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람 (5) — 시대가 변해도 나를 지키는 것
AI가 대체하는 것은 '주어진 몫'이고, 살아남는 것은 그 위에 얹는 부가가치입니다. 시대가 변해도 자기 값을 스스로 올리는 사람의 태도를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왜 굳이 해야 할까요. 시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관의 전망이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일자리가 9,200만 개 사라지고 1억 7,000만 개 생겨, 순증 7,800만 개가 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이건 순증일 뿐, 개인마다 자리 이동과 재교육을 전제로 합니다. 같은 전망에서 지금 일하는 사람의 핵심 역량 중 약 39%가 향후 몇 년 안에 달라진다고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자동화 고위험 직업을 전체의 약 27%로 보는데, 이번엔 단순 반복 노동만이 아니라 프로그래밍·번역 같은 고숙련 인지 업무까지 노출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 컨설팅사는 2030년까지 지금 노동시간의 최대 30%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숫자는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닙니다. 방향을 알려줄 뿐입니다. 대체되는 것은 '주어진 몫'입니다. 정해진 대로 반복하는 일일수록 먼저 자동화됩니다. 반대로 살아남고 값이 오르는 것은, 그 위에 얹는 부가가치 쪽입니다.
| 먼저 대체되는 쪽 (주어진 몫) | 살아남고 값이 오르는 쪽 (부가가치) |
|---|---|
| 정해진 절차의 반복 | 문제를 새로 정의하는 일 |
| 규칙이 분명한 정형 업무 | 사람을 상대하고 설득하는 일 |
| 혼자 완결되는 단순 작업 | 서로 다른 것을 잇는 일 |
세계경제포럼이 가장 필요한 역량 1위로 꼽은 것도 '분석적 사고'였습니다. 정해진 답을 빨리 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세우는 능력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 보겠습니다. 번역이라는 일을 봅시다. 문장을 곧이곧대로 옮기는 부분은 이미 기계가 사람보다 빠르고 싸게 합니다. 그 몫만 하던 번역가는 자리가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문화의 결을 살리고, 원문에 없는 오해의 소지를 짚어 내고, 이 글이 누구에게 어떻게 읽힐지를 설계하는 몫은 여전히 사람의 것입니다. 기계가 '주어진 몫'을 가져갈수록, 그 위에 얹는 부가가치의 값은 오히려 오릅니다.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일의 무게중심이 위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렌즈다
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한 이야기가 여기서 하나로 모입니다. 주어진 몫만 채우는 사람은 자동화가 가장 먼저 대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 위에 무언가를 얹는 사람은, 시대가 바뀌어도 자기 값을 스스로 올립니다. 같은 일을 남다르게 하고, 시키지 않은 일을 벌이고, 두 세계를 잇는 것은 전부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쪽'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도 분명해집니다. 내 일을 잘게 뜯어 보고 물어보면 어떨까요. 이 중 정해진 대로 반복되는 몫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나는 그 위에 무엇을 얹고 있는가. 반복되는 몫은 언젠가 기계에 내줄 각오를 하고, 대신 얹는 쪽을 키우는 것. 그것이 시대의 파도 앞에서 겁먹는 대신 할 수 있는 준비입니다.
부가가치는 대우로도 돌아옵니다. 연봉이든 자리든, 결국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정도'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건 시대가 흔들릴수록 더 강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몰입이라는 보상
여기엔 숫자로 안 잡히는 보상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사람이 가장 깊은 만족을 느끼는 순간을 '몰입'이라 불렀습니다. 도전이 내 능력보다 너무 높으면 불안하고, 너무 낮으면 지루합니다. 둘이 팽팽하게 맞을 때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듭니다. 주어진 몫만 반복하면 대개 지루함 쪽에 머뭅니다. 부가가치를 궁리하는 일은 늘 내 능력보다 반 뼘 높은 도전을 스스로에게 줍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몰입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태도 하나
이 글을 쓰며 유명한 일화 하나를 넣을까 했습니다. 어느 기관을 방문한 대통령이 청소하던 직원에게 무슨 일을 하냐 물으니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이야기지만, 확실한 출처를 찾지 못해 뺐습니다. 사실 이 태도야말로 부가가치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내 일을 어떤 크기로 보느냐. 그리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근거 있는 것처럼 옮기지 않는 것. 자기 일을 크게 보되 정확하게 보는 태도, 그것도 대체하기 어려운 부가가치일 것입니다.
다섯 편에 걸친 이야기는 결국 질문 하나로 줄어듭니다. "나는 지금 주어진 몫을 채우고 있나, 그 위에 무언가를 얹고 있나." 그 질문을 품고 사는 사람은, 시대가 어떻게 바뀌어도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