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달하는 사람 (1) — 아무리 좋은 것도 전달 못 하면 없는 것과 같다
능력과 전달력은 다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가치도 듣는 사람의 언어로 옮기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을 다시 정의해보는 이야기입니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그 가치를 전달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전달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반대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이 따르는 분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대개 능력이 아니라 전달력입니다.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무대 위에서 청중을 사로잡는 장면을 떠올리시겠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보고 한 번, 이메일 한 통, 면접 한 자리에서도 필요한 것. 내가 하는 일의 값을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 그것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세 줄이 된 반년
한 팀원과의 일이 기억납니다. 분기 성과 리뷰를 앞두고 각자 성과를 정리해오라고 했더니, 다음 날 받은 문서에는 세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A 모듈 개발 완료. B 데이터 정리 완료. C 테스트 수행." 시간으로 따지면 수백 시간의 노력이었습니다. "이게 다야?" 하고 물으니 그가 답했습니다. "한 게 이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그 팀원은 분명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한 일이 왜 값진지를 모르니 성과를 성과로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세 줄이 됐습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문제였습니다. 만들어낸 가치가 있어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옮기지 못하면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5기가바이트와 천 곡
전달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유명한 예가 있습니다. 2001년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을 때, 경쟁 제품들은 "5기가바이트 저장 용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애플은 같은 5기가바이트를 다르게 말했습니다. "주머니 속에 든 천 곡." 똑같은 사양인데, 하나는 숫자고 하나는 내 삶의 장면입니다. 듣는 사람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단위로 옮긴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예가 있습니다. 한 송금 서비스는 복잡한 금융 절차를 "문자 보내듯 편한 송금"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인인증서니 보안카드니 하는 말 대신, 누구나 매일 하는 행동에 빗댄 것입니다. 어려운 것을 아는 행동으로 번역하자 진입장벽이 사라졌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설명해야 하는 창업가들도 같은 일을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 숙박 플랫폼이 된 에어비앤비도 처음엔 '남는 방을 중개하는 사이트'라는 밋밋한 설명뿐이었습니다. 초기 투자 설명 자료에서 그들은 이 낯선 서비스를 세 가지 단순한 편익으로 옮겼습니다. 여행자는 돈을 아끼고, 집주인은 돈을 벌고, 둘은 문화를 나눈다. 기능이 아니라 상대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이득으로 번역하자 투자가 따라왔습니다. 파일 동기화라는 개념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한 회사는 아예 완성된 제품 대신 짧은 시연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 영상 안에 목표로 삼은 얼리어답터들이 좋아할 농담과 그들의 언어를 심어두자, 하룻밤 사이 대기 명단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어려운 것을 상대의 언어로 옮기는 순간, 설득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렌즈를 바꾸면
스토리텔링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닙니다. 없는 것을 지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가진 값을 듣는 사람의 언어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질문은 언제나 하나입니다. "이걸 듣는 사람은 무엇을 궁금해하는가."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번역이 왜 그렇게 자주 실패하는지, 그 뿌리에 있는 '전문가의 저주'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