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람 (1) — 주어진 몫만 채우면 대체된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법에 이어, 이번에는 일을 대하는 렌즈 하나를 바꿔보려 합니다. 부가가치라는 렌즈입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근로계약서에 제가 할 일이 적혀 있습니다. 가게를 열면 제가 파는 물건과 서비스가 정해져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 시험 범위와 과제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주어진 몫'이 있습니다. 그 몫을 채우면 저는 값을 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딱 그만큼이라면, 저는 저 말고도 얼마든지 있는 사람이 됩니다. 더 젊고 더 싼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는 그 주어진 몫 위에 제가 더 얹는 것입니다.

부가가치라는 말의 뿌리
부가가치(value added)는 원래 경제학 용어입니다. 빵 한 덩이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농부가 밀을 기르고, 제분소가 밀을 밀가루로 빻고, 제빵사가 밀가루를 빵으로 굽습니다. 각 단계는 앞에서 받은 재료에 무언가를 보탭니다. 그 '새로 보탠 값'이 부가가치입니다. 빵 값은 결국 각 단계가 더한 부가가치의 합이고, 나라의 GDP도 이 부가가치를 전부 더해 구합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옮겨 보면 이렇게 됩니다. 저는 회사에서 받은 재료, 곧 자리와 도구와 시간에 무엇을 얼마나 보태고 있을까요. 그 보탠 값이 제 부가가치입니다.
흔히 부가가치를 대단한 발명이나 천재적 재능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남들이 그냥 지나친 자리에서 반 걸음 더 들어가는 것, 그것이 대부분의 부가가치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넘겨도 표 하나를 더 붙여 정리해 주는 사람, 같은 보고를 하면서 '그래서 다음엔 이렇게 하자'까지 얹는 사람. 처음엔 티가 잘 안 납니다. 하지만 이 작은 얹기가 쌓이면 어느새 '저 사람에게 맡기면 뭔가 더 나온다'는 평판이 됩니다. 부가가치는 재능의 문제라기보다 습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주어진 몫과 그 위
| 영역 | 주어진 몫 (가치) | 그 위에 얹는 것 (부가가치) |
|---|---|---|
| 근로 | 계약된 업무 | 시키지 않은 개선·성과·연결 |
| 사업 | 파는 상품·서비스 | 경험·브랜드·부가 서비스 |
| 공부 | 시험·과제 범위 | 응용·연결·자기 결과물 |
주어진 몫만 채우는 사람과, 그 위에 무언가를 얹는 사람. 둘의 하루는 비슷해 보여도 한 해가 지나면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왜 이 렌즈가 중요한가
대체 가능성 때문입니다.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열 명이면 제 값은 낮아지고, 한두 명이면 높아집니다. 노동경제학에는 희소한 기술일수록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오래된 관찰이 있습니다. 그 원인이 순전히 수요와 공급인지, 제도와 교섭력이 더 큰지는 지금도 논쟁 중이라 단정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주어진 몫에만 머물면 저는 흔한 사람이고, 그 위에 부가가치를 얹을수록 드문 사람이 됩니다.
확장 대신 밀도
대전의 성심당은 동네 빵집이었습니다. 빵을 굽고 파는 것이 주어진 몫입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빵집이나 같습니다. 성심당이 얹은 것은 '확장하지 않는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전국에 매장을 내는 대신 대전에서만 파는 빵으로 남았고, 사람들은 그 빵을 먹으러 대전까지 갔습니다. 빵집이 도시를 여행할 이유가 된 것입니다. 2025년 이 빵집의 매출은 2,600억 원을 넘었습니다. 빵의 품질만이 아니라, 빵 위에 얹은 '여기서만'이라는 부가가치가 만든 숫자일 것입니다.
부산의 삼진어묵도 비슷했습니다. 어묵은 오랫동안 값싼 서민 반찬이었습니다. 파는 것이 어묵이라는 점은 다른 가게와 같았습니다. 이곳이 얹은 것은 '경험'이었습니다. 갓 튀긴 어묵을 빵집처럼 진열해 골라 담게 하는 '어묵 베이커리'를 만든 것입니다. 반찬을 사는 일이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가 되자, 매장을 낸 뒤 매출은 몇 해 사이 80억 원대에서 1천억 원대로 뛰었습니다. 같은 어묵인데, 그 위에 얹은 경험이 값을 바꾼 셈입니다.
부가가치라는 렌즈로 보면 같은 일도 다르게 보입니다. "나는 지금 주어진 몫을 채우고 있나, 그 위에 무언가를 얹고 있나." 이 질문 하나가 출발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가장 가까운 부가가치부터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 전에, 지금 하는 그 일을 남보다 잘하는 것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