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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지 않은 일에서 태어난 부가가치를 나타낸 표지
연재회사 이야기 · 9회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람 (3) — 시키지 않은 일이 만든 것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서 부가가치가 태어납니다. 실패한 접착제가 포스트잇이 되고, 남는 시간의 장난이 커리어를 바꾼 이야기들입니다.

· SYSOP · 조회 1

주어진 몫을 잘하는 것 다음은, 주어진 몫 바깥입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서 나오는 부가가치입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부터 하나 바로잡고 시작하겠습니다. 흔히 구글의 지메일이 직원의 자유시간에서 태어난 대표작으로 인용되곤 합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개발자 본인이 "처음부터 공식 업무였다"고 밝혔습니다. 진짜 자유시간의 산물은 따로 있습니다. 구글 뉴스입니다. 한 연구원이 9·11 직후 여러 매체의 관점을 한눈에 비교하고 싶다는 개인적 필요에서 뉴스 묶음 도구를 만들었고, 그것이 전 세계 뉴스 서비스의 표준이 됐습니다. 시키지 않았지만 자신이 겪는 불편을 도구로 만든 것입니다.

실패한 접착제가 세계를 붙이다

3M의 한 연구원은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 정반대로 '잘 붙지만 쉽게 떼어지는' 접착제를 얻었습니다. 5년간 쓸데가 없었습니다. 다른 연구원이 찬송가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문제에 이 접착제를 떠올렸고, 회사의 자유시간 제도를 이용해 떼었다 붙이는 메모지를 만들었습니다. 포스트잇입니다. '실패한 접착제'라 불린 것도 다른 문제와 이어 붙이니 세계적 히트가 됐습니다.

잘 떼어지는 실패한 접착제가 다른 문제와 연결되어 포스트잇이 되는 흐름도

닌텐도의 한 정비공은 화투 만드는 기계를 고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는 시간에 재미로 장난감을 하나 만들었는데, 공장을 방문한 사장이 그걸 보고 상품화를 지시했습니다. 백만 개 넘게 팔렸고, 그는 정비직에서 제품개발직으로 옮겨 훗날 게임보이를 만듭니다. 정비라는 주어진 몫 위에 '남는 시간의 장난'을 얹은 것이 커리어를 바꾼 셈입니다.

시험 범위 바깥

이 원리는 공부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어느 고등학생은 시험 공부와 별개로, 매일 타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궁금해서 공공 데이터를 실시간 버스 앱으로 만들었습니다. 커리큘럼 어디에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앱은 수십만이 내려받았고, 뒷날 대기업에 인수됐으며, 그에게는 어떤 시험 점수보다 강한 이력이 되었습니다. 시험 범위가 주어진 몫이라면, 그가 얹은 것은 '내 불편을 직접 푼 결과물'이었습니다.

또 다른 중학생은 좋아하던 리듬 게임을 직접 만들어 앱으로 올렸습니다. 오픈 채팅방의 반응을 보며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읽었고, 교과서엔 없는 저지연 음향 기술을 혼자 익혀 구현했습니다. 그 앱은 누적 천만 번 넘게 내려받혔고, 고등학생이 광고 수익만으로 웬만한 대기업 초봉을 벌었습니다. 시험 범위 밖에서 '내가 재밌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였습니다.

우리 회사들도 이런 통로를 만듭니다. 사내 해커톤, 자유 과제 제도. 어느 대기업 직원은 사내벤처 제도 안에서 자기 관심사였던 건강 측정 장치를 과제로 밀어붙여, 결국 독립 회사로 창업했습니다. 제도가 판을 깔아도, 실제로 뛰어든 사람만 결과를 남깁니다.

시키지 않은 일에는 묘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기에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도 그 공을 가져가지 않습니다.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뜻입니다. 시킨 일을 잘하면 '시킨 사람'의 성과가 되지만, 시키지 않은 일에서 나온 결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이름표가 붙습니다. 커리어에서 가장 강한 한 줄이 대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내가 만든 것'인 이유입니다.

구글 뉴스·포스트잇·게임보이·버스 앱 등 시키지 않은 일에서 나온 결과를 담은 카드

시키지 않은 일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개 '내가 겪는 불편'이나 '내가 재밌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주어진 몫 바깥으로 나가는 가장 쉬운 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다른 종류의 부가가치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잇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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