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어떻게 부를까
노트에 적힌 낱말은 '스트라이크' 하나였다. KBO는 2024년부터 1군 모든 투구의 볼·스트라이크를 기계가 판정한다. 카메라가 공을 따라가 좌표를 내고, 타자 키에 비율을 곱해 존을 세우고, 판정을 주심 이어폰에 소리로 넣는 과정을 숫자와 함께 풀었다. 같은 일을 MLB는 왜 '챌린지'라는 다른 방식으로 들였는지, 체크스윙·폴대 타구·세이프 아웃처럼 다음 차례가 될 판정은 무엇이고 무엇이 어려운지, 테니스·축구·크리켓·체조·F1에서 기계 판정이 어디까지 왔는지도 정리했다. 키를 바꿔 가며 존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공을 놓아 보는 도구를 붙였다. 오늘의 한 페이지 열여덟 번째 글.

오늘 아이디어 노트를 펼쳤더니 낱말 하나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스트라이크.
문장도 아니고 마침표 하나 찍힌 낱말이다. 왜 적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야구를 보는 사람이라면 이 낱말에 붙은 감정이 꽤 크다는 걸 안다. 9회 말 풀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공 하나. 주심이 손을 올리면 경기가 끝나고, 안 올리면 주자가 한 명 더 나간다. 같은 공을 두고 한쪽 더그아웃은 환호하고 다른 쪽은 모자를 집어 던진다. 스트라이크존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자인데, 그 상자의 모서리 몇 센티미터가 승패를 가른다.
그 상자를 이제 기계가 그린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상자
야구 규칙이 정한 스트라이크존은 생각보다 사람 몸에 묶여 있다. 위쪽은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의 중간, 아래쪽은 무릎 아랫부분이다. 좌우는 홈플레이트 폭, 43.18cm(17인치)다. 타자가 공을 치려고 자세를 잡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타자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키 165cm 타자와 195cm 타자의 무릎 높이는 다르다. 웅크리고 치는 타자와 꼿꼿이 서서 치는 타자도 다르다. 주심은 공이 시속 140km 넘게 날아오는 0.4초 남짓 동안, 그날 처음 보는 타자의 자세까지 머릿속에 넣고 상자를 그려야 했다. 그리고 그 상자는 규칙상 평면이 아니라 홈플레이트 위에 선 입체다. 공이 그 입체의 어느 부분이라도 스치면 스트라이크다.
사람이 그 일을 얼마나 잘했을까. KBO 쪽 추정으로는 2023년 주심 판정의 정확도가 약 91.3%였다(OSEN). 열 번에 한 번꼴로 틀린다는 말이 가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람 눈으로는 대단한 숫자다. 다만 타자가 치지 않아 주심이 판정해야 하는 공이 한 경기에 150개쯤 되니, 매 경기 열 개 넘는 공이 '다른 쪽'으로 불린다는 뜻이기도 했다.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KBO는 모든 공을 기계가 본다
흔히 KBO가 AI 판정을 '부분적으로' 들였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반대다. KBO는 2024년 시즌부터 1군 모든 경기, 모든 투구의 볼·스트라이크를 기계가 판정한다. 공식 이름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2020년부터 네 시즌, 약 300경기를 시험한 뒤였다(노컷뉴스). 2024년 1월 이사회에서 확정했고, 3월 23일 개막전부터 적용했다(서울신문). 독립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먼저 시험한 곳은 있었지만, 한 나라의 최상위 리그가 1군 전 경기를 기계 판정으로 바꾼 건 KBO가 처음이다. 부분 도입은 오히려 메이저리그 쪽인데,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겠다.
동작은 세 단계로 나눠 보면 쉽다.
하나, 공을 따라간다. 구장에 설치한 카메라가 투수 손을 떠난 공을 계속 찍고, 여러 각도의 영상을 합쳐 공이 3차원 공간 어디를 지나는지 좌표로 낸다. 운영은 스포츠투아이가 맡고, 이 투구 추적 시스템을 PTS라고 부른다(뉴스서울, KBO 보도자료). 흔히 'AI 심판'이라고 부르지만, 판정의 핵심은 사람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측정이다. 공이 어디를 지났는지 재고, 그 점이 상자 안에 있는지 따진다. 눈 대신 자를 쓰는 셈이다.
둘, 상자를 세운다. 이게 이 시스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기계는 타자의 자세를 보지 않는다. 자세를 기준으로 삼으면 일부러 웅크려 존을 줄이는 타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키를 쓴다. 맨발로 잰 키에 스파이크 평균 높이를 더한 값에 비율을 곱한다(OSEN). 2024년에는 위쪽이 키의 56.35%, 아래쪽이 27.64%였다. 2025년부터는 존 크기는 그대로 두고 전체를 0.6%포인트씩 내려 위 55.75%, 아래 27.04%가 됐다. 키 180cm 타자라면 1cm쯤 내려간 것이고, KBO는 이 조정으로 판정이 바뀌는 공이 전체의 약 1.2%라고 밝혔다(OSEN). 좌우 폭은 플레이트 43.18cm에 양쪽 2cm씩 더한 47.18cm다.
이렇게 정하면 키가 존을 그대로 끌고 다닌다.

165cm 타자와 195cm 타자의 존은 윗선이 17cm 가까이 차이 난다. 존 높이도 8.6cm 다르다. 야구공 지름이 7.3cm 남짓이니, 공 하나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사람 주심이 감으로 하던 '키 큰 타자는 존을 높게' 같은 보정을 기계는 숫자 하나로 한다. 그림에서 존이 선 사람의 허리께에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비율은 선 키에 곱하지만, 실제로는 타자가 무릎을 굽히고 서니 그 자세의 몸에 맞도록 낮게 잡은 것이다.
판정에는 면이 두 장 쓰인다. 홈플레이트를 옆에서 보면 앞에서 뒤까지 깊이가 43.18cm다. KBO는 공이 플레이트 한가운데(중간면)와 맨 뒤쪽(끝면) 두 곳에서 모두 높이 기준을 지켜야 스트라이크로 본다. 공은 떨어지면서 들어오니, 존 아래 경계 근처에서는 끝면이 더 까다롭다. 중간면에서는 무릎 높이였던 커브가 끝면에서 존 아래로 빠지면 볼이다. 규칙이 말한 '입체 상자'를 면 두 장으로 근사한 셈이다.
셋, 사람에게 말해 준다. 판정이 나오면 그 결과를 음성으로 바꿔 주심이 귀에 낀 이어폰으로 보낸다. 주심은 들은 대로 콜만 한다(노컷뉴스). 판정은 기계가 하지만, 손을 올리고 소리를 지르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정확도는 꽤 높다. 2024년 시범경기 동안 공 추적 성공률이 99.9%였고, KBO가 그해 4월 아홉 개 구장에서 피칭머신으로 공을 던지고 폼보드로 실제 통과 위치를 찍어 비교했더니 평균 오차가 좌우 4.5mm, 상하 4.4mm였다(뉴스서울). 공 지름의 16분의 1쯤이다.
아래 도구에서 직접 해 볼 수 있다. 키를 바꾸면 존이 움직이고, 화면을 누르면 그 자리로 공이 지나간다. 직구와 커브는 떨어지는 각도가 달라서 끝면 위치(점선 원)가 다르다. '내가 주심'을 누르면 존 경계 근처로만 공이 오는데, 맞히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기계가 들어오자 실제로 판정이 달라졌다. 연세대·한양대 연구진이 2024년 전반기 투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존 안으로 들어온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로 불린 비율이 57.28%에서 79.77%로 올랐다. 존 밖 공을 스트라이크로 부른 비율은 10.49%에서 0.58%로 떨어졌다. 존 안으로 들어온 커브는 46%에서 85%가 스트라이크가 됐다(arXiv 2407.15779). 사람 주심은 높은 공과 크게 떨어지는 커브에 박했다는 얘기다. 사람 눈에는 그 공들이 존에 들어왔다가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시끄러웠다. 2024년 4월 류현진은 ABS 존이 들쭉날쭉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말했고, KBO는 해당 타석의 추적 데이터를 공개해 반박했다(경향신문). 며칠 뒤 황재균은 포수가 놓친 공이 스트라이크로 불리자 헬멧을 던져 퇴장당했다(경향신문). 사람 눈에는 포수가 못 잡을 만큼 빠진 공이 볼로 보이지만, 기계는 공이 존을 지났는지만 본다.
가장 큰 사건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 쪽에서 났다. 2024년 4월 14일 대구 경기에서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주심이 볼로 선언했다. 이어폰 판정을 제대로 못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바로잡는 대신 "음성은 볼이었다고 하라"는 심판 조장의 말이 중계 마이크에 잡혔다. 그 조장은 계약 해지, 다른 두 심판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KBO는 더그아웃에도 판정 음성 수신기를 두었다(OSEN). 이제 기계의 판정은 감독도 실시간으로 듣는다.
그래도 팬들은 대체로 반겼다. KBO가 2025년 1월 발표한 8,000명 조사에서 ABS가 리그 운영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88.7%였다(뉴스서울). 존이 넓다 좁다 하는 불만은 남았지만, 적어도 '오늘 주심이 누구냐'에 따라 존이 바뀐다는 불만은 거의 사라졌다.
메이저리그는 왜 '챌린지'를 골랐나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시험했지만 더 늦게, 그리고 다르게 들였다. 첫 실전은 2019년 7월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 올스타전이었다. 레이더 장비 트랙맨이 판정을 내면, 주심이 주머니 속 아이폰에 연결된 이어폰으로 듣고 선언했다(ESPN·AP). 지금 KBO와 거의 같은 구조다.
그 뒤 마이너리그에서 몇 해를 시험하면서 MLB는 두 방식을 나란히 놓고 비교했다. 모든 공을 기계가 판정하는 '풀 ABS'와, 사람이 판정하되 이의가 있으면 기계에 물어보는 '챌린지'다. 트리플A에서는 요일을 나눠 두 방식을 번갈아 썼다. 2024년 설문에서 챌린지를 고른 사람은 구단 관계자 61%, 팬 47%였고, 풀 ABS를 고른 쪽은 각각 11%와 23%였다(KSL·AP). 그해 6월부터 트리플A는 챌린지만 썼다.
그리고 2025년 9월, MLB는 2026년 정규시즌부터 챌린지 방식을 쓰기로 했다(CBS Sports). 규칙은 이렇다.
- 팀마다 경기 시작 때 챌린지 두 번. 맞으면 횟수가 줄지 않는다.
-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투수, 포수, 타자뿐이다. 감독도 더그아웃도 끼어들 수 없고, 판정 직후 곧바로 해야 한다.
- 신호는 모자나 헬멧을 톡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면 전광판과 중계 화면에 공의 궤적과 존이 뜬다.
판정은 소니 계열 호크아이의 카메라 12대가 한다. 존 정의도 KBO와 조금 다르다. 위쪽은 키의 53.5%, 아래쪽은 27%이고, 판정은 플레이트 한가운데 면 한 장으로만 한다. 대신 공이 존에 조금이라도 걸치면 스트라이크다. 키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 신발을 벗기고 직접 잰다. 그렇게 쟀더니 2026년 개막 로스터 타자 430명 중 225명이 구단에 등록된 키보다 1인치(2.54cm) 이상 작았다고 한다(Wikipedia). 프로필상의 키에는 늘 바람이 조금 들어 있었던 셈이다.
첫 시즌이 막 끝났다. MLB의 공식 결산 발표는 아직 못 찾았지만, MLB 데이터 사이트 Baseball Savant 집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정규시즌 동안 챌린지가 1만 557번 나왔고 그중 54%인 5,686번 판정이 뒤집혔다. 경기당 4.35번이고, 한 번 확인하는 데 15초쯤 걸렸다. 포수의 성공률이 59%로 가장 높았고 타자 49%, 투수 40% 순이었다(Yahoo Sports). 공을 가장 가까이서 받는 사람의 눈이 가장 정확했다. 9월 30일 와일드카드 경기는 챌린지로 판정이 뒤집히며 끝났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MLB가 모든 공을 기계에 맡기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선수들이 풀 ABS보다 챌린지를 강하게 원했다고 밝혔다. 포수들 걱정이 가장 컸다. 존 경계에 걸친 공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받는 '프레이밍'은 지난 10여 년 동안 포수의 연봉을 좌우한 기술이었다. 모든 공을 기계가 보면 그 기술은 값이 0이 된다. 챌린지 방식이면 사람 주심이 여전히 첫 판정을 하니, 프레이밍은 남는다. 맨프레드도 챌린지가 프레이밍의 가치 하락을 "극적으로 줄인다"고 했다(AOL·AP).
재미있는 부작용도 보였다. 챌린지를 의식한 주심들이 애매한 공에 손을 덜 올리면서, 존 상단 바로 위로 들어온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불린 비율이 2025년 54.3%에서 2026년 40.8%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블로그 분석이라 참고만). 투수들은 존이 좁아졌다고 불평했다(SI). 기계가 판정을 다 하지 않아도, 기계가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 사람의 판정이 바뀐 것이다.
다른 리그도 움직인다. 대만 CPBL은 2026년 올스타전에서 첫 챌린지를 운영했고 2027년 1군 도입을 목표로 한다(현지 보도 기준). 멕시코리그는 2026년 5월부터 KBO처럼 모든 공을 자동 판정한다. 일본 NPB는 아직 검토 중이다. 2026년 WBC에서는 쓰지 않았는데,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준결승이 논란의 삼진 판정으로 끝나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정규시즌에 쓸 거면 왜 WBC에서는 안 쓰냐고 물었다(TSN).
| 리그 | 방식 | 시작 | 존 높이 기준 |
|---|---|---|---|
| KBO | 모든 공 자동 판정, 주심은 이어폰으로 듣고 콜 | 2024 | 키의 27.04~55.75% (2025~), 면 두 장 |
| MLB | 사람이 판정, 팀당 2회 챌린지 | 2026 | 키의 27~53.5%, 면 한 장 |
| 멕시코리그 | 모든 공 자동 판정 | 2026년 5월 | — |
| 대만 CPBL | 챌린지 시험 | 2026 올스타전 (1군 2027 목표) | — |
| 일본 NPB | 검토 중 | — | — |
스트라이크 말고, 다음은 무엇일까
존 판정이 정리되자 야구팬들의 눈은 다른 판정으로 옮겨 갔다. 스트라이크존 말고도 경기를 뒤집는 판정은 많다. 무엇이 다음 차례이고, 무엇이 끝까지 사람 몫으로 남을까. 내 생각에는 판정을 세 종류로 나눠 보면 답이 보인다. 재기만 하면 되는 판정, 순간을 잡아야 하는 판정, 뜻을 읽어야 하는 판정이다.
재기만 하면 되는 판정은 이미 기계가 하고 있거나 곧 한다. 스트라이크존이 그렇고, 피치클락도 그렇다. MLB는 2023년 피치클락을 들여 9이닝 평균 경기 시간을 24분 줄였다(NBC New York). KBO도 2025년 정식 도입했고, 올해는 투구 간격을 주자 없을 때 18초, 있을 때 23초로 2초씩 줄였다. 시간은 시계가 재고, 사람은 위반을 선언만 한다.
체크스윙도 이 범주로 들어오고 있다. 타자가 방망이를 내다 멈췄을 때 스윙인지 아닌지는 오랫동안 1루심이나 3루심의 감이었다. KBO는 2025년 8월 19일부터 1군에 체크스윙 비디오 판독을 들였다. 기준은 배트 끝이 타자석 기준으로 90도를 넘었는지다. 팀마다 따로 두 번 신청할 수 있고, 9월 중순까지 86번 신청에 32.6%가 뒤집혔다(서울신문). MLB는 마이너리그에서 호크아이로 배트 각도를 자동으로 재는 시험을 하고 있다. 배트 헤드와 손잡이를 잇는 선이 45도를 넘으면 스윙이고, 2026년 5월부터는 트리플A에서 챌린지 대상이 됐다(WTOP·AP). 두 리그의 숫자가 90도와 45도로 다른 건 각도를 재는 기준선이 달라서다. 숫자만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
폴대 근처 홈런과 파울도 재기만 하면 되는 판정이다. 그런데 의외로 아직 사람이 영상을 보고 정한다. 지난 8월 볼티모어와 양키스 경기에서 피트 알론소의 타구가 폴대 근처를 지났는데, 리플레이센터는 페어 지역으로 나갔다고 확정할 수 없다며 파울을 유지했다. 볼티모어 감독은 더그아웃 태블릿에 이미 뜨는 공 추적 데이터를 판독에 쓰라고 했고, 알론소는 폴대에 카메라나 레이저를 달자고 했다(theScore). 높이 뜬 공은 투구 추적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고, 구장마다 폴대 구조가 다르다. 기술보다는 비용과 설치의 문제다.
순간을 잡아야 하는 판정은 어렵다. 1루 접전에서 발이 베이스에 먼저 닿았는지, 공이 글러브에 먼저 들어갔는지. 태그가 주자의 손보다 먼저였는지. 몸에 맞는 공이 유니폼을 스쳤는지. 이런 판정은 모두 비디오 판독으로 사람이 정하고, 기계가 스스로 판정한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MLB 구장의 호크아이는 선수 몸의 여러 관절을 초당 30번 추적하지만(Sony), 초당 30번이면 프레임 사이가 33밀리초다. 메이저리그 평균 주력인 초속 8.2m로 달리는 주자는 그 사이에 27cm를 간다. 1루 접전의 승부는 대개 그보다 훨씬 작은 차이로 갈린다. 게다가 접촉하는 순간의 손과 발은 슬라이딩하는 몸, 수비수의 글러브, 흙먼지에 가려진다. 카메라를 늘리고 프레임을 높이면 언젠가는 풀리겠지만, 공 하나를 따라가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렵다.
이 범주의 오심이 야구 역사에 가장 아프게 남아 있다. 2010년 6월 2일 디트로이트의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퍼펙트게임까지 아웃 하나를 남겨 두고 있었다. 27번째 타자의 땅볼은 누가 봐도 아웃이었는데, 1루심 짐 조이스가 세이프를 선언했다. 조이스는 경기 뒤 영상을 보고 오심을 인정하며 울먹였고, 다음 날 갈라라가는 그에게 라인업 카드를 직접 건넸다. 커미셔너는 판정을 뒤집지 않았다(ESPN). 당시 MLB의 비디오 판독은 홈런 여부에만 쓰였다. 판독이 지금처럼 넓어진 건 2014년이다.
뜻을 읽어야 하는 판정은 오래 사람 몫으로 남을 것 같다. 보크는 투수가 주자를 속이려는 동작을 했는지를 본다. 수비 방해와 주루 방해는 고의였는지, 피할 수 있었는지를 따진다. 빈볼 시비에서 퇴장을 줄지 말지는 그 경기의 흐름까지 읽어야 한다. 몸의 움직임은 기계가 사람보다 정확하게 잴 수 있지만, 그 움직임에 어떤 뜻이 실렸는지는 규칙이 애초에 사람의 판단에 맡겨 둔 영역이다. 이 부분까지 기계가 하려면 기계가 더 정확해지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규칙을 '잴 수 있는 말'로 다시 써야 한다.
다른 경기장에서는
야구가 가장 빨랐던 것도 아니다. 다른 종목들은 저마다 사정에 맞춰 기계를 들였다.

테니스는 야구와 가장 닮은 길을 걸었다. 2006년 US오픈에서 호크아이 챌린지가 그랜드슬램에 처음 들어왔다. 선수가 선심 판정에 이의를 걸면 카메라가 재구성한 공 자국을 화면에 띄우는 방식으로, 지금 MLB 챌린지와 같다. 2020년 US오픈은 코로나로 인력을 줄여야 하자 17개 코트 중 15개에서 선심을 아예 빼고 호크아이 라이브에 맡겼다(CNBC). 챌린지에서 풀 자동으로 건너간 것이다. 2025년에는 윔블던이 147년 만에 18개 코트 전부에서 선심을 없앴고, ATP 투어도 클레이 대회까지 전자 라인 판정으로 바꿨다(Al Jazeera).
그 첫해 윔블던에서 사고가 났다. 4회전 경기에서 명백히 나간 공이 콜되지 않아 포인트를 다시 했는데, 알고 보니 한쪽 코트의 시스템이 한 게임 내내 실수로 꺼져 있었다. 클럽은 사과했고, 손해를 본 선수는 "게임을 도둑맞았다"고 했다(Flashscore). 기계는 틀리지 않아도, 꺼질 수는 있다. 그리고 꺼진 기계는 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롤랑가로스는 지금도 사람 선심을 쓴다. 클레이 코트에는 공 자국이 남으니, 사람이 가서 보면 된다.
축구의 계기는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잉글랜드-독일전이었다. 잉글랜드가 1-2로 뒤지던 때 프랭크 램파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지만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경기는 독일의 4-1 승리로 끝났고, 기술 도입에 반대하던 FIFA 회장 제프 블라터가 입장을 바꿨다(SI). 2014 브라질 월드컵에 골라인 판독이 들어왔다.
오프사이드는 더 어렵다. 패스가 나가는 순간 공격수의 몸 어느 부분이 수비수보다 앞에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반자동 오프사이드는 경기장 지붕 아래 카메라 12대로 선수마다 몸의 29개 점을 초당 50번 잡았다. 공 안에는 초당 500번 측정하는 센서를 넣어 패스가 나간 순간을 짚었다(FIFA). 야구 세이프·아웃의 어려움, 즉 '순간'을 공 속 센서로 푼 셈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명백한 오프사이드를 비디오 판독실을 거치지 않고 부심에게 바로 알렸다(FIF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2025년 4월부터 반자동 오프사이드를 쓴다.
크리켓의 DRS는 2008년 시범으로 시작했다. 공 궤적을 따라가 공이 타자 다리에 막히지 않았다면 위켓을 맞혔을지 예측하고, 방망이 근처 마이크 소리를 영상과 맞춰 공이 방망이 가장자리를 스쳤는지 가린다(ESPNcricinfo).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해서 판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종목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체조는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라 사정이 다르다. 후지쯔와 국제체조연맹은 2017년부터 심판 지원 시스템을 만들었고, 2023년 세계선수권부터 10개 종목 전부에 썼다. 카메라 영상에서 AI가 선수의 골격을 읽어 몸의 각도와 회전을 재고, 심판이 그걸 참고하거나 이의 제기 때 확인한다(MIT Technology Review). 점수는 여전히 사람이 준다. 피겨스케이팅도 비슷한 시험을 하고 있지만,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서는 방송용으로만 썼다.
그 밖에도 많다.
| 종목 | 기계가 하는 일 | 시작 |
|---|---|---|
| 펜싱 | 칼끝이 닿으면 전기 회로로 득점 표시 | 1936 (에페) |
| 수영 | 터치패드가 도착 시각 기록 | 1960년대~ |
| 태권도 | 전자호구가 타격 세기로 득점 판정 | 2012 런던올림픽 |
| 배구 | 라인·네트 비디오 챌린지 | 2016 리우올림픽 |
| 농구(NBA) | 리플레이센터 판독, 2023~24시즌부터 골격 추적 | 2014 |
| 미식축구(NFL) | 카메라 6대로 퍼스트다운 거리 측정, 체인 측정 대체 | 2025 |
| F1 | 트랙 이탈 후보 화면을 AI가 먼저 거름 | 2023 시범 |
| 육상 | 포토피니시 초당 4만 장 | 2024 파리올림픽 |
F1 이야기는 기억해 둘 만하다. 2023년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에서 트랙 이탈 위반 후보가 약 1,200건 나왔는데, 이걸 네 사람이 봐야 했다. 그래서 FIA는 컴퓨터 비전으로 명백한 경우를 먼저 거르기 시작했다. 담당자는 이것을 "암 검진처럼 명백한 80%를 기계가 거르고 사람은 나머지 20%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ESPN).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봐야 할 것을 줄여 준다.
수영에는 기계 판정이 사람 눈과 어긋난 유명한 장면이 있다. 2008년 베이징 남자 접영 100m에서 마이클 펠프스가 밀로라드 차비치를 0.01초 차로 이겼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차비치의 손이 먼저 닿은 것 같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터치패드는 일정한 힘으로 눌러야 작동한다. 펠프스는 마지막에 팔을 한 번 더 저어 패드를 세게 쳤고, 차비치는 미끄러지듯 손을 댔다(SwimSwam). 기계는 '닿음'을 '눌림'으로 정의했고, 경기는 그 정의로 끝났다. 기계 판정이 공정하다는 건 기계가 진실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정의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모든 판정을
먼 미래에는 거의 모든 판정을 기계가 내리게 될까. 나는 '재는 판정'은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 체크스윙, 폴대 타구, 언젠가는 1루 접전까지. 카메라는 늘고, 프레임은 빨라지고, 값은 내려간다. 테니스가 챌린지에서 풀 자동으로 건너가는 데 14년이 걸렸다. MLB도 언젠가 KBO처럼 모든 공을 기계에 맡길지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는 남을 것 같다. 하나는 뜻을 읽는 판정이다. 보크나 방해, 퇴장처럼 규칙이 일부러 사람의 판단에 맡겨 둔 영역은 기계가 정확해진다고 저절로 넘어가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판정을 '선언하는' 사람이다. KBO는 모든 공을 기계가 보는데도 주심을 홈플레이트 뒤에 세워 두었다. 이어폰으로 들은 판정을 손짓과 목소리로 경기장에 전한다. MLB는 아예 사람이 먼저 판정하게 두고 기계는 물어볼 때만 답하게 했다. 테니스에서 선수와 팬이 챌린지를 좋아했던 이유도, 화면에 공 자국이 뜨는 그 몇 초를 경기장 전체가 함께 기다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원한 건 완벽한 판정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납득할 수 있는 판정이었다. 오심이 견디기 어려웠던 건 틀려서라기보다, 틀렸다는 걸 모두가 아는데 아무도 고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은 지금도 기록에 없다. 기계는 그 '고칠 수 없음'을 없애 준다. 그 점에서는 사람 심판에게도 기계가 구원일 수 있다. 짐 조이스가 2010년에 챌린지 버튼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는 평생 그 공을 떠올리며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노트의 낱말로 돌아가 본다. 스트라이크(strike)는 원래 '치다'라는 말이다. 초창기 야구에서 타자는 좋은 공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있었고, 그래서 치기 좋은 공을 보내고도 치지 않은 타자에게 심판이 "쳐라"는 뜻으로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는 처음부터 공의 위치가 아니라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제 공의 위치는 기계가 잰다. 그래도 그 말을 경기장에 외치는 일은 아직 사람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