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sioo
비밀 채팅방을 만들지 않고 정보를 다 여는 투명성의 규칙을 담은 표지
연재회사 이야기 · 25회

함께 아는 힘 (4) — 다 꺼내 놓는 사람들

정보를 다 열어두면 불안합니다. 하지만 여는 순간 팀이 달라집니다. 비밀 채팅방을 만들지 않는 것부터 재무를 여는 것까지, 투명성의 규칙입니다.

· SYSOP · 조회 6

벽을 허무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다 꺼내 놓는 것입니다.

비밀 채팅방을 만들지 않는다

저는 원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는 가급적 다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메신저에 비밀 채팅방을 만들지 않습니다. A와 B가 C를 빼고 이야기하면, C는 처음엔 몰라도 어느 순간 느낍니다. 회의에서 둘이 이미 합의된 듯 말할 때 "나만 빠졌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 생각은 대체로 맞고,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이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배제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새 팀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도 회의를 열어 제가 파악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의 상황, 고객의 요구, 프로젝트의 방향, 각자의 역할이 전체에서 어디에 있는지를 말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한 팀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어봤습니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그는 이미 1년 넘게 그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열어야 선수가 된다

멀리 있는 회사들도 같은 길을 갑니다. 어느 나라의 한 회사는 실패한 공장을 직원들이 인수한 뒤, 전 직원에게 재무제표 읽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휴지 한 통이 이익을 얼마나 깎는지까지 현장이 알게 되자, 모두가 구경꾼이 아니라 선수가 됐다고 합니다. 전 직원의 급여를 공식과 함께 공개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감추면 불신이 자라지만 열면 불공정을 스스로 발견해 고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어느 회사는 매주 전사 발표에서 성공만이 아니라 각 팀의 실패까지 공유하고, 다른 팀의 의사결정 이유와 맥락까지 모두 열어 둔다고 합니다. 실패를 열면 다음 사람의 출발선이 올라가거든요.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회의 자체를 통째로 여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 투자 회사는 거의 모든 회의를 녹화해 전 직원이 돌려볼 수 있게 했습니다. 변호사들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창업자는 투명성이 오히려 잘못을 줄이고 회사를 지켜 준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분쟁이 이례적으로 적었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다만 이 정도의 전면 공개가 누구에게나 정답은 아닙니다. 지나친 노출이 압박과 두려움으로 느껴졌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여는 데도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방식이 있어야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공공 데이터를 누구나 쓸 수 있게 대거 개방해,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공공데이터 개방 평가에서 여러 차례 1위에 올랐습니다. 닫아 두면 서류 더미였을 정보가 열자 창업과 서비스의 재료가 됐습니다. 개방이 곧 자산이 된 셈입니다.

비밀 채팅방으로 감추는 것과 재무·급여·실패까지 다 여는 것의 대비

말해도 안전해야 꺼낸다

다만 정보를 열려면 한 가지가 필요합니다. 말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입니다. 구글이 180개 팀을 분석했더니, 최고 성과 팀을 가른 것은 누가 있느냐가 아니라 '말해도 안전한가'였다고 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우수한 간호팀일수록 실수가 적을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고 합니다. 실수를 더 많이 보고했습니다. 실수가 많은 게 아니라 보고해도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픽사에는 만드는 영화를 서로 신랄히 비평하는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는 강제 권한이 없습니다. 감독은 한 장면도 바꿀 의무가 없습니다. 피드백에 권한이 붙는 순간 솔직함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말하면 위험한 조직은 침묵하고 말해도 안전한 조직은 실수를 먼저 보고한다는 심리적 안전감 대비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다 꺼내 놓았을 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알면 함께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연재를 처음부터 보시려면 회사 이야기 로 가시오.

한마디 0

아직 한마디도 없소. 먼저 보태시오.

한마디 보태려면 들어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