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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계하는 사람과 먼저 받으면 갚으려는 상호성을 담은 표지
연재회사 이야기 · 17회

먼저 주는 사람 (1) — 사람은 왜 먼저 경계하는가

관계는 결국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모르는 상대를 먼저 경계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벽을 넘는 첫 열쇠, 상호성의 과학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SYSOP · 조회 3

전달하는 법에 이어, 이번에는 관계를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치를 잘 전달해도 그것만으로 관계가 되지는 않습니다.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고, 좋은 관계는 서로가 이득을 얻는 관계입니다. 서로 호(互), 혜택 혜(惠). 호혜입니다.

사람은 먼저 경계한다

우리가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고향이라는 것만으로 상대를 조금 더 믿게 됩니다. 그 안에서는 배신하면 평판이 상하니 함부로 관계를 깨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은 그런 담보가 없습니다. 새 팀원, 새 거래처, 처음 간 모임, 새로 이사한 동네의 이웃. 아무 연결 고리 없는 사람과 관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람이 모르는 상대를 경계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좀 주세요" 하면 "이득만 챙기려는 거겠지" 하는 눈빛이 돌아옵니다. 협업을 제안하면 "뭘 노리는 거 아닌가" 하는 경계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경계심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경계의 벽 앞에서 내가 먼저 주면 벽이 내려가고 관계가 시작되는 그림

받으면 갚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벽에는 오래된 틈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무언가를 먼저 받으면 갚고 싶어집니다.

1971년의 한 실험이 있습니다. 한 참가자가 실험 중 잠깐 나갔다가 콜라를 두 개 사 와서 하나를 건넸습니다. 나중에 그가 복권을 사달라고 부탁하자, 콜라를 받았던 사람은 받지 않은 사람보다 복권을 약 두 배 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사람을 좋아했는지 여부와 상관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호감이 아니라 '받았으니 갚아야 한다'는 상호성이 작동한 것입니다. 식당에서 계산서에 사탕 하나를 얹어주면 팁이 15%에서 18%로 오른다는 실험도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가 사람의 행동을 바꿉니다.

콜라를 먼저 받은 사람의 복권 구매 2배, 사탕을 얹으면 팁 15%에서 18%로 오르는 상호성 그림

이 상호성을 아예 삶의 원칙으로 삼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을 잇는 일로 이름난 어느 미국의 저술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트워킹의 진짜 화폐는 탐욕이 아니라 관대함이라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받아내려 하기 전에 먼저 주고, 누가 얼마를 줬는지 점수를 매기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 원칙 하나로 수많은 사람과 이어졌고,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손 내밀 사람이 늘 곁에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는 정교한 계산이 아니라, 먼저 내미는 손이었던 셈입니다.

사실 이 상호성은 어느 한 사람의 전략이 아니라 인류가 오래 공유해온 규범입니다. 낯선 사이에 명함을 먼저 건네고, 이웃끼리 품을 앗아 갚고, 받은 선물을 잊지 않고 되갚는 관습이 문화를 가리지 않고 존재합니다. 먼저 주는 것은 그래서 유별난 처세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 이미 깔려 있는 길을 먼저 밟는 일입니다.

경계심과 상호성. 이 두 가지가 모든 관계의 출발선에 함께 서 있습니다. 상대는 먼저 경계하지만, 먼저 받으면 갚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내가 먼저 준다.

다음 글에서는 그 '먼저 주기'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값진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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