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을 지우고 여덟 글자만 줬다 — AI가 푼 아인슈타인과 잡스의 사주
사주는 AI로 만들기 좋은 소재다. 다들 궁금해 하기도 하고 제법 많은 돈이나 시간을 사주팔자를 공부하거나 보러 다니는데 사용한다. 아마도 우리의 삶이 그만큼 불확실하고 불안하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이런 사주팔자가 AI로 왜 만들기 좋냐면, 천 년 넘게 책으로 정리돼 온 체계라서 그렇다. 어떤 글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계절을 어디서 끊는지, 열 해 단위의 흐름이 몇 살에 시작하는지가 전부 문헌에 적혀 있고, 그 문헌이 웹에 흩어져 있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답이 있는 계산이라는 뜻이다. 물론 이것도 조사하다 보니 해석에 따라서 여러 학파 같은것이 있고, 나름의 노하우들이 있더라. 그래도 대체로 잘 맞추는 것 같은 줄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이렇게 규칙이 잘 만들어져 있는 분야는 대체로 AI가 잘 파악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사주 프로그램을 실제로 만드는 데는 반나절이 걸렸다. 잘 모르는 분야기도 했고, 하다보니 은근히 공부해야만 하는 것도 제법 있었다.
문제는 만들고 나서도, 과연 이렇게 만들어진 사주팔자 AI가 과연 얼마나 잘 맞는지 검증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AI 딸깍으로 이것저것 만들기는 잘 만들 수 있지만 검증은 또 다른 이야기지 않은가.
무엇을 물었나
서양 유명인의 사주를 실제 제품과 같은 깊이로 풀어서, 문헌으로 확인되는 생애와 맞아떨어지는 대목은 강조하고 나머지는 흐리게 처리해줘. 그대로 캡처해서 쓸 수 있게.
이게 맞는지는 어떻게 아나
사주 프로그램을 만들면 반드시 이 질문에 걸린다. 잘 맞는다는 후기를 백 개 모아도 증거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맞은 것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해보기로 했다. 생애가 이미 문헌에 다 적혀 있는 사람의 사주를 풀되, 푸는 쪽에는 그가 누구인지 끝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풀이가 맞아 보이는 이유는 대개 둘 중 하나다 — 정말 맞았거나, 푸는 쪽이 이미 답을 알고 있었거나. 1879년 3월 14일 울름 출생이라고 하면 아인슈타인인 게 뻔하다. 그 상태로 풀면 AI는 사주를 푸는 게 아니라 위인전을 요약하게 된다.
준 것 — 여덟 글자와 거기서 계산으로 나오는 값들. 열 해 단위 흐름에는 연도를 지우고 나이만 남겼다.
주지 않은 것 — 이름, 태어난 해, 태어난 날, 태어난 곳, 시간대, 직업, 국적. 아무것도.
그리고 AI에게 들어가는 글 전부를 인물을 특정할 만한 낱말로 훑어, 하나라도 걸리면 실패하도록 했다. 한 건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풀이에는 이런 문장만 나온다 — "38~47세 구간에는…". 1992년이라는 말은 없다. 연도는 나중에 사람이 붙였다.
무엇이 나왔나
아래는 사주를 확인하고 나면 리포트 맨 위에 붙는 카드다.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이론적인 토대가 있는 자료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왼쪽 위의 명조(命造) 가 사주다. 태어난 해·달·날·시를 각각 두 글자씩, 모두 여덟 글자로 적은 것이다. 그 아래 木火土金水 다섯 칸은 그 여덟 글자에 어떤 기운이 몇 개씩 들어 있는지를 센 것이다.
그 아래 네 칸이 알맹이다. 위쪽 회색 글이 AI가 쓴 풀이, 아래쪽이 문헌으로 확인되는 사실이다.
아인슈타인 쪽도 같은 방식으로 한 장 나왔다.

숫자로 적으면 이렇다.
| 아인슈타인 | 스티브 잡스 | |
|---|---|---|
| 명조 | 己卯 丁卯 丙申 甲午 | 乙未 戊寅 丙辰 丁酉 |
| 풀이 분량 | 4만 1천 자 | 4만 7천 자 |
| 들어맞은 대목 | 22곳 | 31곳 |
| 빗나간 대목 | 3곳 | 6곳 |
빗나간 개수를 같이 적는 이유는 하나다. 맞은 것만 세면 근거가 아니라 광고가 된다. 리포트 본문에도 빗나간 대목을 흐리지 않고 그대로 남겨 뒀다.
어디가 맞았나
풀이 전문은 사람당 4만 자가 넘는다. 여기서는 몇 대목만 옮긴다. 회색으로 흐린 부분이 원문이고, 선명한 금색이 기록과 맞아떨어진 자리다.

가운데 문장. AI는 이 사람을 두고 "문서를 읽고 핵심을 뽑아내는 힘, 복잡한 것을 정리해 남에게 설명하는 힘" 이 있다고 썼다.
아인슈타인은 1902년부터 7년간 특허 심사관이었다. 하루 종일 특허 명세서를 읽고 이게 진짜 새로운 것인지 판정하는 일이다. 본인이 여러 번, 그 훈련이 사고에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맨 위 문장 — "방황처럼 보였던 시간이 실은 실력을 벼리는 과정이었을 수 있다". 그는 190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정규직을 얻지 못했다. 졸업생 넷 중 혼자만 조교로 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의 끝인 1905년에 논문 네 편을 한 해에 냈고, 특수상대성이론이 그중 하나다.
열 해 단위로 끊어 읽는 쪽은 더 선명하다.

AI가 "이 사주 전체를 통틀어 승진과 리더십 도약에 가장 유리한 대운" 이라고 쓴 구간에 연도를 붙이면 1912~1921년이다. 1914년 베를린 학술원,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 1919년 일식 관측으로 이론이 검증되며 세계적 명성, 1921년 노벨상 수상자 결정. 전부 그 열 해 안에 있다.
다시 말하지만 AI는 연도를 몰랐다. 나이만 알았다.
잡스 쪽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커리큘럼보다 스스로 발견한 스승이나 방법론을 통해 실력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리드 칼리지를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학점과 무관하게 캘리그래피 수업만 청강했다. 그 수업이 10년 뒤 매킨토시의 서체가 됐다는 이야기는 본인이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직접 했다.

가운데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다. "규율과 실행력이 강한 파트너와 짝을 이룰 때 이 사주의 재능이 가장 온전히 성과로 전환된다". 회로를 설계한 워즈니악, 사업의 틀을 세운 마쿨라, 공급망을 맡은 팀 쿡. 그 조합이 없던 시기의 결과물이 어땠는지도 기록에 남아 있다.
쉬워 보였는데, 신경 쓸 자리가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딸깍이다. 자료가 널려 있는 분야를 AI에게 시켰더니 반나절 만에 물건이 나왔다.
그런데 만드는 동안 계속 걸린 것이 있었다. 입력이 조금만 어긋나도 결과가 통째로 달라지는 자리들이다.
사주에서 시(時)는 두 시간짜리 칸이다. 그런데 그 칸을 가르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태양이다. 태어난 곳이 어디냐, 그 시대에 그 지역이 시계를 어떻게 맞췄느냐에 따라 시계 시각과 태양 시각이 벌어진다. 서머타임까지 끼면 한 시간이 통째로 밀린다.
잡스가 정확히 그 경우였다. 기록된 시각과 실제 태양 시각의 차이가 경계를 하나 넘겼다. 기둥 하나가 바뀌자 나머지 해석이 연쇄로 뒤집혔다. 부딪치는 관계로 읽히던 자리가 어울리는 관계가 되고, 없던 길한 배합이 생겼다. 정반대 신호가 나온 것이다.
여덟 글자 중 하나가 틀리면 나머지 일곱의 해석도 함께 틀린다. 그 말을 실물로 본 셈이다.
이런 자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값, 계산의 시작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한 살씩 밀리는 값, 문헌마다 표기가 갈리는 이름. 하나씩 확인하고 맞춰야 했다. 웹에 자료가 많다는 것은 서로 어긋나는 자료도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딸깍이 되는가
된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규칙이 굳어 있는 분야는 만들기 쉽다. 자료가 쌓여 있고 정답이 정해져 있으니 AI가 잘 짚는다. 이 연재가 「딸깍」이라고 부르는 그 속도가 실제로 나온다.
그런데 그 분야일수록 정확도를 좌우하는 자리가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다. 규칙이 촘촘하다는 건 예외와 경계도 촘촘하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계산 한 번이고, 결과도 그럴듯하게 나온다. 틀려도 티가 안 난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이번 건에서 값을 한 것은 만든 것이 아니라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같이 만든 것이었다. 답이 이미 나와 있는 사례를 골라, 답을 가린 채 풀리고, 맞은 개수와 틀린 개수를 함께 센다. 이 절차가 없었으면 리포트 두 장은 그냥 그럴듯한 글이었을 것이다.
한 줄로 시작하더라도 「맞는지 어떻게 아는가」를 요청에 같이 넣는 것, 지금으로선 그게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제법 그럴싸한 방법으로 검증한 것 같아 상당히 뿌듯했다.
못 하는 것
이것은 예측이 아니다. 생애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맞는 대목을 고른 것이다. 1955년에 이 여덟 글자를 받아 들고 "이 사람은 회사를 세웠다가 쫓겨나고 다시 돌아온다"고 말할 수 있었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 리포트에도 그렇게 적었다.
같은 구조의 사주는 흔하다. 표현하는 기운이 두껍고 규율의 기운이 없는 명조는 드물지 않으며, 그중 대다수는 회사를 세우지 않았다.
출생 기록 자체가 흔들린다. 잡스는 태양 시각이 경계에서 십 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기록이 조금만 부정확해도 기둥이 달라진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출생증명서로 확인된 기록만 썼다 — 점성 자료를 모아 온 Astro-Databank 의 출처 등급으로 최상위인 AA(출생증명서·출생기록부) 다. 잡스의 시각은 한때 전기에서 역산한 오전 6시로 돌아다녔고, 2006년에 발급받은 출생증명서로 저녁 7시 15분이 확정됐다.
건강·죽음·가족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계산 결과가 그쪽을 가리켜도 대조 표시를 붙이지 않았다. 실존 인물의 명조로 병이나 죽음을 논하는 것은 근거도 예의도 아니다.
이 자료는 오리엔텔러에서 실제 구동되는 동일한 엔진으로 생성한 것이다. 위에는 전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법 자세하게 다양한 분야와 생애 주기에 맞춘 결과를 뽑아낼 수 있으니 흥미로워보인다면 한번 방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