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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터널 천장에 매달린 제트팬 두 대. 둥근 원통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고, 그 주변 천장 콘크리트가 검게 그을려 있다. 2006년 (사진 Misiryeong,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연재진짜 딸깍하는 AI · 23회

터널에 들어가면 창문을 닫으라던 버스 기사님은 옳았을까 — 터널 공기를 시뮬레이터로 돌려 봤다

터널 천장에는 제트팬이 달려 있고 차들은 빠르게 지나가니 먼지가 금세 빠질 것 같았다. 실측 자료를 찾고, 차 대수·크기·속도와 노면 먼지를 바꿔 가며 터널 공기 흐름과 먼지를 계산하는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속설을 따져 봤다. 내친김에 AI로 만든 시뮬레이터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위협하는지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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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터널 천장에 매달린 제트팬 두 대. 둥근 원통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고, 그 주변 천장 콘크리트가 검게 그을려 있다. 2006년 (사진 Misiryeong,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어릴 때 시외버스를 타면 터널 앞에서 기사님이 꼭 한마디 했다. "터널 들어갑니다, 창문 닫으세요." 먼지가 많다는 이유였다. 그 말이 몸에 배어서 지금도 터널이 보이면 손이 창문 스위치로 간다.

그런데 요즘 터널에 들어가면 천장에 커다란 원통이 줄지어 매달려 있다. 제트팬이다. 차들은 시속 80km로 쉬지 않고 빠져나간다. 차가 공기를 밀고, 팬이 공기를 밀면 먼지는 금방 밖으로 쓸려 나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창문을 닫으라는 말은 매연이 시커멓던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궁금한 건 셋이었다. 터널 안 공기는 정말 바깥보다 더러운가. 차가 몇 대, 어떤 크기로, 얼마나 빨리 지나가느냐에 따라 공기 흐름과 먼지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창문을 닫으면 실제로 덜 마시는가.

무엇을 하려 했나

하려던 일은 세 가지였다.

  1. 터널 안 먼지를 잰 실측 자료와 환기 설계 기준을 찾아, 속설의 사실관계부터 확인한다.
  2. 차량 대수·크기·속도, 노면 먼지, 제트팬, 바깥 바람을 바꿔 가며 터널 공기 흐름과 먼지 농도를 계산하는 시뮬레이터를 만든다. 내가 탄 버스 안 공기가 창문 상태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같이 계산한다.
  3. 요즘 이렇게 AI로 역학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검증에 쓰는 일이 흔해졌는데, 이게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팔아 온 회사들에 위협이 되는지, 실제로 어디까지 쓰이는지 살펴본다.

조사는 AI가 띄운 보조 작업 둘이 터널 쪽과 업계 쪽을 나눠 맡았다. 그사이 본 작업은 시뮬레이터를 짰다. 조사, 시뮬레이터, 그림, 원고 초안까지 한 시간 반쯤 걸렸다.

먼저 실측부터: 터널 안은 정말 더럽다

속설의 앞부분은 금방 확인됐다. 터널 안은 바깥보다 더럽다. 그것도 꽤 많이.

어디무엇을 쟀나결과출처
서울 자동차 터널 3곳PM10안쪽 130~254, 바깥 50~76 µg/m³. 인근 측정소의 2~5배김정훈 외(2017)
수도권 터널 4곳, 출근 시간PM10·PM2.5PM10 111~268, PM2.5 35~65 µg/m³김범석 외(2015)
서울시 측정 9곳 (2016년 5월)미세먼지남산2호 151 µg/m³ 등 9곳 중 7곳이 '나쁨' 이상서울신문
대만 쉐산터널 (12.9km)길이 방향출구 쪽 농도가 입구의 약 3배Ma 외, AAQR
영국 저지 터널NO₂바깥 측정점의 7배. 당국이 "창문 닫고 송풍 끄라"고 권고(2018)Jersey Evening Post

세계보건기구의 PM10 하루 권고치가 45 µg/m³이니, 서울 터널 안 농도는 그 세 배에서 다섯 배 남짓이다. 같은 서울신문 기사는 터널 미세먼지에는 법정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짚었다.

천장의 터빈은 거의 돌지 않는다

의외였던 건 제트팬이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15년 수도권 터널 다섯 곳의 환기 설비를 조사했더니 연평균 가동률이 3%도 안 됐다. 가장 많이 돈 곳이 2.24%였고, 보고서는 "하루에 운행되는 시간이 10분 미만"이라고 적었다. 설계가 넉넉하게 돼 있어서 평소에는 켤 일이 없다는 뜻이다.

평소 터널 공기를 미는 건 팬이 아니라 차다. 차가 터널 안을 달리면 주사기 속 피스톤처럼 앞의 공기를 밀어낸다. 이걸 피스톤 효과라고 한다. 같은 보고서는 평상시 터널 안 풍속을 초속 4~6m로 본다.

팬이 잘 안 도는 데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터널 환기의 기준은 운전자의 시야다. 사람이 마셔도 되는 공기인지는 기준에 들어 있지 않다. 세계도로협회(PIARC)의 2019년 기준은 일산화탄소 70ppm과 가시도(빛이 먼지에 가려지는 정도) 0.005 m⁻¹을 설계값으로 둔다. 같은 문서의 환산식으로 가시도 0.005를 미세먼지로 바꿔 보면 PM2.5 약 1,000 µg/m³이다(내 계산). 앞 표의 터널 실측값은 이 선에 한참 못 미친다. 국내 터널 다섯 곳을 잰 다른 연구에서도 실측 오염도는 설계 기준의 2.6%(먼지), 0.8%(일산화탄소)였다. 운전에 지장이 없으니 팬이 돌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건강에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만든 것: 터널 공기 시뮬레이터

아래가 만든 시뮬레이터다. 위 그림은 터널을 옆에서 본 것이고, 색이 붉을수록 바깥보다 먼지가 많다. 점은 공기 흐름이고, 막대는 차다. 「버스 타고 지나가 보기」를 누르면 버스 한 대가 터널을 지나가며 차 안 먼지를 잰다.

터널 공기 시뮬레이터. 교통량·차 속도·대형차 비율·제트팬·노면 먼지·바깥 미세먼지·바깥 바람·터널 길이를 바꾸면 터널 안 바람과 길이별 먼지 농도가 바뀐다. 「버스 타고 지나가 보기」는 창문을 열었을 때, 닫고 외기를 들일 때, 닫고 내기 순환할 때의 차 안 농도를 나란히 그린다.

원리는 이렇다. 터널 안 공기를 한 덩어리로 보고, 그 덩어리를 미는 힘과 붙잡는 힘을 맞춘다.

  • 미는 힘: 차가 공기보다 빨리 달리면 공기를 앞으로 민다. 버스·화물차는 승용차보다 여덟 배쯤 세게 민다. 건설기술연구원 보고서의 차량 저항 면적(소형 0.77㎡, 대형 6.42㎡)을 그대로 썼다. 켜 둔 제트팬, 바깥 바람이 만드는 기압차도 더한다.
  • 붙잡는 힘: 공기가 터널 벽에 쓸리는 마찰과, 입구·출구에서 잃는 압력이다.
  • 먼지: 차가 달린 거리만큼 먼지를 뿌린다. 배기가스,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바닥에 쌓였던 먼지가 다시 날리는 재비산을 나눠 넣었다. 뿌린 먼지는 바람에 실려 출구로 가고, 일부는 벽과 바닥에 가라앉는다.
  • 차 안: 차 안 공기는 시간당 몇 번씩 바깥 공기와 바뀐다. 승용차 실측에서 내기 순환은 시속 32~105km에서 시간당 4~9번이었고(Fruin 외 2011), 외기를 들이거나 창문을 열면 그 열 배 안팎이다. 그래서 창문을 열면 시간당 70번, 닫고 외기를 들이면 40번, 내기 순환이면 6번으로 잡았다.

기본값은 길이 1.5km, 2차로 일방향 터널에 시간당 2,400대, 대형차 10%, 바깥 PM10 40 µg/m³이다.

돌려 보니

1.5km 터널 안 PM10 농도를 입구에서 출구까지 그린 그래프. 원활(80km/h)이면 바깥 40에서 출구 160까지 곧게 오르고, 정체(15km/h)면 출구 350까지 오른다. 정체 때 제트팬 6대를 켜면 원활과 비슷해진다. 서울 터널 실측 범위 130~254가 띠로 깔려 있다

첫째, 먼지는 출구로 갈수록 쌓인다. 바람이 한쪽으로 부니 입구에서 들어온 깨끗한 공기가 차들이 뿌린 먼지를 차곡차곡 싣고 나간다. 원활할 때 바람은 초속 5.8m였고, 1.5km 터널 공기가 한 번 다 바뀌는 데 4분 남짓 걸렸다. 터널 평균은 바깥의 2.5배, 출구는 4배였다. 서울 실측 범위 안이다.

왼쪽: 차 속도에 따른 터널 안 바람. 10km/h에서 1.3m/s, 80km/h에서 5.8m/s로 오른다. 오른쪽: 차 속도에 따른 터널 평균·출구 PM10. 느릴수록 높다

둘째, 막히면 먼지가 갇힌다. 차가 시속 15km로 기면 피스톤이 약해져 바람이 초속 1.8m로 떨어진다. 공기가 한 번 바뀌는 데 14분이 걸린다. 그사이 차는 더 촘촘해져서 뿌리는 먼지는 줄지 않는다. 터널 평균은 바깥의 5배, 출구는 9배까지 올랐다.

정체 때 켠 제트팬 수에 따른 터널 평균 PM10 막대그래프. 0대 196, 2대 141, 4대 118, 6대 105, 8대 97, 12대 89. 원활할 때 100 선이 점선으로 그어져 있다

셋째, 제트팬은 막혔을 때 값을 한다. 정체 때 6대를 켜니 바람이 초속 4.3m로 살아나고 먼지가 원활할 때 수준으로 내려왔다. 평소에는 차가 팬 노릇을 하니 팬이 쉬는 게 맞다. 문제는 차가 멈췄을 때다. 실제 터널은 센서 값이 기준을 넘어야 팬을 켜는데, 그 기준이 시야라서 사람이 마시기에는 이미 꽤 탁한 뒤일 수 있다.

넷째, 버스와 화물차는 바람도 세게, 먼지도 많이 만든다. 대형차 비율을 10%에서 40%로 올리면 바람은 초속 5.8m에서 7.7m로 세지지만, 터널 평균 먼지도 100에서 132 µg/m³으로 늘었다. 대형차가 미는 바람보다 뿌리는 먼지가 더 크다. 노면 먼지는 더 직접적이다. 바닥 먼지를 세 배로 올리니 평균이 100에서 171이 됐다.

다섯째, 양방향 터널이 가장 나쁘다. 마주 오는 차들이 서로의 바람을 지워 버려 바람이 거의 0이 된다. 먼지가 빠질 길이 없다. 서울시 기준안도 대면 통행 터널은 풍속이 0에 가까워지면 "농도가 급격히 상승"한다고 적어 두었다. 다만 이 시뮬레이터는 양방향을 과장한다. 이유는 아래 「어디서 틀렸나」에 적었다.

창문을 닫으면 덜 마실까

왼쪽: 원활한 1.5km 터널을 버스로 68초 만에 지날 때 차 안 PM10. 차 밖은 140까지 오르고, 창문을 열면 85, 닫고 외기를 들이면 70, 내기 순환이면 46까지 오른다. 오른쪽: 차 밖 공기를 그대로 마신 경우를 100으로 볼 때 더 마신 먼지. 원활 기준 창문 열고 94, 닫고 외기 62, 닫고 내기 11

버스를 한 대 넣어 터널 앞 30초부터 나온 뒤 2분까지 차 안 공기를 따라가 봤다. 바깥 공기만 마셨을 때보다 더 들이마신 먼지를 차 밖 공기를 그대로 마신 경우와 견줬다.

상황 (터널 통과 시간)창문 열고닫고 외기 유입닫고 내기 순환
원활 80km/h (68초)946211
양방향 70km/h (77초)956914
정체 15km/h (6분)988224

창문을 닫기만 하고 송풍기로 바깥 공기를 계속 들이면 3분의 1쯤 줄어든다. 내기 순환으로 바꾸면 열에 아홉이 준다. 닫는 것보다 바깥 공기를 끊는 게 핵심이다. 막히는 터널일수록 효과가 줄어든다. 오래 머물면 결국 차 안도 바깥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양을 실감할 수 있게 바꿔 보면 이렇다. 원활한 1.5km 터널을 창문 열고 지나면 바깥 공기를 1분 20초쯤 더 마신 것과 같다. 정체 때 6분 걸려 지나면 26분어치가 된다. 한 번 지나가는 것으로 끝나면 대수롭지 않지만, 매일 막히는 터널로 출퇴근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속설은 맞았다. 터널 안은 바깥보다 몇 배 더럽고, 창문을 닫으면 덜 마신다. 다만 기사님 말에 한 마디를 보태야 한다. "창문 닫으시고, 송풍은 내기로 돌려 주세요."

어디서 틀렸나

  • 처음 넣은 배출량으로는 서울 실측이 안 나왔다. 해외 터널 실측에서 가져온 배기가스와 타이어·브레이크 마모 값만 넣었더니 터널 평균이 바깥의 1.6배에 그쳤다. 서울 실측은 2~5배다. 영국 해트필드 터널 연구가 PM10 배출의 4분의 1 넘게가 바닥 먼지의 재비산이라고 보고한 것을 보고 재비산 항을 따로 넣었다. 그제야 평균 2.5배, 출구 4배가 나왔다. 실측에 맞춰 넣은 값이라, 이 숫자가 맞는다고 모형이 옳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노면 먼지 슬라이더를 따로 둔 이유다.
  • 양방향 터널은 과장된다. 바람이 0에 가까우면 이 모형에서 먼지는 확산으로만 빠진다. 그래서 터널 한가운데 농도가 700 µg/m³ 넘게 치솟았다. 실제로는 마주 지나는 차들이 공기를 휘저어 훨씬 잘 섞인다. 한 줄로 펴서 보는 1차원 모형은 그 소용돌이를 못 본다. 그리고 실제 양방향 터널은 농도가 오르면 팬을 켠다.
  • 창문을 닫은 버스가 먼지를 가두는 걸 놓칠 뻔했다. 처음에는 터널을 나온 뒤에도 창문을 계속 닫아 둔 채로 셌다. 그러면 갇힌 먼지가 천천히 빠져서 내기 순환의 이점이 작게 나온다(원활 기준 11 대신 21). 사람은 터널을 나오면 창문을 다시 연다. 그렇게 고쳐 셌다.
  • 버스의 환기 횟수는 없었다. 버스 실측값을 찾지 못해 승용차 값을 빌렸다. 버스는 문이 자주 열리고 실내가 커서 다를 수 있다. 홍콩 터널을 지나는 버스를 잰 연구에서는 에어컨 버스가 창문 버스보다 일산화탄소가 낮았으니(2.9 대 4.6ppm) 방향은 맞다.
  • 차 안이 바깥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는 그리지 못한다. 홍콩의 다른 측정에서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외기로 켠 차가 가장 나빴다. 필터 없는 1998년식 차 한 대의 결과지만, 앞차 배기가 바로 흡입구로 들어오면 그럴 수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단면 안을 평균 내서 보니 앞차 바로 뒤의 짙은 배기 덩어리를 모른다.
  • 계산 자체는 검산했다. 뿌린 먼지와 빠져나간 먼지, 가라앉은 먼지를 더하고 빼면 터널 안에 남은 양과 맞아야 한다. 오차는 1조분의 1 수준이었다. 원활할 때 출구 농도도 "뿌린 양 ÷ 지나간 공기 양"으로 손계산한 값과 5% 안에서 맞았다. 바람 세기는 실측 범위(초속 4~6m) 안에 들었다.

AI로 만든 시뮬레이터는 시뮬레이션 회사를 위협할까

이 글의 시뮬레이터는 반나절도 안 걸렸다. 요즘 나는 이런 식으로 3D 시뮬레이션이나 기계·역학 계산을 AI에게 짜게 해서 생각을 확인하는 데 자주 쓴다. 그러다 보니 앤시스, 지멘스, 다쏘 같은 회사들이 파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는 괜찮은지 궁금해졌다.

시장은 작지 않다. 엔지니어링 해석(CAE)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116억 달러(조사기관 Cambashi)다. 판도는 최근 2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반도체 설계 회사 시높시스가 2025년 7월 앤시스를 사들였고, 지멘스는 알테어를 약 100억 달러에, 케이던스는 2026년 2월 헥사곤의 설계·엔지니어링 사업(MSC 나스트란 등)을 약 27억 유로에 샀다.

숫자로는 아직 위협이 보이지 않는다. 시높시스는 앤시스를 합친 뒤 2026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42% 늘었고(보도자료 재게재, 인수 효과 포함) 연간 전망을 올렸다. 지멘스의 디지털 산업 소프트웨어 매출도 같은 분기 15% 늘었다. 시뮬레이션 매출이 AI 때문에 줄었다는 실적 자료나 분석 보고서는 찾지 못했다.

주가는 먼저 겁을 먹었다. 2026년 2월 3일, AI 업무 자동화 도구가 나온 날 미국 소프트웨어·금융 서비스·자산운용주에서 하루에 2,850억 달러가 빠졌다. 2월 11일에는 다쏘시스템 주가가 하루에 20.8% 떨어졌다. 직접 원인은 4분기 매출 성장 1%와 기대에 못 미친 연간 전망이었지만, 기사는 AI 공포를 배경으로 짚었다. 실적이 아니라 이야기가 먼저 움직인 셈이다.

회사들은 AI를 자기 제품에 넣는 쪽으로 움직였다. 앤시스는 2024년 과거 해석 결과로 학습해 새 설계의 결과를 빠르게 예측하는 SimAI를 냈다. 지멘스는 2026년 5월 알테어 기술을 이은 Simcenter PhysicsAI를 붙였다. COMSOL은 6.4판에 대화창을 넣어 말로 모델 코드를 짜게 했다. 엔비디아는 이 회사들과 함께 실시간 디지털 트윈 설계안을 내놨다. 해석 결과를 학습한 신경망으로 계산을 대신하는 신생 회사에도 돈이 몰린다. 런던의 PhysicsX는 2026년 6월 기업가치 24억 달러로 3억 달러를 받았고, 스위스의 Neural Concept는 2025년 12월 1억 달러를 받았다. PhysicsX 투자자 명단에는 엔비디아와 지멘스가 들어 있다. 경쟁자에게 기존 강자가 돈을 대고 있다.

AI가 짠 해석 코드의 실행 성공률 막대그래프. MetaOpenFOAM(2024) 85%, Foam-Agent(2025) 88.2%, 범용 에이전트(2026년 9월) 96.4%, FEABench의 실행되는 호출 88%. 그런데 FEABench Gold 15문제 가운데 정답 10% 안에 든 것은 1개뿐이고, 그마저 프로그램 기본값 20°C가 우연히 맞은 것이었다

AI가 짠 해석 코드는 대부분 돌아간다. 맞는지는 다른 문제다. 오픈소스 유체해석 프로그램 OpenFOAM을 AI 에이전트가 돌리는 연구는 실행 성공률을 2024년 85%에서 2025년 88.2%로 올렸다. 2026년 9월에는 범용 코딩 에이전트가 같은 시험에서 96.4%를 냈다. 전용으로 짠 다중 에이전트보다 높았다. 그런데 구글과 하버드 연구진의 FEABench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AI가 상용 해석 프로그램 COMSOL을 다루게 했더니 실행되는 명령은 88%였지만, 어려운 15문제 가운데 정답 10% 안에 든 것은 하나였다. 그 하나도 정답 18.3°C 대신 프로그램 기본값 20°C가 나와서 우연히 맞은 것이었다. 2026년에는 아예 「시뮬레이션은 돌아가는데 엉뚱한 물리를 푼다」는 제목의 논문도 나왔다. 입구 속도를 네 배로 잘못 넣은 오류가 열세 번의 후속 요청 동안 아무에게도 안 들킨 사례도 보고됐다.

인증의 문은 여전히 좁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3년 11월 낸 의료기기 시뮬레이션 신뢰성 지침은 물리 법칙에 기반한 모델만 다루고, AI·머신러닝 모델 단독은 범위 밖에 둔다. 항공기 인증에서 해석으로 시험을 대신하는 것도 사안마다 따로 협의하고, 비행·지상 시험으로 검증된 모델이어야 일부 시험을 대체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설계를 인증받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서는 검증된 솔버와 실험 데이터가 그대로 필요하다. AI가 파고드는 곳은 그 앞 단계, "이게 될까?"를 빨리 확인하는 자리다. 이 글의 터널 시뮬레이터가 딱 거기에 있다. 경향을 보기에는 충분하지만 터널 환기 설계 심사에 들고 갈 물건은 아니다. 그 자리가 시뮬레이션 회사의 매출에서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숫자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망이 배우려면 고정밀 해석 결과가 많이 필요하니, AI가 솔버를 더 많이 돌리게 만들 수도 있다(내 추론이다).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는 시장의 아랫단이 넓어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왜 한 줄로 되는가

터널 환기는 교과서가 굳어 있는 분야다. 터널 공기를 한 덩어리로 보고 힘을 맞추는 방식은 국내외 설계 기준이 다 쓰는 방법이고, 필요한 계수(벽 마찰, 차량 저항 면적, 제트팬 추력)가 공개 보고서에 표로 나와 있다. 실측 논문도 국내에 여럿 있다. 재료가 다 있으니 AI가 조립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 줄로 된 건 시뮬레이터의 겉모습까지였다. 처음 넣은 배출량으로 실측이 안 나온 것, 양방향을 과장하는 것, 나온 뒤 창문을 여는지에 따라 답이 바뀌는 것은 숫자를 실측과 맞대 보고 나서야 보였다. 앞의 FEABench처럼 "돌아가는" 것과 "맞는" 것 사이에는 늘 검증이 끼어 있다.

따라 하려면

  • 실측부터 찾아라. 시뮬레이터를 짜기 전에 실측 범위를 손에 쥐고 있어야 결과가 맞는지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서울 터널 2~5배, 풍속 초속 4~6m가 그 잣대였다.
  • 질량이 맞는지 세게 하라. 들어온 것, 나간 것, 남은 것의 합이 맞는지 계산하게 하면 코드의 큰 실수는 거의 다 걸린다.
  • 손계산 하나를 같이 시켜라. "출구 농도 ≈ 뿌린 양 ÷ 공기 양" 같은 한 줄짜리 어림셈과 시뮬레이터 결과가 맞는지 보면, 돌아가기만 하는 엉뚱한 물리를 거를 수 있다.
  • 모형이 못 보는 것을 먼저 물어라. 1차원 모형은 단면 안의 소용돌이를 못 본다. 그 한계가 어떤 시나리오에서 결과를 비트는지(이번에는 양방향) 미리 알고 숫자를 읽어야 한다.

못 하는 것

  • 단면 안을 보지 않는다. 터널을 길이 방향 한 줄로 편 모형이라, 앞차 바로 뒤의 짙은 배기나 차로별 차이, 천장과 바닥의 농도 차이는 모른다.
  • 양방향 터널의 숫자는 크게 과장된다. 경향(가장 나쁘다)만 보고, 값은 믿지 말아야 한다.
  • 배출량은 실측에 맞춘 값이다. 차종별 배출과 노면 먼지는 해외 실측과 서울 실측 범위에 맞춰 골랐다. 특정 터널의 값이 아니다.
  • 버스 환기는 승용차 값을 빌렸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효과, 차량 필터 성능은 넣지 않았다.
  • 센서와 팬 제어는 없다. 실제 터널은 농도가 기준을 넘으면 팬을 켜지만, 이 시뮬레이터에서는 사람이 슬라이더로 켠다.

어릴 적 기사님은 물리 공식을 몰랐겠지만 결론은 맞았다. 터널 공기는 바깥보다 몇 배 탁하고, 막히면 더 탁해진다. 오늘 터널에 들어가면 창문을 닫고, 송풍 버튼을 내기 순환으로 한 번 눌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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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표 사진: 미시령터널 제트팬, Misiryeong, CC BY-SA 4.0 (위키미디어 커먼즈.jpg))
  • 터널 환기 계수(벽 마찰, 차량 저항 면적, 평상시 풍속, 제트팬 가동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경제성을 고려한 도로터널 환기설비 정비 및 관리 지침 제정연구」(2015)
  • 환기 설계값: PIARC, Road Tunnels: Vehicle Emissions and Air Demand for Ventilation (2019), 4장. 대면 통행 풍속: 서울시 도로터널 환기 설계 기준 개정안(2017,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 시뮬레이터 그림의 수치는 모두 이 글의 시뮬레이터로 계산했다(같은 조건 3번 평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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