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주는 사람 (5) — 호혜는 퍼진다
호혜는 개인에서 팀으로, 팀에서 사회로 번집니다. 다만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희생입니다. 손해 같은 것이 사실은 가장 현명한 투자인 이유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호혜적 관계는 개인 대 개인에서 시작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희생과 호혜는 다르다
먼저 한 가지 선을 그어야 합니다. 모든 관계가 호혜가 되지는 않습니다. 주기만 하고 돌려받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때는 거리를 두면 됩니다. 무한정 주는 것은 호혜가 아니라 희생이기 때문입니다. 한 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 사다리의 맨 위에도 맨 아래에도 '주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고 합니다. 밑바닥에 처진 쪽은 아무에게나 다 주다 지친 사람들이고, 맨 위에 오른 쪽은 돌려받을 관계에, 자기가 감당할 만큼 준 사람들이었습니다. 내가 줄 수 있는 범위에서,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대에게 주는 것. 그것이 건강한 호혜입니다.

호혜는 번진다
건강한 호혜는 번집니다. 우리 팀이 다른 팀을 돕자, 그 팀도 또 다른 팀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호혜를 경험한 사람은 그 값을 압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사회로 넓어진 호혜도 있습니다. 어느 나눔가게는 '먼저 받아 되살려 다시 나눈다'로 돌아갑니다. 시민이 기부한 물건을 손질해 싸게 팔고, 그 수익을 다시 공익으로 돌립니다. 물건과 사람과 돈이 한 방향으로 순환하는 것입니다. 1972년 큰 홍수 뒤 어느 지역에서는 구호 자금을 그냥 나눠주는 대신, 주민이 스스로 조합을 세우면 돕겠다는 조건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씨앗이 신용조합과 생활협동조합, 의료 협동조합으로 자라, 지금은 그 도시 인구의 십분의 일이 조합원이라고 합니다. 인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말해왔습니다. 선물은 물건을 넘기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주고, 받고, 되갚는 순환이 사회를 지탱하는 셈입니다.
신뢰를 먼저 발행한 동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지역에서는 이십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두루'라는 자기들만의 화폐로 품과 물건을 주고받아 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진 잔고가 없어도 앞으로 갚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마이너스에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신뢰를 내주는 데서 관계가 열린다는 원리를, 마을 하나가 통째로 실천한 셈입니다. 이 화폐에서 시작된 품앗이는 뒷날 마을의 의료 협동조합으로까지 자랐다고 합니다.
한 조직심리학자는 이런 '주는 문화'가 팀 전체의 성과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한 사람의 관대함이 팀의 규범이 되면, 구성원들은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팀은 더 나은 결과를 냅니다. 호혜는 개인의 미덕에서 시작해 조직의 문화로, 다시 사회의 방식으로 굳어갑니다.
오늘부터
호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내가 쉽게 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주는 데서 시작합니다. 지식이든, 아이디어든, 30분이든 말입니다. 받는 사람에게는 그 값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그 작은 호의가 쌓이면,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호혜의 관계가 되어 있습니다.
내일 주변을 둘러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어려워하는 일 중에 내가 쉽게 도울 수 있는 것이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것을 먼저 해주는 것이 시작입니다. 기계가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도, 먼저 손 내밀어 신뢰를 쌓는 일은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돌아오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