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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프트색 바탕 왼쪽에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곱 글자」라는 제목이 있고, 아래에는 받침대 위 수평 저울대에 숟가락 일곱 개가 놓여 있다. 숟가락 위에 장, 설, 파, 마, 깨, 후, 참이 한 글자씩 적혀 있고 숟가락마다 담긴 양념의 양이 다르다. 오른쪽 줄 노트에는 「균형」이 적혀 있다
연재오늘의 한 페이지 · 21회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곱 글자

노트에는 '균형'이라는 낱말 하나가 적혀 있었다. 마침 저녁에 칠리크랩 페이스트와 토마토 파스타 소스를 섞어 꽤 균형 잡힌 맛을 냈다. 맛은 혀의 다섯 가지 맛에 냄새와 촉감, 통증까지 얹힌 종합 예술이고, 맛끼리는 서로 누르고 키운다. 소금이 쓴맛을 누르고, 단맛과 신맛이 서로 누르고, 감칠맛은 곱해진다. 맛을 숫자로 재려는 전자 혀 이야기를 거쳐, 한식 양념을 외우는 일곱 글자 '장설파마깨후참'을 양념 18가지짜리 사전으로 만들었다. 재료 양에 맞춰 숟가락 수를 바꿔 주고, 내 양념을 목표 양념과 견줘 보고, 두 소스를 섞는 비율도 찾아볼 수 있다. 오늘의 한 페이지 스물한 번째 글.

· SYSOP · 조회 2

크라프트색 바탕 왼쪽에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곱 글자」라는 제목이 있고, 아래에는 받침대 위 수평 저울대에 숟가락 일곱 개가 놓여 있다. 숟가락 위에 장, 설, 파, 마, 깨, 후, 참이 한 글자씩 적혀 있고 숟가락마다 담긴 양념의 양이 다르다. 오른쪽 줄 노트에는 「균형」이 적혀 있다

오늘 펼친 노트에는 낱말 하나만 있었다.

균형

앞뒤로 아무 말도 없다. 무엇의 균형을 말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 일과 쉼일 수도 있고, 지출과 저축일 수도 있고, 그냥 자전거를 타다 떠오른 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같다. 균형은 한 번 잡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다시 잡아야 하는 상태다.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균형이 꽤 잘 맞았다. 냉장고에 먹다 남은 칠리크랩 페이스트가 있었고, 찬장에는 토마토 파스타 소스가 있었다. 둘을 반반쯤 섞어 파스타를 비볐다. 칠리크랩 페이스트만 쓰면 달고 맵고 짜서 금방 물리고, 토마토 소스만 쓰면 시고 심심하다. 섞으니 단맛은 토마토의 신맛이 잡아 주고, 토마토의 밋밋함은 페이스트의 매운맛과 감칠맛이 채웠다. 어느 맛도 혼자 튀지 않았다. 균형 잡힌 맛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루에 가장 자주 맞추는 균형이 맛이다. 국 간을 보고, 커피에 설탕을 넣을지 말지 정하고, 라면 물을 얼마나 부을지 가늠한다. 오늘은 맛의 균형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따라가 보고, 끝에서는 한식 양념을 외우는 일곱 글자 '장설파마깨후참'으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양념 사전을 만들어 본다.

칠리크랩과 토마토는 원래 한집안이다

섞고 나서 찾아보니 이 조합은 내가 처음 생각한 게 아니었다. 싱가포르 칠리크랩의 시작이 토마토였다.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의 인포피디아에 따르면, 1950년대 셰얌티엔(Cher Yam Tian)이라는 여성이 남편이 잡아 온 게를 볶으면서 늘 쓰던 토마토소스에 병에 든 칠리소스를 더해 본 것이 칠리크랩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1956년 칼랑강 가에서 손수레로 이 요리를 팔기 시작했고, 1960년대 초에 팜비치라는 식당을 열었다(인포피디아). 지금 식당에서 흔히 먹는 칠리크랩은 조금 다르다. 1960년대 셰프 후이콕와(Hooi Kok Wah)가 레몬즙, 식초, 삼발, 토마토 페이스트, 달걀흰자를 넣어 더 새콤하게 만든 판이 퍼졌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칠리크랩 소스 안에는 처음부터 토마토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 내 저녁은 칠리크랩 소스 안에 원래 있던 토마토의 비율을 조금 늘린 것뿐이다. 그 비율을 바꾸자 맛의 무게중심이 단맛·매운맛 쪽에서 신맛·감칠맛 쪽으로 옮겨 갔다. 균형이란 결국 비율의 문제다.

맛은 혀 하나로 보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혀 지도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혀끝은 단맛, 양옆은 신맛, 안쪽은 쓴맛을 맡는다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틀렸다. 1901년 독일의 다비트 헤니히가 혀 가장자리 여러 곳에서 맛을 느끼는 문턱을 쟀는데, 자리마다 차이가 조금 있었을 뿐이다. 1942년 하버드의 심리학자 에드윈 보링이 이 자료를 책에 다시 그리면서 차이를 과장했고, 그것이 '맛 구역' 그림으로 굳었다(Tongue map). 실제로는 다섯 가지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혀 전체에 퍼져 있다.

다섯 가지 맛은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다. 감칠맛은 가장 늦게 이름을 얻었다. 1908년 도쿄제국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는 다시마 국물의 맛이 넷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다시마에서 그 맛을 내는 물질인 글루탐산을 찾아냈다. 그가 붙인 이름이 '우마미'다(아지노모토). 1913년에는 그의 제자 고다마 신타로가 가쓰오부시에서 또 다른 감칠맛 물질인 이노신산을 찾았다.

맛있다고 느끼는 데에는 혀 말고도 많은 것이 끼어든다. 음식을 씹으면 냄새 분자가 입 안쪽에서 코로 올라간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면 음식 맛이 밍밍해지는 이유다. 바삭함, 쫄깃함, 기름진 매끄러움 같은 식감도 맛의 일부다. 매운맛은 아예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뜨거움을 느끼는 통증 수용체 TRPV1을 건드린다. 1997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 데이비드 줄리어스의 연구실이 이 수용체를 찾아냈고, 줄리어스는 그 공로로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맛을 종합 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과장이 아니다. 혀의 다섯 가지 맛, 코의 냄새, 입 안의 촉감, 통증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맛끼리는 서로 밀고 당긴다

맛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네 가지 관계를 네 칸에 그린 그림. 소금을 조금 넣으면 쓴맛 막대가 단맛 막대보다 더 많이 줄어든다(Breslin & Beauchamp, Nature 1997). 설탕을 넣으면 신맛 막대가 줄어든다(Keast & Breslin 2003). 글루탐산과 이노신산 막대 둘을 합치면 감칠맛 막대가 훨씬 길어진다(Yamaguchi 1967). 매운 느낌 막대는 기름을 더하면 짧아진다(TRPV1, 2021 노벨상). 막대 길이는 관계를 보이기 위한 그림이며 측정값이 아니다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는 맛이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라서다. 한 맛이 다른 맛을 누르기도 하고 키우기도 한다.

소금은 쓴맛을 누른다. 1997년 폴 브레슬린과 게리 보챔프는 『네이처』에 짧은 논문을 냈다. 소금을 조금 넣으면 쓴맛이 단맛보다 훨씬 많이 눌리고, 그 결과 단맛이 더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금이 맛의 거름망처럼 불쾌한 맛을 골라 걸러 낸다고 봤다(Nature). 수박에 소금을 치고 자몽에 소금을 뿌리는 습관에는 이런 근거가 있다.

단맛과 신맛은 서로 누른다. 설탕을 넣으면 신맛이 덜 느껴진다. 맛끼리의 관계를 다룬 연구 중에서도 가장 꾸준히 확인되는 결과다. 반대로 신맛도 단맛을 누른다. 레모네이드가 설탕을 그렇게 많이 넣고도 달기만 하지 않은 이유다. 초고추장이나 새콤달콤한 무침에서 식초와 설탕이 늘 짝으로 다니는 것도 같은 원리다.

감칠맛은 곱해진다.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을 함께 넣으면 따로 넣었을 때를 더한 것보다 감칠맛이 훨씬 세다. 1967년 야마구치 시즈코가 사람을 대상으로 이 상승효과를 정리했다. 혀의 감칠맛 수용체에서 글루탐산이 붙는 자리 옆에 이노신산이 붙어 결합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 지금의 설명이다. 2024년에는 둘을 함께 넣었을 때 짠맛까지 더 세게 느껴진다는 연구도 나왔다(PubMed). 다시마(글루탐산)와 멸치(이노신산)를 함께 우리는 한국의 육수,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함께 쓰는 일본의 다시는 이 원리를 과학보다 먼저 알았다.

매운맛은 기름이 누그러뜨린다. 캡사이신은 물보다 기름에 잘 녹는다. 매운 음식에 참기름이나 깨, 우유를 곁들이면 매운 느낌이 덜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저울 양쪽에 같은 무게를 올리는 일과 다르다. 소금 한 꼬집이 단맛을 키우고, 설탕 한 숟가락이 신맛을 지운다. 어느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가 다 같이 움직인다.

맛을 숫자로 재는 혀

이렇게 얽힌 맛을 숫자로 재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 혀다.

가장 오래 다듬어진 것은 일본 규슈대학교 도코 기요시 교수 연구진의 미각 센서다. 사람의 미각 세포 막을 흉내 낸 지질 고분자 막 여러 장을 용액에 담그고, 막마다 생기는 전위 변화를 잰다. 화학 물질을 하나하나 가려내는 대신 '쓴맛이 얼마나 센가'처럼 맛의 성질 자체를 수치로 낸다. 연구진은 이것을 '전역 선택성'이라고 부른다(Analytical Sciences). 이 기술로 만든 상용 장비가 인센트(Insent)의 TS-5000Z다. 다섯 가지 기본 맛과 함께 뒷맛, 진한 맛 같은 것까지 숫자로 내준다. 소고기 품종별 맛 차이를 비교하거나, 커피 회사가 대량 블렌드의 맛을 매번 같게 맞추는 데 쓴다. 가장 오래 쓴 곳은 제약 회사다. 아이들 약의 쓴맛을 얼마나 잘 가렸는지 사람이 일일이 맛보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기계학습이 붙었다. 2024년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프타르시 다스 연구진은 그래핀 센서에 신경망을 붙인 전자 혀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물을 탄 우유, 서로 다른 탄산음료와 커피, 상하기 시작한 과일 주스를 가려냈다. 사람이 정해 준 기준 대신 신경망이 스스로 판단 기준을 골랐을 때 정확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펜실베이니아주립대).

그래도 전자 혀가 알려 주는 건 '이 국물은 지난번보다 짠맛이 8% 세다' 같은 것이다. '이 정도 짠맛이면 맛있다'는 말은 해 주지 않는다. 어떤 비율이 맛있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정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비율을 가장 잘 찾아내는 사람을 우리는 셰프라고 부른다. 그리고 셰프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좋은 비율을 외우기 쉬운 말로 줄여 둔 것이 있다.

장설파마깨후참

한식에는 양념을 외우는 일곱 글자가 있다. 장, 설, 파, 마, 깨, 후, 참. 간장이나 고추장·된장 같은 장, 설탕, 파, 마늘, 깨, 후추, 참기름의 머리글자다. 누가 처음 만든 말인지는 찾지 못했다. 요리책과 조리 수업에서 양념을 섞는 순서로 오래 전해 온 말이다. 참고로 '양념'의 옛말은 '약념'이다. 흔히 '약(藥)이 되도록 생각해(念) 넣는다'는 뜻으로 풀지만, 옛 문헌에 한자가 적혀 있지 않아 나중에 뜻을 끼워 맞춘 풀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설파마깨후참 일곱 글자가 각각 하는 일을 일곱 칸에 정리한 그림. 장은 짠맛과 감칠맛으로 양념의 뼈대, 설은 단맛과 윤기, 파는 풋풋한 향, 마는 알싸한 향과 약간의 매운 기운, 깨는 고소함, 후는 잡내를 덮고, 참은 고소한 향으로 맨 마지막에 넣는다. 아래에는 양념 사전에서 보인 규칙 셋이 막대와 함께 적혀 있다. 고기 볶음·조림은 설탕이 장의 4분의 1에서 2분의 1, 나물 무침은 설탕이 거의 없고 참기름이 장만큼이거나 더 많다, 새콤한 무침과 초고추장은 식초가 설탕의 1.5~2배다

글자마다 맡은 일이 있다. 장은 짠맛과 감칠맛을 함께 가져오는 뼈대다. 소금 대신 장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설탕은 단맛과 윤기를 주고 짠맛의 모서리를 깎는다. 파와 마늘은 향이다. 파는 풋풋하고, 마늘은 알싸하다. 깨와 참기름은 고소함을 맡는다. 후추는 고기나 생선의 잡내를 덮는데, 정말 '약간'이면 된다.

순서에도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장과 설탕처럼 맛의 바탕이 되는 것을 먼저 섞어 녹이고, 향이 날아가기 쉬운 참기름은 맨 끝에 넣는다. 일본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사·시·스·세·소, 곧 설탕(사토), 소금(시오), 식초(스), 간장(쇼유의 옛 표기 세우유), 된장(미소) 순서로 넣으라는 것이다. 입자가 큰 설탕은 늦게 스미니 먼저 넣고, 향이 날아가는 간장과 된장은 나중에 넣으라는 설명이 붙는다. 한국은 장부터, 일본은 설탕부터라는 점이 재미있다. 다만 둘 다 조리 과학으로 꼼꼼히 검증된 규칙이라기보다는 부엌에서 전해 온 요령에 가깝다. 무침처럼 한 그릇에 다 넣고 섞는 양념이라면 순서보다 비율이 훨씬 중요하다.

일곱 글자를 사전으로 만들기

문제는 비율이다. 장설파마깨후참은 무엇을 넣을지는 알려 주지만 얼마나 넣을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자취를 막 시작한 사람이 레시피를 찾으면 블로그마다 숫자가 다르고, 재료 양이 다르면 다시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흔한 반찬과 요리 열여덟 가지의 양념을 일곱 칸에 맞춰 사전으로 묶어 봤다. 간장 양념 다섯, 고추장 양념 여섯, 된장 양념 둘, 소금·국간장 나물 둘, 새콤한 무침 셋이다. 숫자는 흔한 가정식 레시피들의 범위 안에서 내가 기준을 정했다.

열여덟 개를 한 표에 놓고 보니 규칙이 보였다.

  • 고기 볶음·조림은 설탕이 장의 ¼에서 ½이다. 불고기는 간장 2½에 설탕 1¼, 제육볶음은 장 3(고추장 2, 간장 1)에 설탕 1이다. 참기름은 장의 ⅓ 안팎이다.
  • 나물에는 설탕을 거의 넣지 않는다. 대신 참기름이 장만큼이거나 장보다 많다. 시금치나물은 국간장 ½에 소금 약간, 참기름 1이다. 채소의 단맛을 살리고 고소함으로 감싸는 구조다.
  • 새콤한 양념은 식초가 설탕의 1.5~2배다. 초고추장은 식초 1½에 설탕 1, 무생채와 오이무침은 식초 1에 설탕 ½이다. 그리고 참기름을 줄이거나 뺀다. 기름이 새콤달콤한 맛을 덮기 때문이다.

이 셋만 알아도 처음 보는 반찬의 양념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고기를 볶는다면 장을 정하고 설탕을 그 절반 아래로, 나물이라면 설탕은 빼고 참기름을 넉넉히, 새콤하게 하려면 식초를 설탕의 두 배로 잡으면 된다.

놀이판: 양념 사전

장설파마깨후참 양념 사전 놀이판. 탭이 넷이다. 「양념 사전」은 불고기, 감자조림, 제육볶음, 떡볶이, 시금치나물, 무생채 등 18가지 양념을 장·설·파·마·깨·후·참 일곱 칸에 나눠 큰술·작은술로 보여 주고, 재료 양을 0.5배에서 3배까지 바꾸면 숟가락 수가 따라 바뀐다. 만드는 순서와 요령, 맛의 결을 어림한 그림도 함께 나온다. 「공식표」는 18가지를 한 표에 놓고, 「장을 1로 놓기」를 누르면 장에 대한 비율로 바꿔 보여 준다. 「맛 저울」은 목표 양념을 고르고 간장·고추장·된장·설탕·식초·고춧가루·마늘·파·깨·참기름 숟가락을 움직여 내 양념을 만들면, 목표와 얼마나 닮았는지와 무엇을 더하거나 줄일지 알려 준다. 「두 소스 섞기」는 칠리크랩 페이스트와 토마토 파스타 소스, 고추장과 케첩, 간장과 꿀을 섞는 비율에 따라 맛이 얼마나 고르게 퍼지는지 보여 준다.

쓰는 법은 단순하다. 「양념 사전」에서 만들 요리를 고르고, 재료 양에 맞춰 막대를 옮긴다. 고기 600g이면 ×2다. 큰술은 계량스푼 기준 15mL인데, 집에서 쓰는 밥숟가락은 대개 이보다 작으니 조금 수북하게 뜨면 된다. 처음엔 ⅔만 넣고 맛을 본 뒤 나머지를 넣으면 실패가 적다. 장마다, 특히 된장은 집집마다 짠 정도가 많이 다르다.

「맛 저울」은 사전 없이 감으로 양념을 만들어 보는 연습판이다. 목표를 불고기로 놓고 간장 1, 설탕 1에서 시작하면, 향이 밋밋하고 감칠맛이 얇다며 파와 마늘을 더하라고 한다. 다만 여기 나오는 맛 세기는 재료마다 내가 어림한 값에, 단맛이 신맛을 누르는 것 같은 관계 몇 개만 단순하게 넣은 장난감 모형이다. 진짜 혀를 대신하지 못한다. 마지막 간은 꼭 직접 보시길.

「두 소스 섞기」에는 오늘 저녁의 칠리크랩 파스타를 넣었다. 다섯 가지 맛이 얼마나 고르게 퍼져 있는지를 점수로 매겨 보면, 내 어림값으로는 칠리크랩 페이스트 55 : 토마토 소스 45 근처가 가장 고르다. 반반쯤 섞었던 내 저녁과 거의 같은 자리다. 간장과 꿀은 아무리 섞어도 점수가 낮은데, 단짠은 다섯 맛을 고르게 펴는 맛이 아니라 두 맛을 일부러 세게 세우는 맛이기 때문이다. 고르다는 것이 곧 맛있다는 뜻은 아니다.

균형은 맞추는 게 아니라 맞춰 가는 것

노트의 낱말로 돌아간다. 균형.

오늘 따라가 보니 맛의 균형은 정해진 한 점이 아니었다. 소금 한 꼬집이 쓴맛을 누르면 단맛이 올라오고, 식초를 넣으면 단맛이 물러난다. 고추장의 짠 정도는 집마다 다르고, 같은 감자도 철마다 달다. 그래서 요리하는 사람은 넣고, 맛보고, 다시 넣는다. 처음엔 ⅔만 넣으라는 말은 그 되풀이를 위한 여유다.

장설파마깨후참은 그 되풀이를 덜 헤매게 해 주는 지도다. 무엇을 넣을지는 일곱 글자가, 얼마나 넣을지는 사전이 알려 준다. 나머지 한 끗은 혀가 정한다. 전자 혀가 아무리 좋아져도 그 한 끗은 당분간 사람 몫일 것 같다.

『오늘의 한 페이지』는 아이디어 노트를 아무 데나 펼쳐, 거기 적힌 한 줄에 그날의 생각을 얹는 연재다. 오늘은 낱말 하나가 스물한 번째 글이 됐다. 글을 쓰는 동안 남은 칠리크랩 페이스트는 다 먹었다. 다음에는 토마토 소스 쪽을 조금 더 늘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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