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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에드워드 머이브리지가 연속 사진으로 찍은 달리는 남자. 한 걸음 사이에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연재오늘의 한 페이지 · 4회

밑창에 남은 달리기

노트에 적힌 낱말은 '달리기' 하나였다. 나고야 아시안게임의 마라톤과 한국의 달리기 열풍에서 출발해, 메달을 위한 훈련과 건강을 위한 달리기가 어떻게 다른지, 사이클의 파워미터가 러닝으로 건너오며 생긴 러닝 다이나믹스와 이를 읽는 머신러닝을 따라간다. 끝에는 닳은 러닝화 밑창으로 달리는 습관을 거꾸로 읽어 보는 분석기를 붙였다. 오늘의 한 페이지 네 번째 글.

· SYSOP · 조회 3

1887년 에드워드 머이브리지가 연속 사진으로 찍은 달리는 남자. 한 걸음 사이에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치니 낱말 하나가 적혀 있었다.

달리기

설명도 화살표도 없다. 언제 왜 적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지금 이 낱말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나고야와 아이치에서 아시안게임이 한창이고, 한강에는 저녁마다 달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오늘은 이 낱말 하나를 붙들고 가 보려 한다. 메달을 노리는 달리기와 오래 살려는 달리기, 그 둘을 재는 기계들, 그리고 신발 밑창에 남은 흔적까지.

피 묻은 신발로 들어온 8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은 9월 23일부터 29일까지 나고야 미즈호 육상경기장에서 열렸다. 육상 세부 종목은 50개다. 이 가운데 달리기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 28개다. 100m부터 마라톤까지 남녀 각 13개, 거기에 혼성 계주 2개다. 경보까지 넣으면 32개, 달리기가 끼어 있는 10종·7종 경기까지 넣으면 34개가 된다. 육상의 3분의 2가 결국 누가 더 빨리 가느냐의 문제다.

한국 육상은 이번에 동메달 셋을 가져왔다. 우상혁이 빗속 높이뛰기에서 2m22로 세 대회 연속 메달을 땄고, 남자 400m 계주는 38초43 한국 신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 최병광은 남자 하프마라톤 경보에서 동메달을 땄다.

내 눈에 오래 남은 건 메달이 아닌 장면이었다. 9월 26일 남자 마라톤에서 박민호는 20km 언저리 내리막에서 신발 밑창이 찢어졌다. 그는 피가 밴 신발을 신고 끝까지 달려 2시간15분35초, 19명 가운데 8위로 들어왔다. 세계선수권에서 기권한 뒤라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마라토너에게 신발 밑창은 2만 5천 번쯤 땅을 디디는 자리다. 그날 이 자리가 먼저 무너졌다. 오늘 글은 결국 이 밑창 이야기로 돌아온다.

한강에 사람이 몰린 이유

달리기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운동이다. 경찰청이 집계한 마라톤 대회는 2020년 19개에서 2024년 254개가 됐다. 참가자는 9,030명에서 100만 8,122명으로 늘었다. 코로나로 대회가 거의 열리지 않던 해와 견준 숫자라 배수가 과장되기는 하지만,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만도 대회가 50개 가까이 늘었다.

경찰청이 집계한 마라톤 대회 수와 참가자 수. 대회는 2020년 19개에서 2024년 254개로, 참가자는 9,030명에서 100만 8,122명으로 늘었다

정부 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 가운데 달리기를 하는 비율은 4.8%에서 7.7%로 올랐다. 걷기(40.5%)에 비하면 아직 작지만 오름세가 가파르다. 돈도 따라왔다. 2024년 국내 러닝화 시장은 약 1조 원으로, 운동화 시장의 4분의 1쯤 된다.

2008년 서울국제마라톤. 서울시청 앞을 지나는 주자들

사람이 몰리자 다툼도 생겼다. 큰 대회는 선착순 접수 경쟁이 치열해져 JTBC 서울마라톤이 2025년부터 추첨으로 바꿨고, 대회 날 도로 통제에 시민 불만이 쌓였다. 2024년 가을 서울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명 넘는 무리가 달릴 때 2m 간격을 두게 했고, 송파구는 석촌호수에서 3명 넘게 무리 지어 달리는 것을 막았다. 러닝크루가 산책하는 사람에게 "비켜요"를 외친다는 민원 때문이었다. 혼자 하던 운동이 무리 지어 하는 운동이 되면서 생긴 일이다.

같은 달리기, 다른 결승선

달리는 사람이 늘면서 훈련법 이야기도 많아졌다. 유튜브에는 엘리트 선수의 훈련표가 돌고, 동호회에서는 인터벌과 역치 훈련이 오간다. 그런데 메달을 노리는 훈련과 건강을 위한 달리기는 목표부터 다르다. 목표가 다르니 필요한 양도 자릿수가 다르다.

먼저 건강 쪽이다. 2014년 미국의 이덕철 연구팀은 성인 5만 5천여 명을 평균 15년 동안 지켜봤다. 달리는 사람은 달리지 않는 사람보다 모든 원인으로 숨질 위험이 30%, 심혈관 질환으로 숨질 위험이 45% 낮았고, 평균 3년 더 살았다. 놀라운 건 양이다. 일주일에 51분 미만, 하루 5~10분만 달려도 이 효과가 거의 그대로 나타났다. 2020년 여섯 개 코호트 23만여 명을 묶은 메타분석도 비슷했다. 달리기를 조금이라도 하면 사망 위험이 27% 낮았는데, 더 자주, 더 오래, 더 빨리 달린다고 효과가 커지지는 않았다. 두 연구 모두 관찰 연구라 달리기 '때문'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그래도 문턱은 생각보다 낮다. 세계보건기구는 고강도 운동이라면 일주일에 75~150분을 권하는데, 6분 페이스로 달리면 12~25km쯤 된다.

메달 쪽은 숫자가 다르다. 2022년 노르웨이 연구팀이 세계 정상급 장거리 선수들의 훈련을 정리한 결과, 마라토너는 준비기 한가운데에 일주일 160~220km를 달린다. 일주일에 11~14번 훈련하고, 그 가운데 80% 이상은 숨이 차지 않는 낮은 강도다. 노르웨이 중장거리 선수들이 퍼뜨린 '이중 역치' 훈련은 하루에 역치 훈련을 두 번 넣되, 반복마다 피를 뽑아 젖산 농도를 재며 강도를 묶어 둔다. 이렇게 일주일 150~180km를 달린다.

주간 달리기 거리로 본 건강을 위한 달리기와 메달을 위한 달리기. 사망 위험이 줄기 시작하는 양은 주 8km 안팎, WHO 고강도 권고는 12~25km, 노르웨이식 이중 역치는 150~180km,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는 160~220km다

두 막대 사이가 열 배다. 그런데 더 큰 차이는 양이 아니라 곡선의 모양에 있다. 건강의 이득은 처음 몇 킬로미터에서 대부분 얻는다. 거기서부터는 곡선이 눕는다. 기록은 반대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1초를 줄이는 데 드는 거리가 늘어난다. 2026년 4월 런던에서 사바스티안 사웨가 1시간59분30초로 처음 공인 경기에서 2시간 벽을 깼다. 2019년 킵초게가 빈에서 1시간59분40초를 찍었을 때는 교대로 들어오는 페이스메이커와 레이저를 쏘는 선도차가 있어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마지막 몇십 초를 위해 인간은 7년을 더 썼다.

2023년 베를린 마라톤 25km 지점을 지나는 엘리우드 킵초게와 선두 무리. 선수들 발에 두꺼운 중창의 '슈퍼슈즈'가 보인다. 사진: IgorCalzone1,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그래서 위험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엘리트는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양을 밀어붙이고, 그걸 견디는 몸이 곧 재능이다.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에게 부상은 목적 자체를 망친다. 달리는 사람의 부상률은 연구에 따라 한 해 19.4%에서 79.3%까지 나온다. 흔히 지키라는 '주간 거리 10% 넘게 늘리지 말기' 규칙은 2008년 네덜란드 초보 주자 532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에서 부상을 줄이지 못했다(20.8% 대 20.3%). 2025년 덴마크 연구팀이 가민 시계 기록 58만 8천여 번을 분석해 다른 답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번 주 전체가 아니라 '오늘 한 번'이었다. 한 번 달린 거리가 최근 30일 가운데 가장 길었던 거리를 10%만 넘어도 부상 위험이 1.64배가 됐고, 두 배를 넘기면 2.28배가 됐다.

한 번 달린 거리가 최근 30일 최장 거리를 넘어선 정도에 따른 부상 위험비. 10% 이하를 1로 볼 때 10~30% 넘게 1.64, 30~100% 넘게 1.52, 두 배 넘게 2.28이었다. 주 단위 증가율은 부상과 관련이 없었다

이건 달리기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수영도, 사이클도, 근력 운동도 경쟁의 곡선과 건강의 곡선이 따로 있다. 경쟁은 곡선의 끝에서 1%를 다투고, 건강은 곡선의 머리에서 첫 문턱을 넘는 일이다. 동호인이 엘리트 훈련표를 그대로 따라 할 때 생기는 문제도 여기서 나온다. 끝을 위한 처방을 머리에 들이밀면 위험만 함께 들어온다.

페달에서 발로 건너온 파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파워미터로 훈련한다. 페달을 밟는 힘과 속도를 곱하면 와트가 나온다. 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최대 파워를 FTP라 부르고, 훈련 강도를 이 값의 몇 %로 정한다. 심박처럼 날씨와 컨디션에 흔들리지 않고, 속도처럼 오르막과 바람에 속지 않는다.

이 방식이 러닝으로 건너왔다. 신발 끈에 다는 풋팟(foot pod)이나 가슴 센서, 손목시계가 달리기의 파워를 추정하고 러닝 다이나믹스를 잰다. 대표 지표는 다섯 가지다. 분당 걸음 수인 케이던스, 한 걸음의 길이인 보폭, 발이 땅에 닿아 있는 시간인 접지 시간, 몸통이 위아래로 튀는 높이인 수직 진동, 그리고 수직 진동을 보폭으로 나눈 수직 비율이다. 좌우 발의 접지 시간 비율도 따로 본다. 스트라이드는 사이클의 FTP처럼 40분쯤 버틸 수 있는 최대 파워를 임계 파워(CP)라 부르고 이를 훈련의 기준으로 삼는다.

가민 러닝 다이나믹스의 백분위 띠. 케이던스는 가운데 30~69%가 164~173걸음, 상위 5%가 183걸음 이상이다. 접지 시간 249~277ms, 수직 진동 8.2~9.7cm, 수직 비율 7.5~8.6%가 가운데 띠다

다만 사이클의 와트와 러닝의 와트는 같은 물건이 아니다. 자전거는 페달에서 크랭크로 힘이 실제로 건너가는 자리를 잰다. 달리기에는 그런 자리가 없다. 평지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면 몸이 바깥에 하는 일은 거의 0에 가깝고, 근육이 쓰는 에너지는 대부분 착지 때 받고 도약 때 되돌려 주는 데 쓰인다. 그래서 러닝 파워는 가속도와 속도에서 '이만큼 쓰였을 것'을 계산한 추정값이다. 2021년 스페인 연구팀이 다섯 기기를 견줘 보니 스트라이드가 가장 일관되고 산소 섭취량과도 잘 맞았다. 반면 다른 연구는 스트라이드가 절대값은 낮게 잡는다고 봤다. 그러니 내 기록을 어제의 나와 견주는 데 쓰기에는 좋고, 남의 숫자와 견주는 데에는 조심해야 한다. 가민의 백분위 띠도 마찬가지다. 가민 사용자들 사이에서의 내 위치일 뿐, 맞춰야 할 정답이 아니다.

기계가 달리기를 읽는 법

다이나믹스 숫자는 센서가 직접 재는 게 아니라 대개 모형이 계산한다. 센서가 내놓는 건 초당 수백 번 찍히는 가속도와 각속도뿐이다. 거기서 '발이 땅에 닿았다'와 '떨어졌다'를 찾고, 몸통의 높이와 접지 시간을 뽑아내는 일은 오래전부터 신호 처리의 몫이었다. 최근에는 이 자리를 머신러닝이 빠르게 넘겨받고 있다.

2022년 체계적 문헌고찰은 웨어러블 센서로 러닝 생체역학을 다룬 머신러닝 연구 24편을 추렸다. 센서는 한 개에서 다섯 개, 주로 골반·허벅지·정강이·발에 붙였고, 방법의 57%가 딥러닝이었다. 몇 가지를 꼽아 보면 이렇다.

센서에서 숫자로. 발·허리 가속도계와 순환 신경망으로 지면 반력 곡선을 오차 6.4%로, 압력 깔창과 랜덤 포레스트로 착지 유형을 94.1% 맞히고, 스마트폰 영상 두 대로 관절 각도와 근육 부하를 실험실 비용의 1% 미만으로 구하며, 7년치 훈련 일지로 다음 날 부상을 AUC 0.72로 예측한다

발에 걸리는 힘. 실험실의 지면 반력판은 발이 땅을 누르는 힘을 정확히 재지만 실험실 밖으로 나올 수 없다. 2022년 연구는 엉치와 신발에 단 가속도계 신호를 순환 신경망에 넣어 그 힘의 곡선을 체중 대비 6.4% 오차로 되살렸다. 2021년 연구는 50만 건에 가까운 옛 동작 분석 자료로 합성곱 신경망을 학습시켜 수직 방향 힘을 상관 0.97로 맞혔다. 다만 저자들은 결과의 들쭉날쭉함을 스스로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휴대폰 두 대로 하는 동작 분석. 2023년 스탠퍼드 연구팀의 OpenCap은 스마트폰 두 대로 찍은 영상에서 사람의 자세를 추정하고, 그 위에 물리 시뮬레이션을 얹어 관절 각도와 근육이 받는 부하까지 계산한다. 실험실 분석보다 25배 빠르고 비용은 1%도 들지 않는다.

다치기 전에 알아채기. 2021년 네덜란드 연구팀은 상위권 주자 74명의 7년치 훈련 일지로 XGBoost 모형을 만들어 다음 날 부상을 예측했다. AUC 0.72였다. 동전 던지기(0.5)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이 숫자를 믿고 훈련을 거를 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부상은 아직 기계에게도 어렵다.

착지를 읽는 일은 그보다 쉽다. 2020년 연구는 압력 깔창과 랜덤 포레스트로 뒤꿈치·중족·앞꿈치 착지를 94.1% 맞혔다. 사람은 이걸 잘 모른다. 2024년 주자 710명에게 자기 착지 유형을 물었더니 42.7%만 맞혔고, 실제로 뒤꿈치로 착지하는 사람 가운데서는 34%만 그걸 알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맨발로 달리는 아베베 비킬라. 그는 이 대회에서 맨발로 우승했다. 퍼블릭 도메인(이탈리아), 위키미디어 공용

착지 이야기에는 늘 맨발이 따라온다. 2010년 하버드의 대니얼 리버먼은 평생 맨발로 달린 케냐 주자들이 주로 앞꿈치로 내려앉고, 그렇게 내려앉으면 충격이 훨씬 작다는 것을 보여 『네이처』에 실었다. 그 뒤 몇 년 동안 '맨발 달리기'와 '앞꿈치 착지'가 유행했다. 그런데 실제 경기장의 발은 다르게 내려앉는다. 동호인 마라톤 10km 지점에서 936명을 찍어 보니 88.9%가 뒤꿈치 착지였고, 엘리트 하프마라톤에서도 74.9%가 뒤꿈치였다.

경기 중 착지 유형. 동호인 마라톤 10km 지점에서 뒤꿈치 88.9%, 엘리트 하프마라톤 15km 지점에서 뒤꿈치 74.9%·중족 23.7%, 그 가운데 상위 50명은 뒤꿈치 62%·중족 36%였다

앞꿈치 착지가 좋다 나쁘다를 가리는 건 아직 이르다. 2013년 핀란드 연구에서 앞꿈치로 내려앉는 주자는 무릎(슬개대퇴관절)이 받는 부담이 뒤꿈치 착지 주자보다 작았고, 대신 아킬레스건에 걸리는 힘이 컸다. 부담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긴다. 자리를 옮긴다는 생각은 이 글 끝의 분석기에서도 그대로 쓰인다.

닳은 밑창은 무엇을 말하나

여기까지 오면 질문이 하나 남는다. 센서도 깔창도 없는 사람은 자기 달리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오래된 기록 장치가 이미 발밑에 있다. 신발 밑창이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린 신발은 수십만 번의 착지를 한 장의 고무에 새겨 두고 있다. 러닝화 가게에서는 오래전부터 밑창을 뒤집어 보며 "뒤꿈치 바깥이 닳았네요, 정상입니다", "안쪽 앞꿈치가 닳았으니 과회내 같습니다"라고 말해 왔다.

이 말이 얼마나 맞는지 찾아봤는데, 결과는 좀 허전했다. 달리는 사람의 밑창 마모와 착지 유형이나 회내를 직접 견준 연구는 찾지 못했다. 정량 연구로는 2012년 보병 훈련병 76명의 군화를 14주 동안 본 것이 거의 유일하다. 뒤꿈치는 바깥 뒤쪽(약 12도 방향)으로 닳았는데, 그 방향은 발이 안팎으로 구르는 정도가 아니라 발끝이 바깥으로 벌어진 각도와 관련이 있었다. 밑창은 무언가를 말하지만, 가게에서 듣는 만큼 또렷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회내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2014년 덴마크에서 초보 주자 927명에게 모두 같은 중립화를 신기고 32만 km 넘게 달리게 했더니, 발이 안쪽으로 구르는 주자가 더 다치지 않았다. 오히려 1,000km당 부상이 조금 적었다. 이듬해 캐나다의 베노 니그는 충격과 회내로 부상을 설명하던 30년을 돌아보며 근거가 약하다고 정리하고 두 가지 새 기준을 내놓았다. 몸에는 저마다 '선호하는 움직임 경로'가 있고, 신발은 그 경로를 크게 비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런 신발을 고르는 가장 좋은 거름망은 신었을 때의 '편안함'이다.

신발이 언제 죽는지도 생각보다 불확실하다. 흔히 500~800km에 바꾸라고 하지만 이 숫자를 부상과 연결한 연구는 찾지 못했다. 1985년 기계 시험에서 러닝화는 첫 80km에서 충격 흡수력의 4분의 1을 잃었고, 그 뒤로는 천천히 줄어 400~800km에서 60% 아래로 내려갔다. 2020년 연구는 33명이 700km를 달리는 동안 발바닥 압력이 중족부에서만 올랐다고 보고했다.

러닝화가 처음 충격 흡수력의 몇 %를 남기는가. 80km에 75%, 160~240km에 67%, 400~800km에 60% 미만. 흔히 말하는 교체 시점 500~800km가 함께 표시돼 있다

그래도 밑창은 버리기 아깝다. 그래서 정답 대신 '모형'을 하나 만들었다. 앞 방향은 이렇다. 발이 땅에 닿아 있는 동안 체중이 실리는 중심(압력 중심)은 착지한 자리에서 출발해 엄지 쪽으로 빠져나간다. 고무는 이 길을 따라 깎이는데, 하중과 미끄러짐이 함께 큰 두 순간에 가장 많이 깎인다. 착지하며 제동이 걸리는 순간과 엄지로 밀어내며 비트는 순간이다. 뒤꿈치로 착지하면 첫 순간이 뒤꿈치 바깥에 떨어지고, 케이던스가 낮아 보폭이 길수록 그 긁힘이 세진다. 안쪽으로 구르면 길이 안쪽으로 휘고, 바깥으로 구르면 바깥 가장자리를 따라간다.

거꾸로 가는 방향이 더 재미있다. 닳은 밑창을 보고 습관을 맞히는 일은 결과에서 원인을 찾는 역문제다. 분석기는 착지·발 구름·케이던스·발 끌기를 바꿔 가며 만든 달리기 습관 1,800여 개의 밑창을 미리 그려 두고, 내가 누른 밑창과 가장 닮은 것을 찾는다. 가장 가까운 이웃을 찾는 이 방식은 앞에서 본 머신러닝들이 하는 일의 가장 단순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무엇을 알 수 없는지도 알려 준다. 케이던스를 155에서 195까지 바꿔도 밑창이 닳는 자리는 거의 그대로이고 양만 바뀐다. 그래서 밑창만 보고는 케이던스를 맞힐 수 없다. 분석기는 이런 것을 '알려 주지 못하는 것'에 따로 적어 둔다.

닳은 밑창 읽기. 위쪽 단추로 두 화면을 오간다. '습관 → 닳음'에서는 착지(뒤꿈치~앞꿈치), 발 구름(회외~과회내), 케이던스, 발 끌기, 체중, 주간 거리, 좌우 균형을 고르면 왼발과 오른발 밑창이 누적 거리만큼 닳은 모습이 그려진다. 재생 단추를 누르면 0km부터 닳아 간다. 오른쪽에는 가장 먼저 닳는 자리와 고무가 바닥나는 거리, 문헌의 경향을 단순화한 부위별 부담(무릎 앞, 정강이, 아킬레스·종아리, 족저근막, 안쪽, 바깥쪽)과 해 볼 만한 것, 신발 제안이 나온다. '닳음 → 습관'에서는 내 신발 밑창에서 닳은 자리를 눌러(누를 때마다 조금·많이·아주 많이·없음) 표시하면, 미리 그려 둔 습관(달리기 1,800여 개, 걷기 130여 개) 가운데 가장 닮은 것을 찾아 옆에 그리고, 밑창이 알려 주는 것과 알려 주지 못하는 것을 나눠 적는다. 달리기와 걷기를 고를 수 있고, 열지도로 닳는 정도를 색으로 볼 수 있다. 단순화한 모형이며 진단이 아니다.

몇 가지를 해 보면 좋다. 먼저 '습관 → 닳음'에서 재생 단추를 누르고 케이던스를 150 쪽으로 내려 보자. 뒤꿈치 바깥이 훨씬 빨리 하얘지고, 무릎 앞 막대가 올라간다. 2011년 위스콘신대 연구에서 같은 속도로 분당 걸음 수를 5~10% 늘리자 무릎이 받아 내는 에너지가 줄었다. 발이 몸 앞으로 덜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착지를 앞꿈치 쪽으로 밀어 보자. 닳는 자리가 앞으로 옮겨 가며 무릎 막대는 내려가고 아킬레스·종아리 막대가 올라간다. 앞에서 말한, 부담이 자리를 옮기는 장면이다. 좌우 균형을 52% 넘게 밀면 한쪽 신발이 먼저 바닥난다.

그다음 '닳음 → 습관'으로 넘어가 자기 신발을 뒤집어 보자. 닳은 자리를 누르면 가장 닮은 습관이 옆에 그려진다. 다만 화면에 나오는 '닮음' 숫자는 모형끼리의 닮음일 뿐이다. 실제 연구가 말해 주는 건 거기까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석기도 함께 적어 두었다. 신발을 고르는 마지막 기준은 결국 니그가 말한 대로 편안함이다.

다시, 밑창으로

노트의 낱말로 돌아간다. 달리기. 나고야의 마라토너들과 한강의 동호인들은 같은 동작을 하지만 서로 다른 곡선 위에 서 있다. 한쪽은 곡선의 끝에서 몇 초를 다투고, 한쪽은 곡선의 머리에서 첫 문턱을 넘는다. 끝을 다투는 사람에게는 파워미터와 젖산 측정기와 머신러닝이 1초를 깎아 주는 도구다. 머리를 넘는 사람에게는 같은 도구가 다치지 않고 오래 달리게 해 주는 경고등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둘 모두에게 가장 정직한 기록은 발밑에 있다. 박민호의 찢어진 밑창도, 내 신발 뒤꿈치 바깥의 반들반들한 자리도 수십만 번의 착지가 남긴 기록이다. 다만 이 기록을 읽는 법은 생각보다 덜 알려져 있다. 가게에서 듣던 말 가운데 연구로 확인된 것은 많지 않았고, 기계가 읽어도 알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나뉜다. 그 경계를 알고 보면 닳은 밑창이 조금은 덜 무섭다.

『오늘의 한 페이지』는 이렇게 이어진다. 노트를 아무 데나 펼쳐, 거기 적힌 한 줄에 그날의 생각을 얹는다. 오늘은 한 줄이 아니라 한 낱말이었다. 신발장에 있는 러닝화를 한번 뒤집어 보시길 바란다.

참고

  • 2026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 결과: 「우상혁 2m22 동메달」 서울신문 · 「남자 400m 계주 한국 신기록 동메달」 한국일보 · 「박민호, 찢어진 밑창으로 완주」 서울신문
  • 경찰청 마라톤 대회 집계(박정하 의원실), 「마라톤 대회 4년 새 13배」 경향신문(2025-11-09)
  • 문화체육관광부, 2025 국민생활체육조사(2026-01-19 발표)
  • D. C. Lee 외, 「Leisure-time running reduces all-cause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risk」, JACC(2014) doi:10.1016/j.jacc.2014.04.058
  • Z. Pedisic 외, 「Is running associated with a lower risk of all-cause, cardiovascular and cancer mortality…?」, BJSM(2020) doi:10.1136/bjsports-2018-100493
  • F. C. Bull 외, 「WHO 2020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BJSM(2020)
  • T. Haugen 외, 「The Training Characteristics of World-Class Distance Runners」, Sports Medicine – Open(2022) doi:10.1186/s40798-022-004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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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에드워드 머이브리지 『Animal Locomotion』(1887) 퍼블릭 도메인 · 킵초게 IgorCalzone1 CC BY-SA 4.0 · 서울국제마라톤 hojusaram CC BY-SA 2.0 · 아베베 비킬라 퍼블릭 도메인.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
  • 분석기의 밑창 모형과 부위별 부담 막대는 위 연구들의 경향을 단순화해 내가 만든 것이다. 실측값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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