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두르는 순간은 찍히지 않는다
노트에 적힌 낱말은 '휘두르다'였다. 140년 전 카메라 수십 대로 테니스 스윙을 찍은 머이브리지부터 미사일을 쫓던 레이더, 배트 끝의 센서, 구장마다 선 초당 300장 카메라, 휴대폰 한 대로 하는 스윙 분석까지 휘두름을 재는 기계들을 따라간다. 웹캠과 브라우저만으로 스윙 거울을 만든다면 어떤 라이브러리와 알고리즘을 쓰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설계도로 그려 보고, 그 기술이 경기장 밖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살핀다. 오늘의 한 페이지 일곱 번째 글.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치니 낱말 하나가 적혀 있었다.
휘두르다
사전을 찾아보면 뜻이 몇 갈래로 나뉜다. 무언가를 쥐고 크게 흔드는 것, 남을 정신 못 차리게 마구 다루는 것, 그리고 권력이나 재주 같은 것을 함부로 쓰는 것. 방망이를 휘두르고, 사람을 휘두르고, 권력을 휘두른다. 오늘은 첫 번째 뜻에서 출발한다. 끝에 가서 나머지 뜻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사람이 하는 운동 가운데 휘두르는 운동이 꽤 많다. 야구는 배트를, 골프는 클럽을, 테니스와 배드민턴과 탁구는 라켓을, 크리켓은 넓적한 배트를, 하키는 스틱을 휘두른다. 대부분 구기 종목이다. 손에 든 막대기로 공을 때리는 놀이는 문화권마다 한두 개씩은 꼭 있다. 그리고 휘두르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고민을 한다. 내 스윙이 뭐가 문제인지 나는 볼 수가 없다.
오늘은 그 고민을 풀려고 사람들이 만들어 온 기계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끝으로, 노트북 웹캠 하나로 스윙을 비춰 보는 도구를 만든다면 어떻게 설계할지 그려 본다.
140년 전의 스윙 분석
휘두름을 기계로 처음 붙잡은 사람은 사진가였다. 1887년 에드워드 머이브리지는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후원으로 『동물의 움직임(Animal Locomotion)』을 펴냈다. 사람과 동물이 걷고, 뛰고, 던지고, 휘두르는 모습을 연속 사진으로 찍은 781장의 판이다. 그는 피사체 옆에 카메라 24대를 나란히 세우고, 앞뒤에도 12대씩을 두어 같은 동작을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찍었다. 뒷벽에는 흰 줄을 격자로 걸어 몸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잴 수 있게 했다.

*에드워드 머이브리지, 『Animal Locomotion』 297판 「Lawn tennis」(1887). 퍼블릭 도메인. Wikimedia Commons*
이 판에는 오늘 이야기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여러 대의 카메라, 같은 순간을 여러 방향에서 보기, 배경의 눈금, 그리고 프레임 사이의 빈칸. 칸과 칸 사이에는 찍히지 않은 시간이 있고, 라켓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순간일수록 그 틈이 넓어 보인다. 140년 뒤 메이저리그 구장에 선 카메라 12대가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속도가 다르다.
채찍처럼 휘두른다
기계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휘두름이 어떤 동작인지부터 짚고 가자. 멀리 치는 사람의 스윙을 느리게 돌려 보면 팔이 먼저 나가지 않는다. 골반이 먼저 돌고, 골반이 정점에 이를 즈음 몸통이 따라 돌고, 그다음 팔, 마지막에 클럽이나 배트가 튀어 나간다. 생체역학자 퍼트넘은 1993년 *Journal of Biomechanics*에 실은 논문에서 이를 정리했다. 몸 가운데 분절이 먼저 가속하면 바깥 분절은 뒤에 처져 있다가, 분절끼리 주고받는 힘으로 더 빠르게 끌려 나간다. 채찍 손잡이를 한 번 크게 흔들면 끝이 소리를 내며 꺾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골프에서는 이 순서를 '키네마틱 시퀀스'라 부른다. 골반, 흉곽, 팔, 클럽 순으로 각속도가 정점을 찍고, 뒤로 갈수록 정점이 더 높아진다. 1992년 골프 교습가 짐 맥린은 장타자일수록 백스윙 꼭대기에서 어깨가 골반보다 훨씬 더 돌아가 있다며 그 차이를 'X-팩터'라 이름 붙였다. 2001년의 후속 연구는 꼬인 정도 자체보다 다운스윙을 시작하며 그 꼬임이 한 번 더 벌어지는 정도가 중요하다고 고쳐 말했다. 숙련자는 19%, 아마추어는 13% 더 벌어졌다.
템포도 있다. 2004년 『투어 템포』의 저자들은 프로 골퍼들의 스윙 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끊어 세어 보았다. 벤 호건은 백스윙에 21프레임, 다운스윙에 7프레임을 썼다. 3 대 1이다. 다른 프로들도 빠르든 느리든 비율은 대개 3 대 1에 모였다. 휘두름에는 순서가 있고 리듬이 있다. 그러니 잴 수 있다.
휘두름을 재는 세 가지 눈
휘두름을 재는 기계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날아가는 공과 헤드를 보는 레이더, 도구나 몸에 직접 붙는 관성 센서, 그리고 몸 전체를 보는 카메라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잘 재는 것과 못 재는 것이 갈린다.

미사일을 쫓던 레이더
가장 극적인 이야기는 덴마크에서 나왔다. 2003년 골퍼 형제 클라우스와 모르텐 엘드루프-요르겐센이 레이더 엔지니어 프레드리크 툭센과 함께 트랙맨을 세웠다. 툭센은 도플러 레이더로 포탄과 미사일을 추적하던 사람이었다. 날아가는 물체에 전파를 쏘고, 되돌아오는 전파의 주파수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로 속도를 재는 기술이다. 그 레이더를 골프공에 겨눴다. 클라우스는 2019년 한 인터뷰에서 군사 기술을 이제 평화롭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맨은 2006년 PGA 투어에 들어갔고, 2008년에는 야구로 넘어가 2015년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전부에 설치됐다. 미사일을 쫓던 기술이 공을 쫓는 기술이 된 것이다.

*컬퍼드 스쿨 실내 골프 스튜디오의 트랙맨(바닥의 주황색 상자). 사진 Tommyraiks2, CC BY-SA 4.0, 일부 잘라 냄. Wikimedia Commons*
레이더와 카메라를 합친 장비는 이후 점점 작아지고 싸졌다. 가민은 2021년 손바닥만 한 휴대용 레이더 런치 모니터 '어프로치 R10'을 599.99달러에 내놓았고, 2024년에는 카메라 세 대와 화면을 넣은 'R50'을 냈다. 싱가포르의 랩소도는 고속 카메라 두 대와 도플러 레이더를 합친 기기를 600달러 안팎에 판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크린골프도 이 계보에 있다. 천장과 바닥의 센서가 공과 헤드를 재고, 그 값으로 화면 속 공을 날린다.

*미국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의 골프 시뮬레이터. 사진 Kjaskren, CC0. Wikimedia Commons*
손잡이에 단 센서
레이더가 공을 본다면 센서는 휘두르는 도구 자체에 붙는다. 배트 손잡이 끝이나 라켓 그립에 엄지손톱만 한 관성측정장치(IMU)를 달면,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가 1초에도 수백 번씩 움직임을 기록한다. 가속도계는 얼마나 세게 밀렸는지를, 자이로스코프는 얼마나 빨리 돌았는지를 잰다.

*9축 관성 센서 보드(가속도·자이로·지자기). 사진 SparkFun, CC BY 2.0. Wikimedia Commons*
이 센서를 가장 많은 사람의 손에 쥐여 준 것은 게임기였다. 2006년 닌텐도 위(Wii)의 리모컨에는 가속도계가 들어 있었고, 함께 나온 '위 스포츠'에서 사람들은 거실에서 테니스 라켓과 골프 클럽과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2009년에는 자이로스코프를 더한 '위 모션플러스'가 나와 손목의 비틀림까지 읽었다. 위 스포츠는 닌텐도 집계로 8,290만 장이 팔렸다. 리모컨을 끼우는 플라스틱 라켓까지 따로 팔렸다.

*위 리모컨을 끼우는 테니스 라켓 액세서리, 게임스컴 2009. 사진 D-Kuru, CC BY-SA 3.0 AT, 일부 잘라 냄. Wikimedia Commons*
같은 센서는 곧 진짜 배트와 클럽으로 옮겨 갔다. 야구에서는 미국의 블래스트 모션이 2016년 메이저리그 공식 배트 센서가 됐다. 피츠버그대 공대 교수 버디 클라크는 자녀의 야구팀을 코치하다가 학부모들에게 훈련 도구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서 다이아몬드 키네틱스를 차렸고, 이 회사의 배트 센서는 2022년 메이저리그 유소년 육성 플랫폼으로 지정됐다. 가민도 2017년 배트 노브에 끼우는 '임팩트'를 내놓았다. 가민 골프 시계에는 앞에서 말한 3 대 1 템포를 재는 기능이 들어 있다. 매뉴얼은 백스윙 0.7초와 다운스윙 0.23초를 이상적인 예로 든다. 호건의 21프레임과 7프레임을 초로 바꾼 값과 같다.
라트비아의 핵모션은 손목만 잰다. 창업자는 원래 스노보더용 센서 슈트를 만들려 했다. 그러다 골프 코치 100명가량을 인터뷰하고 나서 방향을 틀었다. 임팩트 순간 손목이 얼마나 꺾였는지, 그것 하나를 손등에 붙인 센서로 잰다. 외부 투자 없이 70개국 넘게 7만 대를 팔았다. 무엇을 잴지 하나만 제대로 고르면 장비가 단순해진다.
이 시장이 늘 순탄했던 건 아니다. 2013년 바볼랏은 손잡이 안에 센서를 넣은 테니스 라켓 '플레이 퓨어 드라이브'를 발표하며 머지않아 모든 테니스 라켓이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 라켓은 판매를 접었다. 소니도 2014년 라켓 그립 끝에 다는 8g짜리 테니스 센서를 냈다. 골프·야구·테니스·배드민턴 센서를 만들던 미국의 젭은 2018년 샤오미 밴드를 만드는 화미에 자산을 넘겼고, 화미는 2021년 회사 이름을 아예 '젭 헬스'로 바꿨다. 휘두름을 재던 회사의 이름이 손목시계 회사 이름으로 남았다.
| 제품 | 회사·출시 | 방식 | 재는 것 | 지금 |
|---|---|---|---|---|
| 트랙맨 | 덴마크, 2003년 창업 | 도플러 레이더 | 클럽·볼 스피드, 발사각, 스핀 | 투어·MLB 표준 장비로 성장 |
| 어프로치 R10 | 가민, 2021 | 휴대용 레이더 | 헤드·볼 스피드, 템포 등 10여 개 | 판매 중, 출시가 $599.99 |
| 어프로치 R50 | 가민, 2024 | 카메라 3대 + 화면 | 볼·클럽 지표 15개 이상 | 판매 중, $4,999.99부터 |
| MLM2PRO | 랩소도(싱가포르) | 카메라 2대 + 레이더 | 볼·클럽 지표 | 판매 중, $599.99 |
| 위 리모컨 | 닌텐도, 2006 | 가속도계 (2009년 자이로 추가) | 휘두르는 방향·세기 | 위 스포츠 8,290만 장 |
| 블래스트 모션 | 미국, 2016 MLB 공식 | 배트 노브 IMU | 스윙 스피드, 효율 | 판매 중 |
| 스윙트래커 | 다이아몬드 키네틱스(피츠버그) | 배트 IMU | 스윙 스피드, 파워 | 2022 MLB 유소년 플랫폼 |
| 임팩트 | 가민, 2017 | 배트 노브 IMU + 화면 | 배트·손 속도, 임팩트까지 시간, 어택 앵글 | 출시가 $149.99 |
| 핵모션 | 라트비아 | 손목 IMU | 손목 굴곡·편위 | 70여 개국 7만 대 |
| 플레이 퓨어 드라이브 | 바볼랏, 2013 | 라켓 내장 센서 | 파워, 임팩트 위치, 스핀 | 판매 종료 |
| 스마트 테니스 센서 | 소니, 2014 | 그립 끝 8g 센서 | 임팩트 위치, 스윙·볼 스피드 | 판매 종료 |
| 젭 | 미국, 2010 | 장착형 IMU | 골프·야구·테니스·배드민턴 | 2018 화미가 자산 인수 |
초당 300장으로 찍은 배트
센서를 달지 않고 카메라로만 재는 쪽은 경기장에서 먼저 완성됐다. 시작은 테니스였다. 영국의 엔지니어 폴 호킨스가 2001년 만든 호크아이는 코트를 둘러싼 카메라 여러 대로 공의 궤적을 3차원으로 복원한다. 2006년 3월 마이애미 대회에서 처음 공식 판정에 쓰였고, 같은 해 US오픈에서 선수들이 판정에 이의를 걸 수 있게 됐다. 2011년 소니가 이 회사를 사들였다.

*크렘린컵 2012의 호크아이 카메라. 사진 JukoFF, CC BY-SA 3.0, 일부 잘라 냄. Wikimedia Commons*
메이저리그는 2020년부터 구장마다 호크아이 카메라 12대를 두고 있고, 그중 5대가 초당 300장을 찍는다. 2024년 5월 이 카메라로 잰 배트 트래킹 데이터가 처음 공개됐다. 배트 헤드에서 15cm쯤 아래, 공이 가장 잘 맞는 지점의 속도를 배트 스피드로 잡았다. 임팩트 약 0.15초 전부터 배트가 지나간 거리는 '스윙 길이'라 부르는데, 리그 평균이 약 2.2m다.

*양키스 맷 홀리데이의 개인 통산 300호 홈런. 스탯캐스트는 비거리를 446피트(약 136m)로 추정했다. 사진 Arturo Pardavila III, CC BY 2.0. Wikimedia Commons*
공개 당일의 숫자가 흥미롭다.
| 평균 배트 스피드 | 비고 | |
|---|---|---|
| 리그 평균 | 시속 71.5마일 (약 115km) | 75마일 넘으면 '빠른 스윙'(전체의 약 22%) |
| 지안카를로 스탠턴 | 시속 80.6마일 (약 130km) | 리그 1위, 스윙의 98%가 빠른 스윙 |
| 루이스 아라에스 | 시속 62.4마일 (약 100km) | 리그 최하위, 그런데 정타율 43.9%로 리그 1위 |
가장 느리게 휘두른 타자가 공을 배트 정면에 가장 자주 맞혔다. 세게 휘두르는 것과 잘 휘두르는 것은 다르다. 이 숫자를 보며 기계가 잰 것과 우리가 알고 싶던 것 사이에 틈이 있다는 걸 다시 생각했다.
같은 해 소니는 구장 관중석에 고속 카메라 여러 대를 달아 선수의 관절 움직임을 마커 없이 잡아내는 키나트랙스도 사들였다. 2015년 탬파베이 레이스 구장에서 처음 경기 중 데이터를 모은 회사다. 경기 한 번에 1.4TB쯤 데이터가 쌓이고, 이 데이터는 구단이 소유하며 의료 정보처럼 다뤄진다고 한다. 휘두른 동작 하나하나가 건강기록이 되는 셈이다. 라켓 센서를 접은 소니는 결국 카메라 쪽 회사를 둘이나 가졌다.
휴대폰 한 대로
경기장의 카메라 12대가 휴대폰 한 대로 줄어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 몸의 관절 위치를 사진에서 찾아내는 '포즈 추정' 기술 덕분이다. 2017년 카네기멜런대의 오픈포즈가 여러 사람의 관절을 실시간으로 잡아내면서 길이 열렸고, 2020년 구글은 휴대폰에서 초당 30장 넘게 돌아가며 몸의 점 33개를 찾는 블레이즈포즈를 내놓았다. 지금은 미디어파이프라는 이름으로 누구나 웹 브라우저에서 쓸 수 있다.

*미디어파이프 포즈 랜드마커의 예시 결과. 이미지 Google, CC BY 4.0. Wikimedia Commons*
이 기술 위에 서비스들이 줄지어 섰다.
| 서비스 | 종목 | 카메라 | 무엇을 하나 |
|---|---|---|---|
| 스포츠박스 AI | 골프 | 휴대폰 1대 | 2D 영상을 3D 아바타로, 6방향에서 회전·숙임·스웨이 측정. 2020년 코로나 봉쇄 중 창업 |
| 스윙비전 | 테니스 | 아이폰·아이패드 1대 | 자동 점수, 샷 속도, 인아웃 판정. 선 10cm 안의 공 판정 97%(사람 눈 90%) |
| 업리프트 랩스 | 야구·골프 등 | 같은 기종 iOS 기기 2대 | 30개 넘는 관절·분절의 3D 모델 |
| 머스터드 | 야구 투구 | 휴대폰 1대 | 투구 동작 분석과 교정 훈련 |
| 키나트랙스 | 야구 | 구장 고속 카메라 여러 대 | 경기 중 관절 3D 추적, 2024 소니 인수 |
| 골프존 AI 코치 | 골프 | 시뮬레이터 정면·측면 + 휴대폰 |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자세 약 50가지 진단, 2021 |
| 골프픽스 | 골프 | 휴대폰 1대 | 휴대폰 안에서 5초 만에 스윙 문제 45가지 이상 진단, 2021 |
| 오픈캡 | 연구용 | 휴대폰 2대 이상 | 관절 각도 오차 평균 4.5°, 실험실 장비 값의 약 215분의 1 |
골프 기자 출신 스테파니 웨이와 전 LPGA 선수 지혜 리(Jeehae Lee)가 세운 스포츠박스 AI는 회사가 공개한 검증 자료에서 센서 방식 모션캡처와 견줘 각도 차이가 평균 2도 남짓이었다고 밝혔다. 스윙비전은 2016년 애플워치 앱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크린골프가 이 흐름을 일찍 탔다. 골프존은 2021년 시뮬레이터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로 자세를 진단하는 AI 코치를 내놓았고, 같은 해 서울대 컴퓨터공학 대학원 출신들이 만든 골프픽스는 구글플레이 인기 1위에 올랐다.
연구실 쪽 변화는 더 크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2023년 발표한 오픈캡은 휴대폰 두 대로 사람의 3D 움직임을 잰다. 몸에 마커를 붙이는 실험실 장비와 견준 관절 각도 오차는 평균 4.5도였다. 15만 달러가 넘던 장비 값이 약 215분의 1로 줄었고, 한 사람을 측정하는 데 두 시간쯤 걸리던 일이 5분으로 줄었다.
초당 30장의 한계
그렇다면 노트북 웹캠과 브라우저만으로 스윙 분석기를 만들 수 있을까. 재료는 다 공개돼 있다. 문제는 속도다.
웹캠은 대개 초당 30장을 찍는다. 아마추어 남성의 드라이버 헤드 속도를 초속 45m쯤으로 잡으면, 프레임 하나와 다음 프레임 사이에 클럽헤드는 1.5m를 움직인다. 투어 프로 평균인 시속 113마일, 초속 50.5m라면 1.7m다. 드라이버 길이보다 길다. 공을 때리는 순간은 거의 언제나 두 프레임 사이 빈칸으로 빠진다. 셔터가 60분의 1초 열려 있는 동안에도 헤드는 75cm를 지나가니, 찍혀도 길게 번진 자국뿐이다.

| 찍는 속도 | 프레임 사이 헤드 이동 (초속 45m) | 무엇을 믿을 수 있나 |
|---|---|---|
| 웹캠 30fps | 1.5m | 몸통·골반·어깨 회전, 템포 |
| 60fps | 75cm | 위에 더해 손의 경로 |
| 휴대폰 슬로모션 240fps | 약 19cm | 클럽 샤프트 궤적의 대략 |
| MLB 호크아이 300fps | 15cm | 배트 스피드, 스윙 길이 |
| 고속 카메라 1,000fps | 4.5cm | 임팩트 순간의 헤드·공 |
텔레비전 중계 카메라도 같은 한계를 겪는다. 일본 덴츠가 라이조매틱스와 함께 펜싱 칼끝의 궤적을 화면에 그려 주는 기술을 만들게 된 것도 초당 30장짜리 방송 카메라가 칼끝을 자꾸 놓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웹캠으로 만들 수 있는 분석기는 클럽이 아니라 몸을 재야 한다. 클럽헤드는 놓쳐도 골반과 어깨는 훨씬 느리게 돈다. 앞에서 본 키네마틱 시퀀스와 X-팩터, 3 대 1 템포는 모두 몸통과 손의 움직임만으로 셈할 수 있다. 휘두르는 순간 자체는 찍히지 않지만, 휘두르기 전후의 몸은 또렷하게 찍힌다. 기계는 그 앞뒤를 보고 빈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론한다. 코치의 눈도 그렇게 일해 왔다.
웹캠 스윙 거울, 설계도
이번 글에서는 도구를 만들지 않고 설계만 해 본다. 이름은 '스윙 거울'로 붙였다. 정답을 알려 주는 코치가 아니라 내 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비춰 주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원칙은 세 가지로 정했다.
- 브라우저 하나로 돈다. 설치도 서버도 없다.
- 영상과 좌표는 내 컴퓨터를 떠나지 않는다.
- 30fps로 믿을 수 없는 것은 재지 않는다.
어떤 라이브러리를 쓸까
브라우저에서 사람의 관절을 찾는 오픈소스는 여럿 있다.
| 라이브러리 | 발표 | 점 개수 | 돌아가는 곳 | 특징 | 스윙 거울에서 |
|---|---|---|---|---|---|
| MediaPipe Pose Landmarker (BlazePose) | 구글, 2020 | 33개 | 브라우저(WASM·GPU), 휴대폰 | 이미지 좌표와 미터 단위 3D 좌표를 함께 준다. lite·full·heavy 세 가지 | 주력 |
| MoveNet | 구글 TF.js, 2021 | 17개 | 브라우저(WebGL) | 빠르다. 맥북에서 Lightning 104fps, Thunder 77fps | 느린 기기용 대안 |
| OpenPose | 카네기멜런대, CVPR 2017 | 18~25개 | 서버 GPU | 여러 사람을 동시에. 포즈 추정 대중화의 출발점 | 참고 |
| RTMPose (MMPose) | OpenMMLab, 2023 | 17~133개 | 서버, 일부 모바일 | 정확도가 높고 손·얼굴까지 | 서버 버전을 만든다면 |
| VideoPose3D | 페이스북, CVPR 2019 | 2D를 3D로 | 서버 | 2D 점 궤적을 3D로 끌어올린다 | 3D가 더 필요할 때 |
주력은 미디어파이프로 정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고, 무엇보다 3D 월드 좌표를 준다는 점이 크다. 정면 카메라 하나로도 어깨가 앞뒤로 얼마나 돌았는지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일곱 단계

- 찍기. 브라우저의 getUserMedia로 웹캠 영상을 받는다. 정면에서 찍으면 골반과 어깨 회전이, 옆에서 찍으면 척추 기울기가 잘 보인다. 휴대폰으로 찍은 240fps 슬로모션 영상 파일도 받을 수 있게 한다.
- 관절 찾기. 미디어파이프 포즈 랜드마커를 VIDEO 모드로 돌린다. 프레임마다 33개 점의 좌표가 나온다.
- 다듬기. 가려져서 가시도가 0.5보다 낮은 점은 버리고, One Euro 필터로 떨림을 걸러 낸다. 이 필터는 움직임이 느릴 때는 세게, 빠를 때는 약하게 거른다. 스윙처럼 느리다가 갑자기 빨라지는 동작에 맞는다. 어깨너비로 나눠 몸 크기도 맞춘다.
- 각도 계산. 점 몇 개로 각도를 구한다. 아래에서 자세히 본다.
- 구간 나누기. 손목 높이 하나로 어드레스, 탑, 임팩트, 피니시를 가른다. 처음에는 단순한 규칙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골프 스윙 영상 1,400개에 여덟 단계를 표시해 둔 공개 데이터셋 GolfDB로 학습한 모델로 바꿀 수 있다.
- 지표. 스윙 한 번이 표의 한 줄이 된다. 템포, 최대 X-팩터, 회전 정점 순서, 머리가 옆으로 밀린 거리.
- 보여 주기. 영상 위에 뼈대를 겹쳐 그리고, 지표 카드와 타임라인을 띄운다. 기록은 브라우저의 IndexedDB에만 쌓아 내 최고 스윙과 겹쳐 볼 수 있게 한다.
점 33개에서 각도와 리듬으로
33개 점 가운데 실제로 쓰는 것은 열 개 남짓이다. 양 어깨(11·12번), 양 손목(15·16번), 양 골반(23·24번), 코(0번), 양 발목(27·28번).

회전은 위에서 내려다본 평면에서 잰다. 미디어파이프의 3D 좌표에서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를 잇는 선이 어드레스 때보다 얼마나 돌았는지를 atan2라는 함수 하나로 구한다. 골반선도 같은 방법으로 구하고, 둘의 차이가 X-팩터다. 탑에서 어깨가 90도, 골반이 45도 돌았다면 X-팩터는 45도다.
템포는 손목 높이 곡선에서 나온다. 손목이 0.3초쯤 멈춰 있다 움직이기 시작하는 프레임이 어드레스의 끝(A), 손목이 가장 높이 올라간 프레임이 탑(T), 다시 어드레스 높이로 내려온 프레임이 임팩트(I)다. 템포는 (T−A)를 (I−T)로 나눈 값이다. 21프레임 대 7프레임이면 3.0이다. 30fps에서 I는 앞뒤로 한 프레임, 곧 33밀리초쯤 틀릴 수 있다. 다운스윙 7프레임에서 한 프레임이 틀리면 템포 값은 2.6에서 3.5 사이로 흔들린다. 그래서 스윙 거울은 템포를 소수점 한 자리까지만 보여 주고, 여러 번의 평균을 함께 띄운다.
| 지표 | 계산 | 30fps에서 믿을 만한가 |
|---|---|---|
| 어깨·골반 회전 | 3D 좌표의 x–z 평면에서 선의 방향(atan2) | 그렇다. 탑 근처는 느리다 |
| X-팩터 | 어깨 회전 − 골반 회전, 탑에서 최댓값 | 그렇다 |
| X-팩터 스트레치 | 다운스윙 첫 몇 프레임의 X-팩터 증가분 | 대략. 2~3프레임 안에서 일어난다 |
| 템포 | (탑 − 시작) ÷ (임팩트 − 탑) | 평균을 내면 쓸 만하다 |
| 회전 정점 순서 | 골반·어깨·손목 각속도가 최대인 프레임의 순서 | 순서만. 정확한 시각은 어렵다 |
| 스웨이 | 어드레스 대비 코·골반 중심의 좌우 이동(cm) | 그렇다 |
| 클럽헤드 속도·임팩트 순간 | — | 재지 않는다 |
프로토타입 화면
이 설계를 화면으로 그려 보면 이렇다. 왼쪽에는 웹캠 영상 위에 뼈대와 손목 궤적이 겹쳐 그려지고, 어드레스 때 머리가 있던 자리에 세로 점선이 남는다. 오른쪽에는 템포, X-팩터, 스웨이 카드와 회전 정점 순서, 이번 스윙의 타임라인, 그리고 최근 기록이 뜬다. 영상 아래쪽에는 늘 같은 문장이 떠 있다. 영상은 이 컴퓨터를 떠나지 않습니다.

이 도구로 할 수 없는 일도 분명히 적어 둔다. 공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헤드가 얼마나 빨랐는지, 임팩트 순간 페이스가 열렸는지는 모른다. 그런 값이 필요하면 레이더 기기의 숫자를 옆에 붙이면 된다. 스윙 거울은 몸만 비춘다.
경기장 밖에서 휘두르는 것들
몸의 움직임을 숫자로 바꾸는 기술은 스윙에서 시작했지만 스윙에만 머물 이유가 없다. 스윙 거울의 일곱 단계 가운데 바꿔야 할 것은 대개 4~6단계, 곧 어떤 각도를 보고 어떤 구간을 나누느냐뿐이다.
| 분야 | 사례 | 무엇을 재나 |
|---|---|---|
| 원격 재활 | 켐타이(회사 설명으로 웹캠·휴대폰으로 몸의 111개 지점 추적), 엑서 헬스, 스워드 헬스 | 관절 가동 범위, 반복 횟수, 틀린 자세 |
| 연구·임상 | 오픈캡(스탠퍼드, 2023) | 휴대폰 2대로 걸음·관절 각도, 병원 밖 측정 |
| 산업 안전 | RULA·REBA 자동 평가 연구 | 들기·비틀기 자세의 근골격계 부담 점수 |
| 홈 피트니스 | 펠로톤 가이드(2022 출시, 2025 판매 중단), 템포 스튜디오(깊이 센서) | 운동 동작 인식, 반복 계수 |
| 수어 | 구글 미국 수어 경진대회(2023년 두 차례, 상금 합계 30만 달러) | 미디어파이프 손·몸 좌표만으로 수어와 지문자 인식 |
| 체조 채점 | 후지쯔 심판 지원 시스템 | 2023 세계선수권부터 남녀 10개 종목 전부 |
| 펜싱 | 덴츠·라이조매틱스 '펜싱 비주얼라이즈드' | 칼끝 궤적을 화면에 그림, 2026년 실전 경기에도 |
| 악기 | VioPose(WACV 2025) | 바이올린 연주자의 3D 자세를 소리와 영상으로 |
| 동물 | 딥랩컷(Nature Neuroscience 2018) | 사진 200장 안팎만 표시하면 쥐의 발, 파리의 다리를 추적 |
가장 가까운 응용은 재활이다.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가 집에서 운동할 때 물리치료사는 옆에 없다. 이스라엘의 켐타이는 웹캠이나 휴대폰 카메라로 환자의 동작을 따라가며 각도와 횟수를 세고 틀린 자세를 짚어 준다. 오픈캡을 만든 연구진이 노린 것도 비싼 실험실에 오지 못하는 환자들의 움직임을 병원 밖에서 재는 일이었다.
공장과 물류센터에서는 같은 기술이 노동자의 허리를 지킨다. 작업자의 자세를 보고 근골격계 부담을 점수로 매기는 RULA와 REBA라는 평가법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전문가가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체크리스트를 채웠다. 카메라가 관절 각도를 뽑아 이 점수를 자동으로 매기는 연구가 이미 여럿 나와 있다. 상자를 들어 올리는 동작도 결국 몸 가운데부터 바깥으로 힘을 전하는 동작이다. 스윙을 고치던 눈이 그대로 허리 다치는 자세를 찾는 눈이 된다.
반대 방향의 교훈도 있다. 펠로톤은 카메라로 운동 동작을 인식하는 '펠로톤 가이드'를 2022년 295달러에 내놓았다가 2025년 판매를 접었다. 바볼랏의 라켓, 젭의 센서와 같은 길이다. 재는 기술이 있다고 사람들이 매일 재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스윙 거울을 설계하며 세 번째 원칙, 믿을 수 없는 것은 재지 않는다를 넣은 것도 그래서다.
휘두르는 쪽, 휘둘리는 쪽
처음의 사전으로 돌아가 보자. 휘두르다에는 남을 마구 다룬다는 뜻도, 권력을 함부로 쓴다는 뜻도 있었다. 오늘 따라간 기계들 앞에서 그 뜻이 묘하게 겹친다.
센서와 카메라는 휘두름을 숫자로 바꿔 준다. 배트 스피드, 어택 앵글, X-팩터, 템포. 숫자가 생기면 사람은 그 숫자를 올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리게 휘두른 타자가 가장 정확하게 맞혔다. 숫자는 휘두름의 일부만 잰다. 그 숫자에 휘둘리면 스윙을 고치려다 스윙을 잃는다. 키나트랙스의 데이터가 구단 것이고 의료 정보로 다뤄진다는 이야기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 몸의 움직임을 잰 숫자는 누구 손에 들려 누구를 휘두르게 될까.
그래서 스윙 거울의 설계도에는 처음부터 두 줄을 그어 두었다. 영상은 내 컴퓨터를 떠나지 않는다. 숫자는 정답이 아니라 거울로만 쓴다. 머이브리지의 연속 사진에서도, 초당 300장의 호크아이에서도, 웹캠의 30장에서도 공을 때리는 순간은 어딘가의 빈칸으로 빠졌다. 그 빈칸을 채우는 것은 여전히 휘두르는 사람의 감각이다.
『오늘의 한 페이지』는 그렇게 노트 속 한 줄에서 출발해 오늘의 생각 한 장에 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