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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네 종류를 카드로 나눈 그림.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일하라, 참고 자료, 진행 중 작업
연재진짜 딸깍하는 AI · 11회

기억하는 AI (3) — 하나의 파일에 하나의 사실만 담는다

· SYSOP · 조회 2

기억을 잘게 쪼개 흩뿌린다고 했다. 여기서 대부분이 착각한다. 많이 쌓기만 하면 되는 줄 안다. 정작 중요한 건 많이 쌓기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정확히 찾아지게 쌓기다. 저장은 쉽고, 불러오기는 어렵다.

먼저 종류를 나눈다

모든 기억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나중에 뒤죽박죽이 된다. 나는 크게 네 종류로 나눈다.

  • 나는 누구인가: 내 역할, 전문 분야, 선호. 어떤 일을 하든 배경으로 깔려야 하는 정보.
  • 어떻게 일하라: 내가 준 지침과 피드백.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하지 마라. 특히 한 번 지적했던 실수.
  • 참고 자료: 자주 찾는 주소, 문서 위치, 설정값 같은 외부 정보.
  • 진행 중인 작업: 지금 굴러가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상태. 코드나 기록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맥락.

이렇게 나눠두면 나중에 관리가 쉽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만 모아서 보거나, 끝난 프로젝트의 기억만 골라 정리할 수 있다.

하나의 파일에 하나의 사실만

두 번째 원칙은 이것이다. 파일 하나에는 사실 하나만 담는다.

적당히 담아서 해 보면 생각 이상으로 잘 동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욕심이 나서 관련된 내용을 한 파일에 모두 몰아 적고 싶어진다. 그러면 두 가지가 망가진다. 먼저 불러오기가 부정확해진다. 한 파일에 열 가지 주제가 섞여 있으면 AI는 그중 하나 때문에 파일 전체를 꺼내고, 나머지 아홉 개의 무관한 내용까지 딸려 온다. 다음으로 갱신이 어려워진다. 사실 하나가 바뀌었을 때, 여러 사실이 엉킨 파일에서 그 부분만 정확히 고치기는 생각보다 성가시다.

한 파일 한 사실이면 꺼낼 때 딱 그것만 꺼내지고, 고칠 때 그 파일만 열면 되고, 틀렸을 때 그 파일만 지우면 된다.

불러오기를 좌우하는 건 '한 줄 설명'이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기억 조각마다 맨 위에 이 기억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한 줄 설명을 붙인다. 색인에 올라가는 것도, AI가 지금 이걸 꺼내야 하나 판단하는 근거도 바로 이 한 줄이다.

그래서 이 한 줄을 어떻게 쓰느냐가 불러오기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예를 들어보자.

나쁜 설명은 이렇다.

결제 관련 메모

좋은 설명은 이렇다.

쇼핑몰 결제 실패 시 재시도 3회 규칙과 환불 승인 절차

나쁜 설명은 '결제'라는 단어에만 반응한다. 좋은 설명은 재시도, 환불, 승인 같은 구체적 상황에 두루 걸린다. AI가 어떤 맥락에서 이 기억을 필요로 할지 상상하고, 그 상황의 단어를 미리 심어두는 것이다. 내용을 요약한다기보다 언제 꺼내야 하는지를 적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결제 메모라는 나쁜 설명과 여러 상황 단어를 담은 좋은 설명의 불러오기 차이 비교

작은 습관 두 가지

마지막으로 오래 써보며 굳어진 습관이 두 가지 있다.

하나, 날짜는 항상 절대 날짜로 적는다. 지난주, 어제 같은 표현은 기억이 나중에 불러와질 때 기준이 사라져 거짓이 된다. "9월 셋째 주" 대신 "2026년 9월 15일"처럼 적어야 몇 달 뒤에 꺼내도 뜻이 유지된다. 그리고 많은 수의 LLM들이 날짜 조회에 생각보다 약하다. 나는 항상 날짜와 요일을 같이 표기했었다.

둘, 기억끼리 연결한다. 어떤 기억이 다른 기억과 관련 있으면 서로를 가리키는 링크를 걸어둔다. 하나를 꺼냈을 때 관련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흩뿌린 조각이 이렇게 연결되면 흩어진 메모가 아니라 하나의 지식망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이렇게 쌓은 기억이 실제 하루의 업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성격이 다른 일을 몇 번씩 오가는 하루를 따라가며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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