이 빠지면 굵은 입자의 몫이 그만큼 커진다. 부피 기준 중앙 지름은 실제 425 µm에서 15 cm 사진으로 잰 502 µm로, 18% 굵게 나왔다.

아래는 같은 가상 시료의 3×2 mm를 확대한 것이다.

세 칸으로 된 그림. 왼쪽 큰 칸은 실제 시료로, 크고 울퉁불퉁한 갈색 입자 몇 개와 그 사이를 채운 수백 개의 작은 점이 보인다. 가운데 칸 위쪽은 15 cm에서 찍은 사진으로, 큰 입자들은 각진 모자이크로 남아 있고 작은 점들은 배경에 옅은 얼룩처럼 묻혔다. 그 아래는 50%에서 자른 결과로 큰 입자만 빨갛게 남았다. 오른쪽 칸 위쪽은 5 cm에서 찍은 사진으로, 큰 입자 윤곽이 더 매끄럽고 작은 점들이 흐린 점으로 보인다. 그 아래 자른 결과에는 큰 입자와 함께 작은 빨간 점 일부가 잡혀 있다

입자 모양은 원을 조금씩 일그러뜨려 만들었다. 이 연재의 계산이다

이 3×2 mm 안에는 서로 떨어진 입자가 514개 있다. 15 cm 사진에서 입자로 잡힌 것은 7개로, 모두 굵은 입자다. 그중 6개는 바로 옆에 붙은 미분까지 함께 삼켜 실제보다 큰 덩어리가 됐다. 5 cm 사진에서는 153개가 잡혔다. 132개는 입자 하나에 대응했지만 21개는 입자 두 개 이상이 흐림으로 이어 붙은 것이었다. 잡힌 입자를 다 합쳐도 실제 입자의 3분의 1(178개)에 닿을 뿐이다.

15 cm 사진에서 미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배경이 군데군데 조금 어두워진 것으로 남아 있다. 사진 전체의 밝기를 더해 보면 그 미분들이 가린 빛의 양도 사진 속에 있다. 다만 입자 하나하나로는 잡히지 않는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개별 입자로 세지 못해도, 배경이 평소보다 얼마나 어두운지로 미분의 양을 어림하는 길은 열려 있다. 아직 해 보지는 않았다.

직접 바꿔 보기

아래 시뮬레이션에서 휴대폰 높이, 흐림, 자르는 밝기, 잡음을 바꿔 볼 수 있다. 왼쪽은 35~400 µm 입자 다섯 개를 같은 축척으로 확대해 찍은 모습이다. 파란 점선 원이 실제 입자이고, 빨간 칸이 입자로 판정된 픽셀이다. 오른쪽은 20~1000 µm 입자를 크기마다 40번씩 찍어 잰 결과다. 왼쪽 그림을 누르면 입자가 놓인 자리를 새로 뽑는다.

휴대폰으로 작은 입자를 찍으면 어떻게 잡히는지 보여 주는 시뮬레이션. 왼쪽 그림에는 지름 35, 70, 100, 200, 400 마이크로미터 입자 다섯 개가 같은 축척으로 확대돼 있고, 사진의 픽셀 격자와 픽셀마다 찍힌 밝기, 실제 입자 윤곽(파란 점선 원), 입자로 판정된 픽셀(빨간 칸)이 함께 그려진다. 입자마다 잰 지름과 오차, 또는 '사라짐'이 아래에 나온다. 오른쪽 그래프는 20~1000 마이크로미터 입자를 크기마다 40번씩 찍었을 때 잰 지름 ÷ 실제 지름의 평균과 95% 범위다. 휴대폰 높이(5~30 cm), 흐림 σ(0.3~1.5 px), 자르는 밝기(30~90%), 잡음(0~6%)을 바꿀 수 있고, 픽셀 하나의 크기, 초점 여유, 입자가 사라지는 크기, ±5% 안에 드는 최소 크기가 숫자로 나온다.

이 모델이 빠뜨린 것

이 계산은 측정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감을 잡기 위한 것이다. 실제 사진에는 모델에 없는 것이 많다.

  • 흐림의 실제 값. σ 0.5~1.0픽셀은 가정이다. 휴대폰마다, 화면 가운데와 가장자리마다 다를 것이다
  • 선명도 보정. 휴대폰은 경계를 강조해서 사진을 또렷하게 보이게 한다. 경계 바깥에 밝은 테두리가 생기고 안쪽은 더 어두워진다. 이 처리는 0.5에서 자른 경계를 어느 쪽으로든 옮길 수 있다. RAW로 찍으면 이 처리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 입자 모양. 실제 커피 입자는 원판이 아니고 두께도 있다. 모양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따로 다룰 만큼 크다
  • 입자끼리 붙은 경우. 흐림은 가까운 입자 둘을 하나로 이어 붙인다. 위의 3×2 mm 그림에서도 몇 군데 보인다

그래도 결론의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손에 든 휴대폰 사진은 굵은 입자의 분포를 잴 수 있지만, 미분을 입자 단위로 세지는 못한다. 측정 결과에는 "몇 µm보다 큰 입자의 분포"라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그 단서 없이 그린 분포는 미분이 없는 커피처럼 보인다.

정리

  • 휴대폰 메인 카메라를 15 cm 위에 들면 픽셀 하나가 약 50 µm를 덮는다. 미분 봉우리(30~40 µm)는 원두 세포의 크기에서 오고, 픽셀 하나보다 작다
  • 렌즈의 회절만으로도 에어리 원반이 픽셀 하나 크기다. 여기에 수차, 흔들림, 색 보간, 압축이 흐림을 더한다
  • 흐린 원판은 가운데 밝기가 0.5를 넘으면 판정에서 통째로 빠진다. 흐림 0.8픽셀이면 지름 1.9픽셀, 15 cm에서 약 96 µm 아래 입자가 사라진다
  • 잡힌 입자도 작을수록 작게 잰다. 휘어진 경계가 흐려지며 안쪽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5% 안에 들려면 지름이 8~10픽셀은 돼야 한다(15 cm에서 400~500 µm)
  • 자르는 밝기를 배경 쪽으로 올리면 작은 입자는 살아나지만 모든 입자가 부푼다. 기준 하나로 둘 다 맞출 수는 없다
  • 가까이 가면 픽셀은 높이에 비례해 작아지지만 초점 여유는 높이의 제곱에 비례해 준다. 5 cm에서는 ±0.2 mm다
  • 미분이 부피의 20%인 가상 시료를 15 cm에서 찍으면 미분은 0.1%로 줄고, 부피 기준 중앙 지름은 18% 굵게 나온다

1편과 2편은 자에 새긴 눈금이 맞는지 따지는 일이었다. 이번에는 그 자로 잴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이 무엇인지 따졌다. 휴대폰으로 커피를 재는 일은 처음부터 커피의 일부만 보는 일이었다. 어느 부분을 보고 있는지 알고 쓰면 된다.

참고문헌

  • Hooke R (1665). Micrographia. London: Martyn and Allestry. doi:10.5962/bhl.title.904 — 관찰 18(코르크)과 도판 11, 서지 확인
  • Mo C, Johnston R, Navarini L, Liverani F, Ellero M (2023). Exploring the link between coffee matrix microstructure and flow properties using combined X-ray microtomography and smoothed particle hydrodynamics simulations. Scientific Reports 13, 16374. doi:10.1038/s41598-023-42380-y — 세포 크기 25~50 µm, 미분 봉우리 30~40 µm, 100 µm 이하 부피 비율 9.7~29.2%
  • Rayleigh, Lord (1879). Investigations in optics,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spectroscope. Philosophical Magazine 8(49), 261–274. doi:10.1080/14786447908639684 — 레일리 기준, 서지 확인
  • Bayer BE (1976). Color imaging array. US Patent 3,971,065 — 베이어 필터
  • Apple (2022). Apple debuts iPhone 14 Pro and iPhone 14 Pro Max. 링크 — 쿼드 픽셀 2.44 µm 확인
  • Apple. iPhone 14 Pro 기술 사양. 링크 — 메인 카메라 24 mm, f/1.78 확인
  • ISO 12233:2023. Photography — Electronic still picture imaging — Resolution and spatial frequency responses — 기울어진 경계로 해상력 재는 법
  • 언스페셜티 (2023). 「분쇄도 가이드 개발기」. 링크 — 27.5 µm/px

이미지 출처

  • 『마이크로그라피아』 도판 11: Robert Hooke(1665),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 레일리 기준: Spencer Bliven,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 베이어 필터: Cburnett,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SVG를 PNG로 변환)
  • 그 밖의 그림, 합성 사진, 시뮬레이션: 직접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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